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카시마 테츠야 감독 <혐오스러운 마츠코의 일생>

아이러니의 방식으로 슬픔을 돋우는 마츠코의 일생...

by 우주에부는바람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삶을 살아가는 사람은 없다. 우리들은 무수한 오류들 속에서 근근히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그 오류들을 수정하며 살아갈 따름이다. 그런데 간혹 이러한 삶의 룰을 무시하는 사람들이 있다. 자신 앞의 무수한 오류들을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수정하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 말이다. 제 생의 오류들을 모두 자신의 탓으로 돌리며, 그 오류들을 자신이 아니라 타인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수정해 나가는 사람들도 있는 것이다. 이 영화 속 ‘마츠코’가 바로 그러한 인물이다. 모든 것을 자신의 탓으로 돌리고, 또 자신의 탓으로 돌리고, 또 자신의 탓으로 돌리다 어느 순간 갑작스레 삶이 끝나버린 여인...

영화가 시작되면 세상을 살아가는 일에 한없이 심드렁해 있는 쇼우가 등장한다. 물론 그냥 등장하는 것은 아니다. 감독이 전작에서 보여준 바 있는 (바로 <불량공주 모모코>에서...) 예의 현란한 색의 향연과 무수하게 스킵되는 화면을 통해 지금 쇼우가 처해 있는, 너무 프리한 탓에 오히려 자유롭지 못한 상황과 그 안에서 무료하기 그지없는 행태를 보이는 쇼우를 보여준다. 그리고 어느 순간 쇼우의 아버지가 등장한다. 그리고 쇼우에게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나 다름없었던 고모 마츠코의 유품을 정리하라는 미션이 떨어진다. 그리고 그녀의 유품들을 통해서, 그녀의 주변 사람들을 통해서 드러나는 마츠코의 일생이 시작된다.

아버지의 관심을 받고자 했던 어린 마츠코, 얼토당토 않은 상황 앞에서 제자인 요이치의 배신으로 학교를 잘린 마츠코, 심약한 동생 쿠미의 만류를 뿌리치고 집을 나가버리는 마츠코, 글을 쓴다는 불한당인 야메카와 테츠야와 동거를 시작한 마츠코(태어나서 죄송합니다), 야메카와 테츠야의 자살 이후 그의 경쟁자였던 유부남 오카노의 정부가 된 마츠코, 결국 오카노로부터 버림을 받은 마츠코...

자포자기 상태에서 일본의 변태적인 목욕 서비스인(우리나라로 치면 증기탕 쯤이 아닐까) 소프랜드의 잘 나가는 업소걸로 나서는 마츠코, 자신을 이용하려는 양아치 오노데라를 살해하고마는 마츠코, 자살을 결심하고 찾아간 곳에서 만난 이발사 시마즈 켄지와 짧은 만남을 가지는 마츠코...

자신을 사랑해주는 이발사에게 마지막 아침을 주고 결국 잡히고 마는 마츠코... 교도소에서 시마즈를 생각하며 미용사 자격증을 따는 마츠코, 출소 후 시마즈의 아내와 아이를 발견하고 발걸음 돌리는 마츠코, 교도소에서 배운 미용 기술로 미용사가 된 마츠코, 형무소 동기이며 AV 배우로 데뷔한 메구미를 만나 얼마동안 즐거운 시간을 갖게 되는 마츠코...

어린시절 자신이 학교에서 잘리도록 만든 제자 하지만 이제는 야쿠샤가 된 요이치와 함께 살기 시작하는 마츠코, 감옥에 간 요이치를 기다렸지만 출소 후 마츠코에게 한 방을 먹이고 사라져버리는 요이치를 넋을 잃고 바라보는 마츠코, 요이치로부터 내침을 받은 후 삶의 희망을 완전히 접고 늦은 나이에 아이돌 스타에게 흠뻑 빠진 마츠코, 그리고 결국 비참한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마츠코...

자기 자신을 향한 사랑에는 미약하기 그지없었으나, 타인을 향한 오매불망의 사랑에서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집중력을 보였던 여인 마츠코의 일생은, 그 일생의 면면을 자세히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혐오스럽기 그지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또다른 어떤 사람은 그런 마츠코를 기다리며 항상 ‘마츠코에게서 연락없음’이라는 문구로 일기를마무리지었으며, 마츠코를 향해 ‘나의 하느님’이었다고 회상한다. 타인을 향한 사랑 때문에 항상 외로울 수밖에 없었던 마츠코는 빈방에 돌아오며 홀로 ‘다다이마쓰(다녀왔습니다)’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 ‘얻어맞는데도 살항단데도 외톨이보다는 나아’라고 말하며 자신의 외로움을 수습하기 위해 평생 누군가를 사랑하고자 했던 마츠코에게 누가 돌을 던질 수 있으랴...

“인간의 가치라는 건 있지, 다른 사람이 무엇을 해주었냐가 아닌 거지. 다른 사람에게 무엇을 해주었냐인 거야.” 영화는 누군에게 베푼 사랑의 크기로 우리들의 가치를 재는 것이 좀더 올바른 계량법이라고 말하고 있다.오직 자신에게만 유리한 계량법을 (우리들 대부분은 누군가로부터 받고 있는 사랑의 크기로 그 사람을 재고 있어서 더욱 두드러지게) 살짝 버렸던 마츠코를 보여줌으로써 그렇게 한다.

하지만 영화는 아이러니의 방식으로 우리들에게 슬픔을 보여준다. 자신이 어떤 역경 속에 있는지 알아채지 못한 채, 순간순간의 즐거움을 향해 콧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마츠코는 슬픔을 통과시키는 여과지와 같다. 그렇게 슬픔은 우리들 관객을 향해 무시로 들이닥치는 것이 아니라, 똑똑 정제되어 노크라도 하듯이 우리들 마음을 두드린다. 그리고 그 순간 정말 혐오스러운 것은 마츠코의 삶이 아니라 그렇게 마츠코를 방치한 우리들의 삶이 되고 만다.

혐오스러운 마츠코의 일생 (嫌われ松子の一生 : Memories Of Matsuko) /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 / 나카타니 미키, 에이타, 이세야 유스케, 카가와 테루유키, 이치카와 미카코 출연 / 129분 /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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