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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에부는바람 Jul 28. 2024

김멜라 외 《2024 제15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신선하게 무장되어 있는 픽션들... 

  김멜라 「이응 이응」

  “이응의 현자는 바야흐로 새로운 로맨틱의 시대가 열렸다고 말했다. 번식과 성욕, 사유재산이 만들어낸 오랜 통치술의 사슬을 끊어내고, 진실로 사랑의 의미를 깨우친 이들이 평등하고 자유로운 관계를 맺는 반려의 르네상스가 도래했다고 말했다...” (p.24) 오랜만에 만난 꽤나 독특한 소설이다. 이응이라는 물건이 발견된 이후 혼인율은 줄었지만 성폭력 범죄율은 줄었다. 교도소에 설치된 후 재범률이 낮아졌고, 병원에서는 환자의 회복율을 높였으며, 법원에서는 화해로 종결되는 사건이 늘어났다. 이 모든 것이 이응이라는 물건이 여기저기에 도입되고 설치된 다음 일어난 변화이다. 도대체 이응,이 무엇인지는,,, 소설을 읽어보는 것이 좋겠다. 


  공현진 「어차피 세상은 멸망할 텐데」 

  “... 총체적으로 문제였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큰 문제는 몸에 힘을 빼지 못하는 일이었다. 힘을 빼야 하지만…… 그렇다고 힘을 다 빼면 안 되고…… 이게 대체 무슨 말인가. 희주는 잘못된 답이 도돌이표처럼 되풀이되는 느낌을 받았다. 힘을 빼는 거면 빼는 거고, 주는 거면 주는 거지. 그게 바로 균형이라고 강사는 말했다.” (p.86) 수영장, 그리고 강습생을 소재로 한 소설이 나올 줄 알았다. 위의 발췌 부분은 수영을 배우는 아내가 항상 품던 의문과 정확히 닮아 있다. 아내에게 위의 문장을 읽어줬더니, 내가 쓴 거 아니야, 라며 크게 놀랐다. 소설도 재미있다.

  김기태 「보편 교양」

  ‘인간으로서 갖춰야 할 보편적인 교양과 바람직한 인성을 형성하며, 학문이나 직업 활동에 필요한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추고, 읽기는 물론 말하기와 글쓰기 등 통합적인 국어 능력의 향상을 꾀한다.’ (p.118) 고등학교 선생님인 곽은 ‘고전읽기’라는 3학년 선택 과목을 개설하면서 위와 같은 과목의 취지를 염두에 둔다. 하지만 수업에 들어오는 학생들은 그다지 그러한 취지에는 관심이 없다. 그럼에도 수업을 들은 ‘은재’라는 학생을 통하여 곽 그리고 곽이 만들고 운영한 과목은 일말의 성과를 거두게 된다.


  김남숙 「파주」

  “그건 미워하는 것보다 무서워하는 것 같은데요. 근데…… 너무 무서워하다보면 미워지게 되거든요. 무서워하는 거랑 미워하는 마음이 나중에는 잘 구별이 안 가더라고요. 그게 그거 같고, 굳이 나눠야 하나 싶기도 하고……” (p.179) 괴롭힘을 당한 이와 그의 복수라는 설정. 그러한 설정과는 별개로 위의 문장에서 한참을 머물러야 했다. 아버지도 떠오르고... 나는 아버지를 무서워했고 또 그만큼 미워했다. 그러한 관계 맺기는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 또한 알고 있다. 생각하기도 싫다.


  김지연 「반려빚」

  “그날 밤 꿈에서 정현은 반려빚과 함께 산책을 나갔다. 목줄을 한 쪽이 정현이고 목줄을 쥔 쪽이 반려빚이었다는 점이 좀 다르긴 했지만 개와 산책하는 것도 이와 비슷하리라 생각했다. 정현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목이 말라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싶어져 반려빚에게 넌지시 말을 건넸다. 카페에 잠깐 들를까? 반려빚은 정현이 꽤 가엽다는 듯이, 그러나 목줄을 쥔 자로서 단호해야만 한다는 듯이 줄을 잡아당기며 말했다. 집에 커피 믹스 있잖아. 정현은 카페 쪽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쉽사리 포기하지 못하고 꽤 오래 낑낑거렸지만 별도리가 없었다...” (p.207) 반려빚이라는 조어가 주는 블랙 유머의 강도가 세다. 서울 시민의 1인당 가계 부채는 1억이 넘고, 자영업자의 1인당 부채는 (2022년 기준) 1억 8천만 원이다. 혼자 사는 이이이든 가정을 이루고 사는 이이든 직장인이든 사업자이든 가리지 않고 모두가 (불)공평하게 부채를 가지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참으로 찌질하게 들여다보고 있는 소설이다.

 

  성해나 「혼모노」

  자신에게 들어와 있던 신이 빠져 나갔음을 알게 된 무녀, 게다가 그렇게 빠져나간 신이 자신의 근처에 거처를 삼은 신애기에게 들어갔음을 알게 된 무녀... 무엇이 진짜이고 무엇이 가짜인지, 그렇게 진짜와 가짜를 판별하는 기준이 되는 것은 무엇인지... 


  전지영 「언캐니 밸리」

  왜소증의 택시 기사와 그가 청한동의 저택에 실어 나른 여인 그리고 그 여인이 당한 사고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건 그렇고 ‘언캐니 밸리(uncanny valley)’는 ‘로봇이 점점 사람의 모습을 닮아갈수록 로봇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지다가 어느 수준을 넘어서면 다시 거부감이 급상승하게 된다’는 의미인데, 이 소설에서 어떻게 적응되는지를 정확히 짚어내기는 힘들었다. 



김멜라 외 / 2024 제15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 문학동네 / 369쪽 /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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