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우라 시온 《마호로 역 다다 심부름집》

삶을 향하는 두 남자의 어처구니없게 따뜻한 시선...

by 우주에부는바람

우리로 치면 경기도와 서울의 중간 즈음, 행정구역상으로는 서울에 속해 있지만 실제로는 경기도에 가깝다고 보아야 하는 마호로의 시민들은 도심에 다가가고 싶은 열망과 자신들에 만족하려는 열망을 동시에 가지고 있지만 결국엔 후자쪽으로 결정을 해놓은 듯하다. 현재는 이혼을 했고 지금은 혼자 살며 다다라는 자신의 이름을 붙인 심부름집을 운영하는 ‘다다’와 학창 시절 자신의 손가락이 잘리는 순간 비명을 지른 것을 제외하고는 단 한 번도 소리를 내지 않은 것으로 유명한 ‘쿄텐’은 이곳 마호로에서 함께 학창시절을 보냈다. 그리고 이제 나이를 훌쩍 먹어 버린 두 사람이 우연하게 마호로에서 만난다.


“한 번 몸에서 떨어져나간 것을 다시 꿰매어 붙이고 살면 대체 어떤 기분이 들까. 아무리 열원을 갖다 대도 늘 온도가 낮은 부위를 지니고 사는 것은…….”


『마호로역 다다 심부름집』이라는 제목도 그렇거니와 소설을 읽다보면 얼른 『나카노네 고만물상』이라는 소설을 떠올리게 된다. 마치 혼잣말처럼 자잘하게 자신의 생각을 되새김질처럼 읊어대는 주인공 다다는 『나카노네 고만물상』의 히토미를 닮았고, 미스터리하면서도 어딘지 착해 보이는 교텐은 나카노를 닮았다. 그렇게 다다와 교텐은 겉으로 드러나는 차이에도 불구하고 서로의 지나온 시간들을 조금씩 드러내면서 서로를 향해 조금씩 애정을 보인다.


“대패는 시간을 깎는 도구다. 날을 대고 밀 때마다 단단한 시간의 층들이 얇게 깎여 나가고 잠들어 있던 나무향이 부드럽게 퍼져 나온다.”


여기에 심부름집에 의뢰되는 각종 심부름들과 그 심부름들로부터 뻗어나온 갖가지 사건들이 읽는 즐거움을 준다. 자신의 집 앞을 지나는 버스의 운행횟수를 체크해달라는 오카의 심부름을 하다가 교텐을 만나게 되고, 야반도주를 위해 강아지를 맡겼던 집에 강아지를 돌려주러 갔다가 창녀인 루루와 하이시를 만나게 되며, 학원에서 집으로의 소년 픽업을 맡았다가 마호로시의 양아치 세계에 깊숙이 개입하게 된다는 식이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소설의 백미는 교텐이라는 사람의 캐릭터이다. 실제 소설의 주인공은 다다이지만, 고등학교 때는 그리도 과묵했던 교텐이 다다를 만나자마자 쉴새없이 말을 하고, 그 나이에 어떤 여자 관계도 없지만 자신의 정자를 레즈비언 커플에게 제공하여 낳은 딸에게 양육비를 보내고, 친하지도 않았던 고등학교 친구네 사무실에 얹혀 살면서도 당당하기 그지없고, 날이 시퍼런 폭력으로 상대방을 제압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칼침을 맞으면서도 다른 사람을 위해 헌신하는 교텐의 캐릭터가 소설 속에서는 훨씬 생동감 있다.


“그 사람을 폭포수처럼 거칠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을 거고, 차갑고 맑은 정취를 가져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을 거예요. 물이 어떤 영향을 끼치든 생물이 사는 데 빼놓을 수 없는 존재인 것처럼, 하루짱은 우리한테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한 친구랍니다. 설령 두 번 다시 만나는 일이 없다 해도...”


물론 이런 교텐의 캐릭터는 철두철미한 스타일의 다다가 있어서 더욱 두드러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두 남자는 착하다. 철두철미한 다다는 그 철두철미함 때문에 항상 주저주저하면서도 사건에 휘말리고, 변화무쌍한 교텐은 그 좌충우돌의 생활 방식 때문에 다양한 사건에 휘말린다. 그리고 결국 이들은 자신이 아니라 자신과 관계를 맺는 다른 사람을 위해 스스로의 삶의 방식으로부터 조금 후퇴한다. 하지만 이것이 정말 후퇴일까...


세상 살아가는 일의 거대한 진리가 아니라 세상 살아가는 일의 디테일한 방식들을 이야기하고 있는 딱 일본 사소설 류의 소설이다. 여기에 양념처럼 첨가되는 입체적인 주연급 캐릭터, 그리고 자신의 위치를 정확하게 지키는 다양한 등장인물들의 캐릭터 그리고 이러한 인물들이 뛰어다니기에 적당한 마호로라는 동네와 그곳의 심부름집까지... 어느 한 곳 빠지지 않고 골고루 잘 양생된 바닥처럼 매끈하고 튼튼해 보이는 소설이다.


미우라 시온 / 권남희 역 / 마호로 역 다다 심부름집 (まほろ驛前多田便利軒) / 들녘 / 356쪽 / 2007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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