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원더풀 라이프>

삶과 죽음을 통찰하는, 영화에 대한 영화로 기억될...

by 우주에부는바람

이번에는 중간에 멈춤이 없이 끝까지 영화를 볼 수 있었다. 함께 영화를 본 아내의 공이 컸다. 영화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이 영화를 세 번째 보기 시작하는 것인데 두 번은 실패를 했다, 라고 고백했다. 아내는 내가 이 고백을 뱉은 이후 (더 집중해서 영화를 보는 것 같기도 하였고) 몇 번이나 꽤나 볼만한 영화인데 왜 두 번씩이나 영화 보기를 포기한 것이냐, 고 추궁하는 말투로 말했다.


<원더풀 라이프>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두 번째 극영화이다. (그의 첫 번째 극영화는 1995년작인 <환상의 빛>이다) 죽어 하늘로 오르기 전에 거쳐야 하는 림보 지역에서 보내는 7일, 이라는 설정을 기초로 한다. 모든 사람은 죽으면 일단 그곳에 도착하여 자신이 살아가면서 가장 행복하다고 여기는 기억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그러고 나면 사람들은 모든 기억이 지워진 채, 자신이 선택한 그 순간의 감정 상태를 가지고 하늘로 올라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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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앞부분은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진행된다. 림보 지역에서 죽은 사람들을 맞이하는 직원들은 일주일 단위로 들어오는 죽은 자들을 인터뷰한다. 그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행복한 기억을 골라내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서이다. 게다가 이러한 선택은 삼일 안에 이루어져야 한다. 어떤 이는 간단하게 그 순간을 고르지만 어떤 이는 그 순간을 고르지 못한다. (사실 림보 지역에서 죽은 이들을 관리하는 직원들은 그 순간을 고르지 못한 이들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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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골라내는데 어려움을 겪는 이에게는 전생애를 기록한 비디오테이프를 틀어주기도 (영화는 1998년에 만들어졌다) 한다. 일주일이라는 시간은 굉장히 빠듯하게 흘러간다. 죽은 이들이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고르고 나면, 나머지 시간 동안에는 그 순간을 재현하는 작업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직원들은 장면을 고른 죽은 이의 도움을 받아가며 그 순간에 그들이 본 것과 들은 것 등을 만들어내야 한다.


영화는 그 와중에 해피 엔딩이기도 하다. 영화에 등장한 죽은 이들은 한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행복한 순간을 찾아냈고 (재현에도 성공하여) 하늘로 올라갈 수 있었다. 이들을 돕던 직원 중의 한 명도 자신이 사랑하였던 여인의 남편 덕분에 행복한 순간을 골라낼 수 있게 된다.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많은 것이 달라지고 그것은 결국 인간의 운명과도 직결된다. 그렇게 한 명이 림보에 남겨졌지만 한 명은 하늘로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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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은 영화 <원더풀 라이프>는 삶과 죽음을 성찰하며, 동시에 영화라는 매체 자체를 다루고 있다. 내가 몇 번이나 영화 보기를 중간에 그만둔 것은 어두운 색채감 때문이었는데, 생각해보면 어두움은 (삶이 끝나고 이제 나아가는 방향을 짐작케 하는) 죽음의 뉘앙스이며, 어두움은 (스크린을 향해 전사된 빛을 뚜렷하게 확인하도록 하는) 영화의 전제 조건이기도 하다. 이렇게 <원더풀 라이프>는 기억에 남는 또 한 편의 ‘영화에 대한 영화’가 되었다.



원더풀 라이프 (ワンダフルライフ, Wonderful Life) /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 이우리 아라타, 오다 에리카 외 출연 / 118분 / 2001 (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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