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하지 못하는 마음과 이미 시작된 실상의 시절...
“... 개 짖는 소리처럼 들리는 말을 쓰는 그들은 어린아이처럼 짐승 모피에 굶주려 찾아올 것이다. 그들은 영원히 땅에 울타리를 치고, 모든 나무를 머나먼 나라로 실어가고, 순간의 쾌락을 위해 아무 여자나 마음대로 취하고, 땅을 망쳐놓고, 신성한 장소를 더럽히고, 우둔하고 상상력이 부족한 신을 숭배할 것이다. 그들은 돼지들이 제멋대로 풀을 뜯게 풀어놓아, 바닷가를 다시는 푸른 식물이 자라지 못하는 모래언덕으로 바꾸어놓았다. 그들은 대지의 영혼으로부터 땅을 떼어내 사겠다고 우겼다. 그들은 고아들처럼 만족을 몰랐다. 온 세계를 다 씹어 삼키고 모든 원시 부족을 파괴해버릴 무시무시한 공포를 뱉어내는 것이 그들의 운명이었다...” (p.79)
소설에 등장하는 인디언 처녀 리나가 속해 있던 아메리카 원주민 그룹의 추장은 위와 같이 말했다. 시절은 바야흐로 영국의 여러 계층이 무엇에 홀린 듯 신대륙을 찾을 무렵이다. 토니 모리슨이 주로 다루는 남북전쟁이 끝난 1800년대 말 이후가 아니다. 그로부터 이백여년을 더 거슬러 올라간 1600년대 말이 소설의 배경이 되고 있다. 유럽인이 곧 돌아갈 것이라고 예언했던 추장은 위와 같이 말함으로써 자신의 실패한 예언을 반성했다.
“... 갑자기 하늘에서 참새떼가 내려와 나무에 앉아요. 어찌나 많은지 나무에 잎이 아니라 새들이 돋아난 것 같아요. 리나가 손가락으로 가리켜요. 우리가 세상을 만드는 것이 아니야, 리나가 말해요. 세상이 우리를 만들지. 갑작스럽게, 조용히 참새들이 날아가버려요... 난 리나를 이해하지 못하겠어요. 당신이 나를 만들고 나의 세상도 만들어요. 그것으로 된 거예요. 선택할 필요도 없어요.” (p.102)
구대륙으로부터 넘어온 제이컵 바크가 만들어낸 공동체에는 아내 레베카와 인디언 처녀 리나 그리고 흑인 소녀 플로렌스와 혼혈 처녀 소로가 살아가고 있다. 제이컵 바크는 다른 백인들과는 달랐다. 그는 구대륙으로부터 불러들인 아내 레베카를 사랑했고, 버려진 소녀들을 거두었고, 채무를 대신하여 받은 흑인 소녀를 죽은 딸을 대신하는 존재로 여겼다. 그와 함께 하는 이들도 그렇게 여겼다.
“그들 사이에는 늘 엉킨 실 같은 것이 있었다. 그런데 이제 그것이 끊어져버렸다. 여자들 각각이 스스로를 자기 안에 가두고, 다른 이에게는 통하지 않을 생각들로 자기만의 거미줄을 자았다...” (p.191)
하지만 제이컵 바크는 자신의 영토에 거대한 저택을 짓는 과정에서 병에 걸리고 그만 죽고 만다. 이제 그곳은 여인들의 공동체가 된다. 그들을 돕는 백인 남자들 스컬리와 윌러드가 있지만 결국 병에 걸린 레베카의 병을 고쳐줄 대장장이를 찾아가야 하는 것은 흑인 소녀 플로렌스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플로렌스는 대장장이를 잃고 만다. 병에서 회복된 레베카도 이전의 레베카와는 다르다.
“... 당신은 자유인보다 더 자유로운 노예를 안다고 했어요. 하나는 당나귀 가죽을 쓴 사자예요. 또하나는 사자 가죽을 쓴 당나귀고요. 내면이 시들어가는 것이 사람을 노예로 만들고 야생 상태로 가는 문을 열어주는 거예요...” (p.226)
제이컵 바크는 소녀들을 노예로 다루지 않았지만 그녀들이 노예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결국 그녀 자신들 뿐이다. 리나도 플로렌스도 소로도 아직은 자신의 내면에서 벌어지는 여러 갈등들을 해석할 힘을 가지고 있지 않다. 하지만 그러한 무력함은 제이컵 바크에게도 레베카에게도 마찬가지로 작용한다. 그저 한 쪽은 자신들의 욕망을 추구하는 형태로, 다른 한 쪽은 자신들의 욕망을 제거해가는 형태로 존재하기 시작했을 뿐이다.
“그건 기적이 아니었어. 기적은 하느님이 내려주시는 거지. 그건 자비였단다. 인간이 주는 것. 나는 무릎을 꿇은 채 일어나지 않았어. 내 심장은 내가 알고 있고 너에게 애타게 말해주고픈 것을 네가 이해할 때까지 매일 밤 매일 낮 그 흙먼지 속에 그대로 있을 거야. 다른 이를 지배할 힘을 넘겨받는 것은 힘든 일이지. 다른 이를 지배할 힘을 빼앗는 것은 잘못된 일이고. 자신을 지배할 힘을 다른 이에게 넘겨주는 것은 사악한 일이란다.” (p.236)
어쩌면 아직 노예제가 완전히 정착되기 이전인 그 시절, 무엇이 그들을 노예로 만들었는지, 어떤 실상이 그들을 노예로 떨어뜨렸고, 어떤 마음이 그들을 노예로 머물게 만들었는지를 소설은 보여주고 있다. 그들의 예측하지 못하는 마음과 이미 시작된 그들의 실상이 꽤나 시적인 문장들 위로 도포되고 있다. 어둠의 기원이라고 부를만한 시절을 향하여 자그마한 빛들을 흩뿌려놓은 것 같다.
토니 모리슨 Toni Morison / 송은주 역 / 자비 (A Mercy) / 문학동네 / 243쪽 / 2014, 2019 (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