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식, 착각, 우연의 일치’인 줄 알아도 으스스한...
이케다는 ‘짱이케’라는 캐릭터로 〈오컬트 양키 채널〉이라는 유튜브를 운영 중이다. 심령이 깃든 장소를 무서움을 모르는 ‘짱이케’ 그러니까 이케다가 직접 동영상 장비를 챙겨서 찾아다니는 컨셉이다. 현재 구독자는 20만 명 정도인데 크게 수익을 내고 있지는 못하다. 그런 이케다에게 접근한 것이 프리렌서 편집자인 고바야시이다. 그는 유튜브의 내용을 토대로 《오컬트 양기 채널 공식 팬 북》을 출판하자고 제안하였다.
소설 《더럽혀진 성지 순례에 대하여》는 이처럼 두 사람이 만나 책 출판을 논의하고, 그 안에 들어갈 내용을 취사 선택하고, 그 과정에서 각색을 결정하고, 이를 위해 여러 인물들로부터 또 다른 자료와 정보를 얻는 것으로 이루어져 있다. 또한 두 사람의 만남에 일치감치 합류하여 보다 직접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호조라는 인물도 있다. 호조는 아예 유령을 볼ㄹ 수 있는 인물로 그려진다.
“그, 호조 씨는 유령이라고 생각하는 게 어떤 식으로 보이는 겁니까? ... 음, 설명하기 어렵네. 라디오에 가깝다고 해야 하나... 그러니까 엣날 라디오는 주파수가 맞을수록 음이 뚜렷하게 들리거든... 유령도 그거랑 같다는 말입니까? ... 그래, 맞아. 뚜렷하게 보이는 것도 있고, 엄청 어슴푸레하게 보이는 것도 있고, 목소리가 들리는 게 있는가 하면, 모래 폭풍 같은 소음이 들리는 것도 있어. 딱히 거리 문제도 아니고, 왜 그런 차이가 나는지는 나도 잘 몰라.” (p.107)
소설은 ‘탐욕스러운 찬탈자’인 고바야시(자살한 연예인의 언니를 인터뷰하여 자극적인 기사를 작성했고, 이로인해 그 언니가 자살하였다), ‘천박한 순례자’인 이케다(미대생인 유코와 연애를 시도하였으나 실패하고 유령에게 그녀의 죽음을 빌었다), 그리고 ‘가난한 공범자’인 호조(정화 의식을 행하는 신관을 부친으로 두고 유령을 볼 수 있었던 탓에 친구들로부터 등한시되었고 교생 선생을 위험에 빠뜨렸다) 세 사람의 회합 안에서 빌드 업 된다.
“폐공간에는 인간의 생활과 오래도록 단절된 데서 오는 매력이 있다. 썩은 다다미를 뚫고 나와서 늠름하게 자라는 대나무의 장엄함, 인가에서 멀찍이 떨어진 종교 시설이 빚어내는 디스토피아의 분위기. 그런 것은 일단 보고 나면 마음을 사로잡고 놓아주지 않는 마성을 숨기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어두운 면을 거느리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세상 사람들에게서 숨고 싶은 인간, 세상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숨기고 싶은 인간에게는 안성맞춤인 장소가 될 수도 있어서다.” (p.225)
이들 세 사람만큼 중요한 것은 이후 책에도 실리게 되는 장소들이다. 그 내부에 대량의 사진이 마구잡이로 뿌려져 있는 ‘변태 오두막’, 죽은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진 ‘천국 병원’, 1층과 2층에 두 개의 임산부 그림이 있는 ‘윤회 러브호텔’이 바로 그 장소들인데, 이케다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올리기 위하여 직접 찾아간 곳들이다. 소설에서는 이들 장소에 얽힌 실제의 사연과 왜곡된 시선이 두루 교차한다.
책의 마지막 즈음에 가면 괴담이 태어나는 이유로 ‘무의식, 착각, 우연의 일치’를 들고 있지만 작가 세스지가 조장하는 으스스한 분위기는 만만치 않다. 전작인 《긴키 지방의 어느 장소에 대하여》에서는 책의 마지막에 미개봉인 컬러 페이지를 삽입하였는데, 이번 소설에서는 그 맨 앞장에 발간된 《오컬트 양기 채널 공식 팬 북》의 일부가 컬러 페이지로 삽입되어 있다. 책을 읽으면서 간혹 앞으로 돌아와 사진을 보게 되는데, 역시 으스스하다.
세스지 / 전선영 역 / 더럽혀진 성지 순례에 대하여 (穢れた聖地巡礼について) / 반타 / 302쪽 / 2025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