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소녀는 어떻게 달라지고 무엇을 공유하고 무엇을 배제하게 되는지...
원래 내가 읽고 싶었던 것은 작가의 다른 소설인 《하얀 이빨》이었다. 하지만 민음사의 모던 클래식 시리즈에서 두 권짜리로 출판되었던 소설은 품절이었다. 중고로는 판매가 되고 있었는데, 권당 가격이 이만 오천 원 가량이었다. 나는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결국 작가의 다른 소설을 먼저 읽기로 결정했다. 그만한 돈을 지불하고 두 권의 소설을 구매하는 것이 나쁘지 않은 선택일 것인지 짐작해 보기로 했다.
“NW를 가로지르는 기다란 언덕이 햄스테드, 웨스트햄스테드, 킬번, 윌즈던, 브론즈버리, 크리클우드까지 뻗어 있다... 한때 이곳은 전체가 농장과 벌판이었다. 언덕 등성이를 따라 시골풍의 집들이 서로 지붕을 맞대고 있었다. 지금은 그 집들 대신에 800미터 간격으로 기차역이 들어서 있다.” (p.92)
소설의 제목에 들어 있는 ‘NW’는 방위를 가리킨다. 그러니까 ‘런던, NW’는 런던의 북서쪽쯤을 지목한다. 영국의 우편번호는 영문과 숫자가 결합되어 있고, 런던의 우편번호에서 NW가 들어 있는 주소를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짐작하자면 이곳은 중산층 이하의 이민자들 그리고 낙오한 백인들이 주로 살고 있는 지역이다. 리아와 내털리는 이곳에서 함께 자랐다. 학창시절에 잠시 멀어진 시기가 있었지만 어느 순간 다시 재회했다.
“그들은 선량한 시민이 아니다. 그런 점을 걱정할 만큼 품성이 좋지도 않다. 그들은 항상 다른 걸 걱정한다. 그리고 매번 진퇴양난에 빠진다. 둘은 늘 피노그리지오나 샤르도네를 산다. 두 가지 외에는 와인 이름을 모르기 때문이다. 와인은 디너파티에 가져가기 위해 샀다. 그 파티에 참석하려면 와인 한 병이 필요하다. 그들이 아는 것은 그 정도뿐이다...” (p.132)
리아와 내털리는 대학 진학 이후 서로 다른 길을 걷기 시작했다. 리아는 작은 센터에서 일하며 미셸이라는 미용사 남편과 함께 살고 있고 아직 마리화나를 피운다. 아이는 없다. 내털리는 변호사가 되었고 남편인 프랭크는 긍융권에서 일하고 있다. 내털리에게는 두 명의 아이가 있다. 얼핏 보아도 큰 격차가 있지만 리아와 내털리는 지금까지 만남을 멈추지 않고 있다. 부부 동반으로 파티에 참석하기도 한다.
“프랭크는 여전히 말이 많았다. 그는 이제 성숙한 어른의 얼굴이었고 매일 일할 때 입는 옷차림이었다. 내털리는 그의 말이 대부분 거짓이라는 사실을 안다. 프랭크가 직장에서 하는 일을 내털리에게 설명할 수 없는 이유는 그녀가 이해하기에 너무 복잡해서가 아니었다. 자신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그는 매일 거짓으로 둘러대거나 그녀를 속여 곤경에서 벗어났다. 내털리는 프랭크의 자아가 연약한데다 불안정한 기초 위에 세워졌다는 사실을 처음부터 잘 알았다. 그런 특성(그녀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남자들의 보편적인 특성이었다.)을 앞에서 말한 그의 성실성과 성적 개방성과 아름다움에 치러야 하는 작은 대가로 여겼다.” (pp.373~374)
소설은 방문, 손님, 주인, 횡단, 방문이라는 다섯 개의 챕터로 나뉘어져 있는데, ‘손님’이라는 챕터를 제외하면 주로 리아의 이야기와 내털리의 이야기로 채워져 있다. ‘주인’이라는 챕터에서 리아와 내털리의 살아온 궤적이 퀼트 형태로 조각조각 서술되는데 흥미롭다. 같은 공간을 토대로 하여 자란 두 소녀가 어떻게 달라지고 무엇을 공유하며 무엇은 배제하게 되는지를 보여준다.
『“다시 말할게. 커다란 갈색 가죽 소파와 거대한 냉장고와 이 아파트만큼 화면이 넓은 텔레비전이 있어. 어마어마한 사운드 시스템도 갖추었고. 그 사람들 새벽 2시까지는 집에 없어. ‘고객을 접대하느라’ 밖에 나가 있지. 보통 스트립 클럽에서 고객을 접대해. 그래서 커다란 집이 텅텅 비어 있지. 침실이 다섯 개인데 침대는 딱 하나야.”
“기생충들.”
리아가 와인병의 여우 그림을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리며 말했다.
내털리는 문득 자신이 ‘양심’이라고 여기는 감정에 사로잡혔다. “대다수는 좋은 사람들이야.” 내털리가 재빨리 말했다. “그러니까 한 사람 한 사람 놓고 보면 괜찮다는 거지. 그들은 재미있어. 그리고 열심히 일해. 다음에 저녁이나 함께 먹자.”
“그래, 냇. 한 사람 한 사람 놓고 보면 좋은 사람일 거야. 맞아. 모두 좋은 사람이야. 모두 열심히 일하지. 그런 사람들이 모두 프랭크의 친구일 거고. 그게 무슨 상관인데?”』 (p.406)
소설은 모두 읽었는데 《하얀 이빨》을 구매할 것인지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소설은 충분히 흥미롭다. 그러나 강하게 독자를 끌어들이는 이야기이거나, 소설의 구성을 그렇게 만들고 있지는 않다. 작가의 문체라고 부를만한 것을 분명히 가지고 있는데, 내가 그것을 분명히 좋아하는 것인지, 앞으로도 계속 좋아하게 될 것인지는 모호하다. 작가의 다른 소설을 한 번만 더 읽어보기로...
제이디 스미스 Zadie Smith / 정회성 역 / 런던 NW (NW:) / 민음사 / 543쪽 / 2019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