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모메 식당 삼인조가 행복하게 만나는 법...
“핀란드의 갈매기들은 덩치가 매우 크다. 그들은 비대한 몸뚱이로 선창가를 어기적거리며 내가 어린 시절 키웠던 고양이를 떠올리게 한다. 무려 10.2kg에 달하던 나나오라는 이름의 고양이는 온순하지도 않았고 항상 싸움을 일삼고 다녀 모두가 싫어했다. 그 고양이는 유독 나에게만 호의를 보였고, 배를 가볍게 어루만져주면 가르릉거리며 좋아했다. 난 나나오를 정말 좋아했다. 난 엄마에게도 알리지 않고 고양이에게 먹이를 주곤 했다. 결국 너무 뚱뚱해진 고양이는 죽고 말았다. 1년이 지난 후 어머니는 트럭에 치어 돌아가셨다. 어머니를 무척 사랑했지만 이상하게도 나나오가 죽었을 때보다 덜 울었던 것 같다. 그 이유가 단지 무술가였던 아버지가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절대 울지말라고 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난 통통하게 살찐 동물을 정말 좋아한다. 그들이 아주 만족스럽게 음식을 먹어치우는 모습을 좋아한다. 나의 어머니는 바짝 여윈 분이셨다.”
내가 만약 이제부터 소설을 쓴다면 위와 같은 도입부를 만들고 싶다, 고 여겨질 정도로 영화의 시작과 함께 나오는 저 길고 긴 나레이션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연어를 좋아한다는 공통점 하나를 믿고 핀란드에 일본 음식점 카모메(갈매기) 식당을 낸 사치에는 자그마한 체구로, 핀란드 아줌마들이 아이인지 어른인지 헷갈려 할 정도의 풍모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한달이 지나도록 손님 하나 없는 식당에서 그녀는 꿋꿋하게 음식을 준비하고, 식탁을 정리하면서 자신만의 일상을 살아간다.
그리고 드디어 카모메 식당에 일본만화 매니아인 첫 번째 손님 토미가 찾아온다. 그리고 토미가 궁금해 한 갓츠맨(독수리 오형제인 듯...)의 주제가를 알려준 미도리가(너무 남성스럽게 생겨서 난 분명히 여장 남자일 것이라고 아내한테 우겼지만 결국은 아내가 옳았다, 그녀는 그녀였다...) 이 카모메 식당에 합류하게 된다. 세계 지도에서 아무 곳이나 찍은 곳이 하필 핀란드였던 미도리는 갓츠맨의 주제가를 끝까지 알고 있는 사람은 절대적으로 착하다는 믿음을 가진 사치에를 도와 카모메 식당의 종업원이 된다.
그리고 이제 이 이방인의 음식점으로 한 명 두 명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한다. 카모메 식당의 전주인이며 커피에 대해 일가견을 가진 남성, 갑작스레 집을 나가버린 남편 때문에 꼭지(?)가 돌아버린 술취한 여성, 항상 음식점을 곁눈질하며 지나가던 세 명의 아줌마까지... 그리고 그 사이 카모메 식당을 돕는 또다른 인물이 하나 나타난다. 여행 중 가방을 잃어버려 핀란드에 발이 묶인 마사코가 바로 그 주인공...
사치에, 미도리, 마사코라는 환상의 3인조는 그렇게 카모메 식당을 중심으로, 그 식당에 들르는 사람들에게 자신들만의 독특한 매력을 발산한다. 핀란드라는 이방인의 땅에서 이방인의 모습으로 마주친 이들은, 바로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삶에까지 활력을 불어넣을만큼 매력적인 시너지 효과를 일으킨다. 그리고 식당에 들르는 핀란드의 주민이 그들로부터 받는 신선함은 관객들에게도 그대로 옮겨진다.
누군가를 만나고, 그 누군가와 마음을 통하고, 그 누군가로부터 영향을 받게 되는 일은 모름지기 이렇게 행복해야 마땅하다. 작지만 강단으로 넘쳐나는 사치에, 울룩불룩 남성처럼 생겼지만 천사처럼 선한 마음을 가진 미도리, 적지 않은 나이에 세상을 통달하는 (언어의 장벽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 지혜로 충만한 마사코가 보여주는 행복한 만남의 전형은, 일본에서든 핀란드에서든 한국에서든 통할만치 보편적이다. 만남은 언제 어디서든 소중하고, 그것을 그렇게 만드는 것은 우리들 자신의 마음에 달려 있다.
카모메 식당 (かもめ食堂 Kamome Diner) /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 / 고바야시 사토미, 차타기리 하이리, 모타이 마사코 출연 / 102분 / 2007 (2006)
ps. 영화를 보는 중에 몇 번이나 <바그다드 카페>를 떠올렸다. 함께 영화를 본 아내도 그러하다고 한다. 여성들의 만남이 낯선 곳에서 빚어내는 행복감의 환타지가 꽤 닮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