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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에부는바람 Nov 25. 2024

성석제 《지금 행복해》

왠지 행복할 것 같지 않은 작가의 범람하는 범작들...

  알맹이는 어디로 가고... 성석제의 장기인 입안이 알싸해지는 이야기는 사라지고, 성석제 특유의 위트는 풀이 죽어 있다. 정말이지 사보 같은 곳에 (뭐 사보를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실려도 빛이 나지 않을 것 같은 평범한 이야기들을 그저 평범한 수준에서 풀어 놓고 있다. 그가 보여주던 촌철살인의 위트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작가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고, 그래서 행복하기나 할까...


  「여행」. 만재와 봉수와 영덕의 여행기... 무전 여행을 계획한 그들이 거치는 살짝 얄팍한 여정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음... 어디 사보에나 실릴 법한 꽁트가 조금 길게 늘여져 있다는 정도의 느낌 뿐이라고나 할까. “세 그림자가 움직이기 시작해서 점점 삼각형의 변이 길어지더니 마침내 삼각형이 깨졌다... 그리고 그들이 만들었던 삼각형은 다시는 생겨나지 않았다. 그들이 걸어가는 길 위, 아름다운 둑, 아름다운 언덕 어디에서도.” 찬란한 젊은 시절, 그들 세 친구들의 여정을 다룬 작은 소품 정도이다.


  「지금 행복해」. 물려받은 재산을 노름과 뽕으로 알토란 같이 탕진한 아비, 알콜 중독으로 말미암아 스스로 요양 시설을 찾을 정도인 아비, 그런 아비가 수능 시험을 앞둔 아들인 나에게 보내온 문자 하나, ‘널 믿는다, My boy!’. 그리고 ‘내 아버지의 이름은 최상열. 지금은 눈물중독자다.’.


  「설악 풍정」. 설악산 여행 중에 맛보는 선녀와 나무꾼 버전의 몽상... 산행길에 마주친 선녀같은 여인을 향한 젊은 남정네의 운우지정 상상이 조금은 밋밋하다. 설악의 풍광에 대한 묘사에 좀더 신경을 썼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여인의 뒤를 쫓는 남정네의 심리 묘사가 좀더 재밌어야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기적처럼」. 동생의 아이를 돌보고 있으면서도 엄마로부터 욕이란 욕은 모두 얻어 먹고 있는 장남인 나의 약사암 등정기... 하지만 그 사이 절벽으로 떨어지는 바람에 목숨 부지하기조차 어려운 지경에 이른다. 


  「피서지에서 생긴 일」. 세 명의 남자 동창들이 세 명의 여자 동창들의 뒤를 따르는 어느 여름의 피서지에서 생긴 일... 가는 길마저 만만치 않았던 여행은 피서지에 도착해서도 그리 좋은 꼴로 돌아가지는 않는다. 한 친구는 술에 취해 꼬장을 부리고, 다른 친구는 옆 텐트 사람과 시비를 붙이고, 또 다른 친구는... 


  「톡」. 얼키고 설키는 도시의 인간 군상들이 펼치는 이야기의 파노라마... 이 곳에서 뱜을 맞은 사람이 다른 곳에서는 뺨을 때릴 수도 있다는... 


  「낚다 섞다 낚이다 엮이다」. 낚시에 대하여 구구절절 지껄이는 남자를 향하여 내뱉는 ‘낚시는 침묵을 낚자는 취미생활이오. 제발 좀 가주시오.’ 라고 말하는 남자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성석제식 수다로 엮어가는 낚시에 대한 이모저모... 


  「내가 그린 히말라야시다 그림」. 이제는 유명한 화가가 된 나에게 이런 화가로의 길을 제시한 것은 도대체 누구였을까... 아버지로부터 물려 받은 것으로 알고 있던 그림 그리는 재능의 정체는 정말 존재하는 것일까... 그리고 나의 이야기와 함께 진행되는 같은 시절 한 학교를 다녔던 한 여인의 이야기... “... 나는 늘 나를 의심하면서 살았어. 누군가 나보다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고 누군가 나와 똑같은 대상을 두고 훨씬 더 뛰어난 작품을 그렸고, 앞으로도 더 뛰어난 작품을 그릴 수 있다는 생각에서 벗어나본 적이 없어. 그러니까 어떤 작품이라도, 내가 가진 능력 전부를, 그 이상을 쏟아부어야 했지. 언제나, 어디서나...”


  「깡통」. 언젠가 주간지 같은 곳에서 읽었을 법한 일화 하나... 노숙자와 국숫집 사이에 얽힌 일화 하나를 그려내고 있는데...

 

 

성석제 / 지금 행복해 / 창비 / 280쪽 /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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