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출 제로의 엑조틱한 에로티시즘...
그녀를 사랑한다면, 하지만 그 사랑이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라면, 그녀의 귀를 당신의 손으로 뚫어주어라...
영화를 보는 내내 스칼렛 요한슨으로부터 눈을 떼지 못하는 나를 발견한다. 그녀를 어디선가 본 것만 같다, 기시감이다. 그녀는 성과 속의 속성을 동시에 지닌 것처럼 보인다. 그녀의 순진함이 성을 만들지만 어느 순간 그녀의 아름다움이 속으로 이끈다. 영화를 보는내내 영화 속 화가이며 실존인물인 베르메르가 되어 버린다.
빛과 어둠이 교묘하게 교차하는, 중산층 예술가의 험상궂은 작업실과 그 예술가를 가두고 있는 감옥과도 같은 집안 구석을 스칼렛 요한슨이 작은 동선 속에 움직일 때마다 내 눈은 깜박이기조차 멈춘다.
그녀가 조용히 움직일 때마다 그 주변의 공기들이 예술적으로 변한다. 엑조틱한 에로티시즘이 발산된다. 후우하고 바람을 불다가 그대로 멈추어버린 것만 같은 입술은 복화술사의 그것처럼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지만 끊임없이 무언가를 말한다. 수줍은 응시 속에서도 도도함을 잃지 않는 눈빛은 그저 까맣게 반짝임에도 형형색색의 빛을 뿜는다.
사소한 노출조차 용납하지 않지만(영화의 원작자인 트레이시 슈발리에는 자신의 소설이 헐리우드로부터 러브콜을 받자마자 가장 먼저 여주인공을 벗기면 안된다고 지레 놀랐다고 했던가) 영화내내 풍성한 에로티시즘을 경험한다. 터번을 벗어 머리카락을 노출하는 신에서 흥분을 할 정도로 영화는 고조된 에로티시즘으로 충만하다. 푸른 두건을 쓰고 가냘프지만 범접하기 어려운 눈빛으로 화면 밖을 바라보는 스칼렛 요한슨은 그대로 한 폭의 그림이 된다.
영화는 수수께끼처럼 홀연했다고 하는 화가 베르메르의 것이며, 화가의 그림에서 영감을 받아 이를 소설로 만든 소설가의 것이며, 동시에 그 누구의 것도 아닌 스칼렛 요한슨의 것이다.
세상은 살만하다, 아름다움으로 가득함에, 귀걸이 페티시즘으로 남은 생을 살아간다고 하여도...^^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Girl With a Pearl Earring) / 피터 웨버 감독 / 콜린 퍼스, 스칼렛 요한슨, 톰 윌킨스 / 98분 / 2004 (2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