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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에부는바람 Jul 28. 2024

장강명 《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세상》

정치, 역사, 자연, 신화, 사랑의 영역 등으로 흘러 넘치는 과학...

  「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세상」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어디서부터 증강 현실인 것인지, 를 제대로 구분할 수 없을만큼의 증강 현실이 가능한 세상이라고 치고... 한쪽의 승리에 대해 무조건 부정가 보는, 믿고 싶은 것만을 믿고자 하는 우리의 정치 현실을 향하여 보내는 SF적 상상력이 돋보인다. 

 

  「당신은 뜨거운 별에」

  어느 날 금성애 연구원으로 보내진 엄마 수정으로부터 9-海사-Joe 라는 암호 문자가 딸 마리에게 도착한다. 그리고 이제 딸 마리는 그다지 사이가 좋지 않았던 엄마 수정을 금성으로부터 구해내기 위하여 로봇으로 금성에서 재현되는 레즈비언 결혼식을 진행하고, 방송국 사람들과 금성 탐사의 모기업이 이를 활용하고자 한다.

  

  「알래스카의 아이히만」

  한나 아렌트의 책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떠올리게 되는 대체역사소설이다. 아렌트 박사의 신문 연재 그 8년 후, ’체험 기계‘라는 것이 등장한 이후 앤 모리시 메릭이라는 프리랜서 기자가 다시 한 번 아이히만을 기사화 시킨다, 라는 설정이다. “현재 시점에서 벤야민 씨가 기억하는 아우슈비츠 체험이 아이히만 씨의 해마로 들어가는 거예요. 벤야민 씨가 아우슈비츠에서 겪은 육체적 고통의 총합이 아니라요. 아이히만 씨는 그 경험을 하나의 이야기로서 받아들이게 되고, 1969년 오늘 벤야민 씨가 품고 있는 상처와 상실감을 생생하게 느끼게 될 겁니다. 벤야민 씨가 1940년대에 아우슈비츠에서 겪은 육체적 고통이나 굶주림을 되풀이하는 게 아닙니다. 그래서 저는 이 기계를 체험 기계가 아니라 ’공감 기계‘나 ’이해 기계‘라고부르고 싶은 거고요.” (p.122) 아유수비츠의 피해자와 가해자가 자신들의 체험을, 기계를 통하여 나누게 된다면 그 결과는 어떻게 될까.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대체역사물이다.


  「나무가 됩시다」

  ’그린 라이프‘, 정식 명칭 ’자가 배양 강화엽록체세포 진피층 침습이식술‘이라는 수술이 가능해진 세상의 이야기이다. 채식주의를 완벽하게 뛰어넘는, 그러니까 이 수술을 통하면 마치 식물처럼 다른 생물체를 먹지 않아도 생명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인데...


  「사이보그의 글쓰기」

  “헤어밴드를 착용하고 스위치를 켰다고 해서 저절로 기분이 좋아지지는 않았다. 그 상태에서 글을 써야만 효과가 있었다. 그 효과라는 것도 술 취한 기분이나, 대마초와 엑스터시가 안겨준다는 흐릿하고 달뜬 상태와는 거리가 멀었다. 문자로 표현하라고 하면 ’빨리 다음 문장을 쓰고 싶다는 기분‘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다...” (p.211) 톡소플라스마와 관련한 연구 과정에서 발명하게 된 ’헤어밴드‘를 이용하여 씌어지는 소설이 있다. 소설의 제목은 ’사이보그의 글쓰기‘인데 이걸 ’사이보그의 글쓰기‘라고 부를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 


  「아스타틴」

  광활한 우주와 그 우주의 신화, 어쩌면 신들의 전투라고 해야 할까. 마블 코믹스 저리가라의 세계관이 돋보인다. 아스타틴, 이라고 불리우는 초지능의 존재, 그 존재의 뒤를 이을 15명의 차기 아스타틴의 후보들이 치르는 전쟁의 대서사시이다.


  「데이터 시대의 사랑」

  “... 만물의 구성 요소에 대한 학문이 철학에서 물리학으로 분리되었듯, 자아의 본질에 대한 연구가 신경과학으로 떨어져나왔듯, 이제 행복의 정체와 원리도 데이터 과학의 영역으로 넘어왔다. 행복은, 사람이 얼마나 자주 웃고 고개를 끄덕이는지, 얼마나 손을 활발하게 흔드는지로 규정되는 문제였다. 그 데이터가 사람들이 주관적으로 기록한 행복감과 가장 정확히 일치했다. 물질이 소립자로 구성돼 있고 자아는 신경세포들이 만든 시스템이듯 행복 또한 과학적으로 정의할 수 있게 됐다.” (pp.378~379) 이유진과 송유진의 사랑은 이런 데이터를 통하여 확정될 수 있을 것인가. 하지만 결국 사랑은 확실한 과학의 영역이 아니라 불확실한 감각의 영역이라는...



장강명 / 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세상 / 문학동네 / 403쪽 /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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