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치밀하게 축조한 사회를 자신이 34년만에 무너뜨려야 하는...
《증언들》은 원제에 딸린 부제에서 명확하게 밝히고 있는 것처럼 작가의 소설 《시녀 이야기》의 속편이다. 《시녀 이야기》가 1985년에 출간되었으니 《증언들》은 무려 34년이라는 시간을 두고 발표되는 속편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와 미래가 뒤섞인 것만 같은 암울하기 그지없는, 새롭게 도래해버린 근엄한 가부장제 사회를 그린 것이 전작이었다면 이번에는 그 사회의 몰락을 세 가지 시선으로 그려내고 있다.
“나는 자질에 소명을 맞춰 주려 애쓴다. 그러는 편이 낫고, 나는 차선을 굳게 신봉하는 사람이다. 최선이 부재할 때는.
그게 우리가 지금 살아가는 방식이다.” (p.312)
‘증언’이 아니라 ‘증언들’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소설을 이끌어가는 것은 세 명의 등장인물이다. ‘아르두아 홀 홀로그래프’라는 소제목이 붙은 것들은 리디아 아주머니가 ‘아르다우 홀’의 도서관에서 작성하고 숨겨 놓는 기록들이다. 길리어드가 만들어지던 무렵 사령관에 의해 선택되고 만들어진 최초의 네 명의 아주머니 중의 한 명인 리디아 아주머니를 통해 시초로부터 비롯된 길리어드의 파괴적이고 갈등 생산으로 범벅이 된 부조리를 명확히 하고 있다.
“진짜 치즈는 우리의 군인들이 먹어야 했기 때문에, 우리 학교 샌드위치에는 진짜 치즈를 대체하게 된 인공 치즈가 들어 있었어요. 볕이 따스했고, 잔디는 부드러웠고, 그날은 폴라의 눈에 띄지 않고 집을 빠져나오는 데 성공했기 때문에, 일단 그 순간에는 내 삶이 아주 조금은 만족스러웠어요.” (p.124)
‘증언 녹취록 369A’라는 소제목은 길리어드에서 나고 자란 ‘아그네스’의 목소리를 담고 있다. 사령관과 사령관의 아내를 부모로 두고 있지만 사실은 길리어드를 탈출한 시녀에게서 태어난 아그네스를 통해 길리어드의 상층부 가정이라는 것이 얼마나 허술한 허위로 이루어져 있는지를 증명한다고 할 수 있다. ‘아그네스’는 자라 결국 또 다른 아주머니가 되기 위한 절차를 밟기 시작하지만, 결국은 길리어드의 몰락에 기여하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나의 최후에 다다랐다. 이제 늦었다. 길리어드가 앞으로 닥칠 파멸을 막기에는 너무 늦어 버렸다. 살아서 그것, 대혼란과 붕괴를 보지 못하는 것은 유감이다. 그리고 내 나이도 늦었다. 그리고 밤도 늦었다. 여기까지 걸어오는 동안 보았는데, 구름 한 점 없는 밤이다. 보름달이 떠서 만물 위에 모호한 시체의 빛을 드리우고 있다...” (p.578)
‘증언 녹취록 369B’라는 소제목은 길리어드의 바깥, 그러니까 길리어드와 갈등을 겪는 인접국인 캐나다에서 자란 데이지가 주인공인 영역이다. 데이지는 자신을 키워준 부모가 사고로 목숨을 잃은 이후 자신이 사실은 길리어드의 시녀가 낳은 존재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녀는 그 시녀가 어린 자신과 함께 길리어드를 탈출했다는 사실과 자신이 그 길리어드의 몰락을 위해 필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인다.
“... 우리는 이 인물이 사물함에서 발견된 「시녀 이야기」 테이프의 저자가 아니라고 확실하게 배제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에 따르면, 이 인물에게는 적어도 두 아이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성급한 결론을 내리다 보면 바른 길을 잃게 되니, 가능하다면 장차 학자들이 이 문제를 더욱 면밀히 살펴보기를 바랍니다.” (p.591)
전작으로부터 십여 년이 흐른 시점을 배경으로 하는 《증언들》은 정확하게 《시녀 이야기》의 시녀에게서 혈통적으로 시작된 이야기라고 짐작할 수 있다. 《증언들》은 《시녀 이야기》가 획득하고 있는 묵직한 문장들과 충격적이고 획기적인 디테일이라는 측면에서는 감소를 감수하고 있다. 대신 조금 더 빠른 진행과 동시에 진행되는 사건과 그 사건의 겹침을 통해 소설적 재미라는 측면은 보강했다. 어쨌든 작가는 자신이 치밀하게 축조한 하나의 사회를 스스로의 힘으로 무너뜨렸다, 34년만에...
마거릿 애트우드 Margaret Atwood / 김선현 역 / 증언들 (THE TESTAMENTS: The Sequel to The Handmaid’s Tale) / 황금가지 / 597쪽 / 2019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