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폴 뒤부아 《남자 대 남자》

인과 관계로 풀이되지 않는 인간 관계의 비의...

by 우주에부는바람

‘우리는 함께 사는 사람에 대해서 결코 아무것도 알 수 없어.’


소설의 주인공인 아셀방크의 돌아가신 엄마는 아셀방크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리고 아셀방크는 지금 엄마의 말이 뼈저리게 옳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쉰 여섯 살 전직 보험업자인 아셀방크는 자신이 죽을 병에 걸렸다는 것을 알고나서 어느 날 아무런 언질도 없이 사라진 아내를 찾아나설 결심을 한다. 그녀에게서 받은 편지 한 통을 가지고...


“... 삼 년 전 어느 날 아침, 아내는 나를 떠났다... 캐나다에서 마지막으로 부쳐온 편지에 그녀는 이렇게 써놓았다. 왜 우리는 인간답게 행동할 줄 몰랐던 걸까?... 나는 자동응답기에 녹음된 그녀의 목소리를 아직도 지우지 않고 있다. 가끔 나는 집으로 전화를 걸어 지금은 집에 없다고 말하는 그녀의 목소리를 듣는다.”


그리고 나는 이제 북미의 어느 외딴 도시, 모텔방에 짐을 풀고 아내의 흔적을 찾아나서기 시작한다. 그리고 먼저 만난 사람은 사이슨... 자연학자이면서 동시에 살인도 불사하는 격투기를 즐기고 스폰서까지 맡는 미스터리한 이 인물의 호화주택에서 아내는 함께 기거했다. 사이슨에게서 흘낏 아내의 이야기를 듣고 난 다음 나는 이제 사슴 사냥꾼이며 숲 속에서 혼자 살고 있는 패터슨을 찾아나선다.


“... 아내가 사이슨이나 패터슨처럼 ‘극단적인’ 남자들, 즉 ‘외곬수’들과 함께 살았다는 사실을 아무리 믿으려 해도 믿기지 않았다. 안나를 정상적인 생활의 중심에 놓고 봤을 때 그들은 그 양 극단에 서 있는 남자들이었다.”


사이슨에게서와 마찬가지로 패터슨에게서도 찔끔찔끔 아내의 이야기를 듣다가 그만 폭풍설에 갇혀버리는 나... 어마어마한 폭풍설은 집 앞에 세워놓은 자동차까지 가는 길마저 허락하지 않고, 그 사이 나는 자동차에 있는 약을 먹지 못하여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고, 패터슨은 그런 나를 보살핀다.


“에스키모들이 그러더군요. 폭풍설이 몰아치는 동안 두려워해야 할 건 딱 하나밖에 없는데, 그거 돌풍이 제 안에 들어 있는 나쁜 면을 쓸어가 버리는 거라고요. 날이 개면 평생 꼭꼭 제 속에 감추고 있었던 그 나쁜 면이 만천하에 드러나게 된다는 겁니다.”


폭풍설로 한치 앞을 바라볼 수 없는 날씨, 격투기가 열리면 온 도시가 살냄새와 피냄새로 가득해지는 이 도시에서 아내는 도대체 무엇을 한 것일까... 그리고 아내는 또다시 어딘가로 사라진 것일까... 나는 왜 아내를 찾아 프랑스에서 캐나다까지 날아온 것일까... 인간답게 산다는 것은 무엇이고 죽음을 앞둔 나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 것일까...


작가의 눈은 인간의 보이지 않는 어떤 면을 향하고 있다. 한 인간의 생이 곧 그 인간의 역사라고 한다면 그 역사의 어떤 면은 인과 관계로 해석되지 않기도 하는 것... 그렇게 주인공인 아셀방크와 그 실체가 드러나지 않는 아셀방크의 아내 안나, 그리고 그러한 안나와 함께 살았던 사이슨과 패터슨의 삶 또한 정상적인 범주에서 해석 불가능한 비의들로 가득하다. 바로 우리들의 삶이 그러한 것처럼...



장 폴 뒤부아 / 김민정 역 / 남자 대 남자 (Hommes entre eux) / 밝은세상 / 243쪽 / 2007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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