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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에부는바람 Aug 02. 2024

김시우 외《추월의 시대》

적대적인 공생에 질릴 만큼 질린 다음 세대가 바라보는...

  《추월의 시대》는 ‘세대론과 색깔론에 가려진 한국 사회의 성장기’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현재 한국은 선진국에 대한 추격을 완료하고, 추월의 단계로 진입했다는 전제 하에 이러한 단계에 필요한 ‘새로운 사회비평 방식’의 필요에 따라 씌어진 책이란 설명이다. 김시우, 백승호, 양승훈, 임경빈, 하헌기, 한윤형의 여섯 저자가 참여하고 있는데, 이들은 모두 80년대생(1981년생부터 1989년생까지)이다. 


  “... 경제성장을 주도한 군부독재 세력에 협력한 관료 및 기업가 그룹이 있다. 그리고 이들을 일관되게 지지한 시민 그룹도 있을 것이다. 오늘날에 이들을 한데 묶어 산업화 세력이라고 부른다. 한편으로는 전자를 악으로 규정하며 군부독재 세력을 타도하자고 했던 운동 세력과 그들을 지지하는 시민사회 활동가들이 있었다. 그리고 이들을 일관되게 지지한 시민 그룹도 있을 것이다. 오늘날엔 이들을 한데 묶어 민주화 세력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과연 이들밖에 없었을까? 양측을 일관되게 지지한 시민 그룹 이외에 중간에서 본인들의 삶의 필요에 따라, 혹은 직관적으로 실용적 선택을 반복해온 그룹이 역사를 만들어왔다고 추정한다면 어떨까. 이들은 경제성장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에 동의했지만, 그에 집중하느라 민주주의라는 가치를 포기해야 한다는 말에는 동의하지 못했다. 한편으로 이들은 민주주의를 말살해도 된다는 주장에는 동의하지 못했지만, 경제성장에 집중한 관료들을 끝까지 추궁하고 죄악시해야 한다는 견해에도 동의하지 못했다.” (p.71)


  책은 프롤로그와 열 개의 챕터 그리고 에필로그로 구성되어 있다. 열 개의 챕터는 ‘포퓰리즘과 피드백 사회’, ‘중도파의 나라’, ‘뉴라이트: 역사의 백년전쟁과 자학사관’, ‘뉴노멀: 한국의 청년세대는 어떤 생각을 하는가?’, ‘86세대 전쟁: 기득권 규탄을 넘어서’, ‘포스트코로나 시대: 추격의 시대에서 추월의 시대로’, ‘선망국의 역설: 한국 먼저 매를 맞고 미래로 가다’, ‘공정의 재정의: 공채공화국을 타파하라’, ‘기적의 재구성:한국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한국은 아직도 약소국인가?’이다. 


  “세대론적 입장에서 넥타이부대를 파악한다면 어떨까? 우리는 흔히 얘기하는 산업화 세대와 민주화 세대가 딱 붙어 있는 것으로 이해하지만, 자세히 따져보면 일종의 점이지대가 있다. 이들은 전후 세대 혹은 베이비부머 세대라고 불린다. 이 구간에 해당하는 1954년생부터 1962년생까지 모두 합해 883만 명 정도로서 900만 명에 육박한다. 이 연령대는 앞서 추정한 넥타이부대의 연령대와 거의 정확하게 겹친다. 참고로 전형적인 산업화 세대에 해당하는1930년대생부터 1953년생까지 모두 합해 1,476만여 명, 전형적인 민주화 세대에 해당하는 1963년생부터 1969년생까지 모두 합해 715만 명 정도다. 또한 민주화 세대와 정치의식이 상당히 흡사했던 1970년대생은 900만 명 정도다.” (p.83)


  프롤로그에서는 지극히 당파적인 두 정치 진영을 넘어서는 1980년대생과 1990년대생이 함께 하는 새로운 세대의 관점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피력한다. 이들은 보수 담론이나 진보 담론으로만은 포섭되지 않는 중간 지대를 종종 거론한다. 에필로그에서는 한국 사회를 바라보는 ‘단순한 비관론’이 가지는 맹점을 지적하고, 이보다는 ‘현명한 낙관론’으로 문제를 돌파하는 것이 낫다고 역설한다. 


  “... 우리 사회에서 86세대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지도 이미 2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모호한 부분이 있다. 첫째, 86세대가 1960년대에 태어난 대다수를 말하는 것인지, 둘째, 대학에 한 번이라도 입학한 사람들만 칭하는 것인지, 셋째, 그중에서도 학생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이들을 칭하는 것인지, 넷째, 그러면서도 정치권에 입문한 사람들을 칭하는 것인지 혼란스럽다. 명시적으로 첫째와 넷째로 규정하는 사람은 거의 없고 대부분 그 중간 어디쯤으로 말하지만 떠들다 보면 모든 것이 뒤섞여 엉망진창이 되기 마련이다.” (p.153)


  어떤 부분은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고, 어떤 부분에서는 갸우뚱하기도 하였다. 어찌할 수 없는 세대 구분 상 내가 속할 수밖에 없는 86세대(386이니 486이니 586이라는 용어대신 책에서는 이렇게 통칭하고 있다)이다보니 그 부분에서 읽는 속도가 느려졌다. 아니 좀더 빨리 읽었을지도 모르는데, 별다른 생각 없이도 책에서 말하려고 하는 바가 빠르게 이해될 수 있기 때문이다.


  “... 과연 무엇이 공정일까? 원론적 답변을 한다면, 모든 사람이 자기 실력에 걸맞은 대접을 받을 수 있고 그 실력을 키우기 위한 조건을 비교적 공평하게 제공받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 청년층 일각에서 흘러나와 사회에 수용되는 ‘공정론’은 그런 것이 아니다. 공채의 벽은 더욱더 견고해야 하고 학벌의 메리트는 더욱더 강해져야 한다. 그것이 최근에 나온 ‘공정론’의 이면이다. 이 벽이 얼마나 두꺼운지를 아는 이 나라의 취업준비생들은 모두 스펙을 쌓고 대기업 공채시험에 목을 맨다. 그게 얼마나 큰 영광과 리워드를 가져다주는지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은 다시 ‘청년실업률 확대’ 및 ‘취업 지연’으로 이어진다.

  ‘시험 선발’이 유지·존속되면 ‘비용’의 문제도 생긴다. TO가 줄어든 상황에서 좋은 일자리를 주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의 격차가 커지면 평균적인 시험 준비 기간은 길어질 수밖에 없다. 그 시간을 버티게 하는 것은 대개의 경우 돈의 역할이기에 필연적으로 계층 분리가 일어난다. 공정한 ‘시험 선발’인 줄 알았던 시스템이 사실상 음서제도처럼 작동하는 것이다...” (p.258)


  산업화 세대와 민주화 세대, 좌우 혹은 진보/보수의 적대적인 공생에 질릴 만큼 질린 그 다음 세대가 어떻게 지금 사회를 바라보고 있는지를 살짝 살필 수 있었다. 한국은 이제 세계적으로도 어느 수준 이상의 수준에 다다랐다, 그 수준에 못 맞추는 것은 여전히 오래전 방식으로 다투는 당신들이다, 이제 얼른 서로 인정할 것은 인정해주고 앞으로 나아가자, 우리 80년대생이 앞장서보겠다, 로 요약해볼 수 있겠다. 



김시우, 백승호, 양승훈, 임경빈, 하헌기, 한윤형 / 추월의 시대 / 메디치 / 383쪽 / 2020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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