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아 《사랑을 말할 때 우리는》

함구되어 마땅한 혐오의 언어를 뚫고 맑은 감정으로...

by 우주에부는바람

사랑을 말함에 있어서 소외되는 이들이 없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나이가 어리다고 해서 제외되면 안 되고, 일반적이지 않다고 해서 비정상적인 것으로 치부되며 함구령이 내려져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내가 알고 있는 사랑과 그 형태가 다르다고 배제하려는 혐오의 언어는 함구되어 마땅하다. 선택의 여지가 없는 사랑의 마음이 함부로 재단되어서는 안 된다.


「사랑을 말할 때 우리는」

“옹관 안에 서로를 마주보고 있는 인골 두 구가 있었다. 이야기를 나누는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둘이 나누는 이야기는 이미 내가 되어버린 너의 이야기로 시작과 끝이 한 몸이 된, 여전히 끝이자 시작인 이야기인 것 같았다. 여름과 한나는 그렇게 느꼈다.” (p.110) 표제작이고 중편 소설의 분량이다. 전학생인 장한나와 전학 온 장한나를 챙기는 오여름 사이에 오고가는 맑은 감정을 다루고 있다. 거기에 이들의 담임 선생님인 소영과 학창 시절 친구인 선이의 관계가 흐릿하게 얹힌다. 결국 드러나는 장한나와 오여름 사이를 응원하는 친구들의 격려도 있다.


「어리고 젊고 늙은 그녀들, 스미다」

“타고난 디로 살아갈 수 있으면 그라고 살것제. 누가 그 심든 길로 가고 잡것어. 막말로 시상이 남자가 살기 좋던가 여자가 살기 좋던가이. 이녘들이 하는 말이 놈을 심들게 한다는 생각은 안 해봤는가 비여. 놈 말을 할라문 최소한 알아는 봐야 할 것 아니여? 톡 까놓고 말해서, 이녘들 스미랑 말이나 제대로 해봤는가이? 그런 것도 한 번 안 해보고, 욕하면 안 된당께. 야그를 듣는다고 그 사럼 맴까정 알 수는 읎다손 치더라도 말이여.” (pp.144~145) 트랜스젠더인 스미 씨를 향한 동네 할머니들의 시선에 대차게 항의하는 응애 여사의 일갈이 재미있다. 해림과 스미 씨와 응애 여사가 살고 있는 아파트의 구조가 눈에 잘 그려지지는 않는데, 세 사람이 서로를 향하여 보태는 이해의 마음은 눈에 선하다.


「우리들의 우리들」

“... 승재는 나에게 열 남자 친구 안 부러운 단 한 명의 게이 친구가 아니라 엄마의 게이 친구 같다. 영 틀린 말은 안다. 먼저 승재와 엄마가 친구 같은 사이가 되었고 나는 원 플러스 원처럼 엄마에게 덤으로 붙어 승재와 친구가 되었으니까...” (p.185) ’애인과 딸, 돈이 있는 간호사‘인 엄마와 ’아빠도 없고 애인도 없고 돈도 없는 고딩‘인 딸이 있다. 선택한 비혼으로 딸과 함께 사는 엄마는 자신의 성정체성으로 아이들에게 따돌림을 당하던 승재를 자신들의 커뮤니티 안으로 품는다. 이 모든 상황에 흔들리지 않고 (아니 흔들리지만 꺾이지 않는 유연함을 갖고) 생활하는 푸른하늘은 고고학에 관심을 갖는다.


「사라지는 사라지지 않는」

“... 인형과 새 모형 토기를 넣고 흙으로 덮었다. 너의 마음이 하늘에 닿기를, 영혼이 새처럼 자유로워지지기를. 어떤 모습이어도 난 널 알아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p.257) 네 개의 소설에는 고고학이라는 학문이 등장한다. 발굴의 현장이 근처에 있거나 발굴의 현장에 직접 들어가거나 발굴된 물건을 곁에 두기도 한다. 학부에서 사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고고학과 인류학을 공부한 작가의 이력이 스며든 지점이다. 내가 모르고 있거나 모른 척 하였던 어떤 감정들이 결국은 바깥으로 드러나고, 또 그것이 다시 묻혀서 영원히 간직되어버리는 수도 있을 것이다.



김한아 / 사랑을 말할 때 우리는 / 알마 / 267쪽 / 2020 (2020)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최은미 외 《2021 제66회 현대문학상 수상소설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