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카니 감독 <원스>

인생의 한때, 우리를 관통해가는 음악과 희망의 순수성을 위하여...

by 우주에부는바람

<원스>는 떠들썩하고 호들갑스러운 칭찬으로 가득한, 작지만 진지하고 거칠지만 서정적인 영화다. 선댄스 영화제에서 관객상을 수상했다고 하는데, 영화를 가만히 보고 있자면 그러한 상을 수상할만도 하다고, 고개가 절로 주억거려진다. 영화가 시작되고 얼마뒤부터 나오기 시작하는 음악은 영화가 끝날 때까지 끊이지 않고 관객들을 자극하고, 그것이 싫지 않다.


음악을 제외한다면 영화는 굉장히 심플하다. (음악이 복잡하다는 말은 아니고...) 사랑하는 여자와 헤어지고 난 후 거리에서 기타를 연주하고 노래를 하는 남자가 있다. 어느 날 이 남자의 노래를 듣던 체코 출신 이민자인 소녀(라고는 해도 이미 아이까지 하나 있는, 대략 어린 그녀 정도...)가 그 노래에 실린 비하인드 스토리를 짐작하는가 싶더니, 청소기 수리를 매개로 하여 두 사람은 친해진다.


체코에 있을 때 피아노를 연주했다는 그녀의 손에 이끌려 악기점에서 화음을 맞추기도 하고, 즉석에서 자신의 과거를 노래로 만들어 불러주기도 하며 친분을 유지하던 그 남자와 그 여자는 이제 의기투합하여 데모 CD를 만들기로 한다. 그 남자는 자신의 옛 여인이 있는 런던으로 그 CD를 들고가서, 옛 여인도 찾고 음반사도 찾아볼 생각에서다.


아일랜드의 인디 밴드 <더 프레임즈>(감독인 존 카니 또한 이 밴드에서 베이시스트를 했다고 하는데...)의 리드 보컬이기도 한 글렌 핸사드가 영하 속의 그 남자를 맡고 있으며, 밴드가 체코에서 공연할 때 만났다는 소녀 이글로바가 영화 속의 그녀를 맡고 있다. 두 사람은 영화가 끝난 이후 70년생 남자와 88년생 여자라는 나이 차이를 극복한 채 실제 커플이 되기도 했다는데, 그래서인지 영화 속 두 사람이 주고받는 화음이 기가 막히다.


여하튼 영화는 음악을 통하여 시작되고 음악을 통해서만 진행되며 음악을 통과한 연후에야 마무리된다. 아일랜드 특유의 음색이라고 불러야 할 이 남자의 목소리는 정말 매력적이다. 모던 포크락에 가까운 음악에 실리는 살짝 쥐어 짠 듯한 글렌 한사드의 목소리는 그것만으로도 한 여자를 잊지 못하는 남자를, 새로운 여자에게 애틋한 한 남자를 절묘하게 표현해낸다. (목소리에 흠뻑 빠져 영화관을 나오자마자 레코드점으로 달려가 OST 음반을 샀다. 영화로 봤을 때는 괜찮았는데 집에 와서 그저 묵묵히 듣고 있자니 살짝 돈이 아까왔지만, 그건 뭐 워낙 무료 다운로드에 길들여진 탓일터...)



덩달아 크게 호들갑을 떨만큼은 아니지만 영화는 수수하고 좋다. 인디 영화가 가질법한 좋은 점들을 많이 가지고 있다. 이름없는 주인공들과 그들이 보여주는 일상은 (실제 더블린에서 도둑 촬영을 했다고 하는...) 굉장히 사실적이다. 그들이 나누는 것은 사랑이 아니라 일상 속의 정이고, 그들이 공유하는 것은 음악이기도 하지만 현재의 자신들이 품을 수 있는 희망이기도 하다. 여기에 아일랜드라는, 더블린이라는 공간이 전달하는 순수함도 한 몫을 더하니 제대로 된 영화 소품이 하나 만들어진 것이다.



원스 (Once) / 존 카니 감독 / 글렌 핸사드, 마케타 잉글로바 출연 / 86분 / 2007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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