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식적으로 분리된 세계를 무마하려는 또 하나의 시도였을까...
*2020년 4월 5일에 작성된 글입니다.
2009년 8월에 《1Q84 : BOOK 1 4月-6月》이, 《1Q84 : BOOK 2 7月-9月》은 일주일쯤 뒤인 9월에 출간되었다. 나는 두 권짜리 《1Q84》를 읽고 쓴 리뷰의 마지막에 ‘완성되지 않은 미완의 세계’라는 표현을 썼다. 아내와 함께 왜 무라카미 하루키가 이런 식으로 소설을 끝맺었지 고개를 갸웃거렸던 기억도 있다. 나는 그리고 아내는 그렇게 소설이 끝이 난 것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런데 2010년 7월에 세 번째 권인 《1Q84 : BOOK 3 10月-12月》이 출간되었다. 그러니까 두 번째 권이 나오고 일 년여의 시간이 흐른 다음 세 번째 권이 나온 것이다. (일본에서의 출간 또한 첫 번째와 두 번째 권은 2009년 5월, 그리고 세 번째 권은 2010년 4월에 이뤄졌다.) 하지만 나는 세 번째 권을 당시에 사놓고도 읽지 않았는데, 구성으로 보자면 1월에서 3월까지를 다룬 네 번째 권이 있어야 하니, 그게 나올 때까지 버텨보자, 하는 심산이었다.
”우시카와는 자신을 리얼리스틱한 인간이라고 간주해왔다. 그리고 실제로 그는 리얼리스틱한 인간이었다. 형이상학적인 사변은 그가 바라는 바가 아니다. 만일 그곳에 실제로 뭔가가 존재하고 있다면, 이론적으로 맞든 안 맞든, 논리가 통하든 안 통하든, 그것을 일단 현실로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 그것이 그의 기본적인 사고방식이다. 원칙이나 논리가 존재하고 그다음에 현실이 생겨나는 게 아니라, 먼저 현실이 있고 그다음에 거기에 맞춰 원칙이나 논리가 생겨나는 것이다. 그래서 하늘에 두 개의 달이 나란히 떠 있는 것을 일단 사실로 그대로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고 우시카와는 마음을 정했다.“ (p.560)
하지만 그렇게 어영부영 십여 년의 세월이 흘렀고 아무래도 하루키는 여기서 멈추기로 작정한 것이 분명해 보인다. 《아무튼, 하루키》도 읽었겠다, 더 이상 읽지 않은 소설도 없고, 그러니 《1Q84》 세 번째 권을 읽어도 좋겠다 싶었다. 물론 그에 앞서 첫 번째 권과 두 번째 권도 다시 읽었다. 동생의 아내가 이미 읽은 만화를 다시 읽듯이 나는 하루키의 흘러간 소설을 그렇게 다시 읽었다.
“... 두 사람은 얼어붙은 미끄럼틀 위에;서 말없이 손을 마주잡고 있었다. 그들은 열 살의 소년과 열 살의 소녀로 돌아가 있었다. 고독한 한 소년과 고독한 한 소녀다. 초겨울의 방과후 교실. 상대에게 무엇을 내밀어야 할지, 상대방에게 무엇을 원해야 할지, 두 사람은 힘을 갖지 못했고 지식도 갖지 못했다. 세상에 태어나 누군가에게 진정으로 사랑받은 적도 없고, 누군가를 진정으로 사랑한 적도 없었다. 누군가를 꼭 껴안은 적도 없고, 누군가에게 꼭 안겨본 적도 없었다. 그 일이 앞으로 두 사람을 어디로 데려가려 하는지, 그것도 알지 못했다. 그들이 그때 발을 들인 곳은 문이 없는 방이었다. 거기에서 나갈 수는 없다. 또한 그렇기 때문에 다른 누구도 그 방에 들어올 수 없다. 그때의 두 사람은 알지 못했지만, 그곳은 세계에 단 하나뿐인 완결된 장소였다. 한없이 고립되어 있고, 그러면서도 고독에 물들지 않는 장소.” (pp.675~676)
나무위키의 내용에 따르자면 하루키는 신쵸사와의 인터뷰에서 《1Q84》는 원래 두 권으로 끝을 낸 것었으나 이후 외전의 형식인 세 번째 권을 쓴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는 두 번째 권의 마지막에 대한 여러 논란이 있었고, 하루키도 그것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으리라 생각된다. (위의 인터뷰에서 하루키는 다른 누군가가 세 번째 권을 썼다고 해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았을 것이라고도 했다.)
그래서 소설은? 다른 두 권의 소설이 아오마메와 덴고가 번갈아가며 주인공이 되는 구조였다면 세 번째 권에서는 우시카와가 독립적인 하나의 챕터로 분리되어 등장한다. 나는 지각하고 당신은 받아들인다는 퍼시버와 리시버, 리틀 피플에 의해 만들어진 도터와 그 원존재라할 수 있는 마더, 아오마메의 1Q84년과 덴고의 고양이 마을이 두 개의 달 아래에서 너무 이분법적었나? 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 / 양윤옥 역 / 1Q84 : BOOK 3 10月-12月 / 문학동네 / 741쪽 / 2010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