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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에부는바람 Jul 28. 2024

정이현 외 《사랑, 이별, 죽음에 관한 짧은 소설》

버전업의 가능성을 가늠하며 읽는...

  세 편의 소설이 실려 있는데 각각의 소설에 부제가 달렸다. 각각 정이현의 〈우리가 떠난 해변에〉는 ’사랑에 관한 짧은 소설‘, 임솔아의 〈쉴 곳〉은 ’이별에 관한 짧은 소설‘, 정지돈의 〈내 여자친구의 남자친구〉에는 ’죽음에 관한 짧은 소설‘이라는 부제이다. 부제를 보고 크쥐시토프 키에슬로프스키가 TV 시리즈인 《십계》 중 두 편(살인하지 마라, 와 간음하지 마라)을 버전 업 하여 극장판으로 만든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과 〈살인에 관한 짧은 필름〉이라는 제목이 퍼뜩 떠올랐다.

  

  정이현 「우리가 떠난 해변에」

  설과 주영, 그리고 선우... “모든 멈춘 것은 퇴색하고 틈이 벌어지고 낡아간다. 움직이지 않는 바위는 제자리에서 조금씩 바스러지고 있다. 어느 날 회색 재로 풀썩 무너져 내려 실체조차 없어질 때까지. 움직이지 않는 사랑도 언젠가 그처럼 소멸하리라는 희망만이 그동안 설을 버티게 했다.” (pp.34~35) 모두 읽고 생각해보니 등장 인물들의 이름에서 명확하게 성별을 추출할 수 없었다. 다만 이야기 안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는 과거 프로그램에서 연을 맺어 결혼에 이르렀던 이들의 이름에서는 성별이 분명하다. 한 번 자리를 잡으면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 사랑과 유별되는, 통의 모양에 따라 모습을 바꾸는 사랑도 있다고 한다. 전자는 설과 주영의 것, 후자는 노정훈 씨의 것이다.


  임솔아 「쉴 곳」

  정화와 민기는 시골에 살고 있고, 민기의 나이 차가 많은 동생 민영이 그곳을 찾는다. 불화라고 치부할 수 없는 정화와 민기 사이의 균열을 왜 민영이 바라보고 있는 것인지 자꾸 헷갈렸다.


  정지돈 「내 여자친구의 남자친구」

  내 여자친구 모어, 모어의 남편이었던 수학자 FM-2000... “그러니까 너도 너무 당황하지 마. 모어 같은 여자랑 만나려면 그 정도는 감당해야지. 니가 전남편보다 나은 점도 있잖아... 뭐? ... 살아 있다는 거... 몰랐네, 나한테 그런 장점이 있는 줄......” (p.85) 소소하지만 블랙의 유머가 난무한다. 예를 들어 죽은 자를 부활시키는 일이 가능한 세상인데, 한 남편이 죽은 아내를 부활시키려 한다. 그녀는 자살을 하였고, 그 남편은 살려낸 아내에게 자살의 이유를 묻고자 한다. 독특한 정지돈의 독특한 ’죽음에 관한 짧은 소설‘이다.



정이현, 임솔아, 정지돈 / 사랑, 이별, 죽음에 관한 짧은 소설 / 시간의흐름 / 114쪽 /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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