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사람의 평범한 일상에서 풍겨져 나오는 친밀함...
참으로 편하게 글을 쓰는 작가의 장기가 잘 드러나 있다. 쓰는 사람이 편하니 읽는 사람도 쉬울 수밖에 없다, 이런 느낌... 언제나처럼 단문이며, 무뚝뚝하게 뚝뚝 이야기를 하는데도 은근하게 친밀한 감정이 갖게 되도록 유도한다. 미워할 수 없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책에는 두 편의 소설이 실려 있는데 앞쪽의 중편 소설인 「바다에서 기다리다」가 아쿠다가와 수상작이다.
「바다에서 기다리다」.
역자후기에서 지적된 것처럼 아쿠타가와 상을 수상할만한 작품인가, 라는 의문을 품게 만든다. 가벼운 소품으로의 소설과 아쿠타가와 상이라는 네임 벨류가 제대로 연결되지 않는 탓이다. 소설은 밋밋하다. 흔하디 흔한 회사원인 젊은 남자, 그 남자의 특이할 것 없는 사랑, 그 남자의 어처구니없는 죽음, 그리고 남아 있는 동료의 그를 향한 우정, 그리고 남아 있는 그 남자의 아내와 살아생전 그가 아내에게 보냈던 작은 시편들이 주는 애틋함 정도가 소설의 전부이다.
“바다에서 기다릴게 / 작은 배로 네가 다가오기를 / 나는 큰 배다 / 아무것도 무섭지 않아”
담담하게 진행되는 소설에서 그나마 강조점이 찍히는 곳은 그가 세상을 떠난 후 등장하는 그의 노트 속의 시편들이다. 연상의 직장 상사와 결혼을 한 사실에 모두들 의아해 했지만, 그 결혼에는 이처럼 애틋한 시편이 숨어 있었다. 죽기 전에 직장 동료였던 나를 만나 누군가가 먼저 죽게 되면 컴퓨터 하드 드라이브를 부숴주기로 계약을 맺지만, 그만 노트에 적어 놓은 것들의 처분까지는 신경을 쓰지 못했다고나 할까...
사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모든 삶들은 거개가 특이하다. 하지만 작가는 평범한 삶 속의 평범하기 그지없는 편린들을 모아 놓고 있다. 일을 하고, 친구들과 우정을 나누고, 일 때문에 사는 곳을 옮겨 다니고, 끄적끄적 메모를 하고, 누군가를 사랑하고, 그 누군가와 결혼을 하고, 그러다가 훌쩍 떠나게 되는 것이 바로 우리들의 삶이 아니겠는가. 우리들 대부분의 평범한 삶을 향해 작은 잔을 들고 건배를 외치는 것만 같은 소설이다.
“죽은 후에는 어떤 느낌이야?” “치과에 가서 말이야, 아무리 기다려, 도 이름을 불러주지 않을 때 같은 느낌이야. 나, 정말 예약했나? 생, 각하겠지. 그렇지만 물어볼 수도 없으니 대합실에 언제까지고 있, 는 거야.”
「노동감사절」.
“뭐가 노동 감사야, 백수에게는 이름 없는 평범한 하루일 뿐이다. 나한테 세상에 감사라도 하라는 말이냐. 웃기지 마라, 나도 오랜 세월 일하면서 세금 몽창몽창 뜯겨가며 살아왔다고...”
약간 어용의 냄새가 풍기는 메이데이쯤일까, 노동감사절이란... 소설은 서른 여섯 도리가이 교코의 노동감사절 이야기쯤이다. “이런 시시한 회의 더는 할 수 없습니다!”라며 회의실을 박차고 나오기도 하고, 아버지의 장례식장에서 무례하게 구는 과장의 머리를 맥주병으로 내리쳐버림으로써 그만 퇴직을 하게 된 나는 두 달 정도의 실업급여를 남겨 놓고 있는 백수이다.
그런 나에게 선이 들어온다. 과부가 된 어머니와 이즈음 친하게 지내는 나가다니가와 씨가 남자를 자신의 집으로 불러 편안하게 선 자리를 만든 것이다. 하지만 맞선 자리에서 상대방의 신체 사이즈를 묻는 남자에게 좋은 감정을 품기는 어렵다. 게다가 교코씨처럼 기가 센 여자에게는 더욱 그렇지 않겠는가.
“여기가 가축 시장이냐? 나도 페니스의 길이며 지름을 물어주고 싶었지만 아무래도 어머니와 나가다니가와 씨 앞이라 참았다. 차라리 그렇게 해서 그 자리를 끝내버렸더라면 시간절약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결국 나가다니가와 씨와 엄마에게 미안함을 느끼면서도 맞선 자리를 박차고 나와버린 교코... 교코는 회사에 다니던 시절의 후배를 불러내 술을 마시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지독히도 장사가 안 되는 듯한 중국집에 들러 가볍게 몇 잔의 술을 더 마신다. 노동감사절 하루가 그렇게 마무리된다.
실업 급여를 받는 노처녀의 하루는 쉽지 않다. 마치 <올미다(올드미스다이어리)>의 세 명의 친구 중 한 명이 겪었을 법한 하루와도 닮아 있어, 여전히 <올미다>에 빠져 있는 아내를 생각하며 살짝 웃어준 정도... 「바다에서 기다리다」와 마찬가지로 평범하기 그지 없는 등장인물에 평범하기 그지 없는 하루를 그리고 있다.
이토야마 아키코 / 권남희 역 / 바다에서 기다리다 (沖で待つ) / 북폴리오 / 132쪽 / 2006 (2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