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상실이나 분실을 직시하는 또다른 영혼을 가진...
다와다 요코는 1960년 일본에서 태어났고, 1982년 독일로 건너간 이후에는 베를린에 거주하면서 독일어와 일본어로 소설과 에세이 등의 글을 쓰고 있다. 작가는 모국어가 불러일으키는 자연발생적인 사고방식에 항거한다는 의미에서 스스로 선택한 외국어로 글을 쓰기로 작정하고 그렇게 하고 있다. (어쩌면 줌파 라히리의 최근 행보가 연상되기도 하는데, 인도계 미국인으로 영어로 글을 썼던 줌파 라히리는 이제 이탈리아어로 글을 쓰고 있다.)
“... 인간의 몸 또한 통역 작업이 행해지는 여러 방을 가지고 있다. 내 추측에는 여기에서는 원본이 없는 통역이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물론 모든 사람들이 태어날 때 원본 텍스트를 갖는다는 기본 생각에서 출발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은 이 원본 텍스트가 보존되는 장소를 영혼이라고 부른다.” (p.23)
작가는 일본에서 독일로 건너가는 과정에 시베리아 횡단 철도를 이용하였는데, 그 여행이 건넨 감응을 잊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여러 인터뷰에서 이를 거론하였고 이 책의 한 꼭지인 <유럽이 시작되는 곳 ‘Wo Europa Anfangt’>에서도 그 여행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그 방식이 친절하지는 않아서, 우리는 그 여행이 어디에서 시작되었고 언제 기록된 것인지를 확인할 수는 없다.
“영혼은 비행기처럼 빨리 날 수 없다는 것을 인디언에 관해 쓴 어떤 책에서 읽은 적이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비행기를 타고 여행할 때 영혼을 잃어버리고 영혼이 없는 채로 목적지에 도착한다. 심지어는 시베리아 열차도 영혼이 나는 것보다 빨리 간다. 나는 처음 유럽에 올 때 시베리아 기차를 타고 오면서 내 영혼을 잃어버렸다. 내가 그 다음에 다시 그 기차를 타고 돌아갔을 때 내 영혼은 유럽으로 가는 길 어딘가에 있었다. 나는 내 영혼을 잡을 수 없었다. 내가 다시 유럽에 올 때 내 영혼은 일본으로 가는 길에 있었다. 그 다음에 나는 몇 번 비행기를 타고 오고가고 했는데 도무지 내 영혼이 어디에 있는지를 알 수 없었다. 어찌 되었든 그것이 여행자들은 왜 모두 영혼이 없는지에 대한 이유가 된다. 큰 여행에 대한 이야기는 영혼이 없는 상태에서 만들어진다.” (pp.26~27)
아마도 그것은 그렇게 일본에서 시작되고 시베리아를 거쳐 독일에 다다르는 동안 스스로 영혼을 놓치게 되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모국인 일본과 다른 나라를 오고가는 사이의 어느 즈음에 작가의 영혼은 놓여 있다. 통역을 위한 ‘원본 텍스트’라고 저장되는 장소라고 작가가 일컬은 ‘영혼’이 그렇게 길 위에 있다. 어느 한 곳에 정착할 수 없는, 정착하고 있는 동안에도 정착해 있다고 할 수 없는 작가의 이력은 그렇게 부유한다.
『사람들은 어떤 외국어를 배울지 선택할 수 있다. 그에 반해 모국어는 그렇지 않다. 거트루드 스타인은 다음과 같이 썼다. “나는 미국인이고 인생의 반을 파리에서 살았고 나를 만든 반이 아니라 내가 만든 반이 오늘날의 내가 만든 것을 만들었다.” 즉 사람들은 다음처럼 말할 수 있다. 모국어는 사람을 만들고 사람들은 그러나 외국어로 뭔가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p.161)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일본어 작품으로 일본에서 아쿠다가와 상, 다나자키 준이치로 상 등을 수상하였고, 독일어 작품으로 독일에서 레싱 문학상, 괴테 문학상 등을 받았다. 그런 면에서 작가는 영혼을 놓친 것이 아니고 영혼을 놓아준 쪽에 가까운 것인지 모른다. 영혼을 상실하거나 분실한 것이 아니라 영혼의 상실이나 분실에 눈 감지 않고 그것을 똑똑히 바라보고 기록하는 이에 가깝다.
“... 일본의 동요에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검은 염소가 어느 날 하얀 염소에게 편지를 받아서 읽지 않고 먹어 버렸다. 그 다음에 후회하면서 하얀 염소에게 편지를 써서 첫 번째 편지에 뭐라고 썼느냐고 물어보았다. 하얀 염소는 이 편지를 읽지 않고 먹어 버렸다. 그 염소는 나중에 후회하면서 편지에 뭐라고 썼냐고 물어보았다. 그렇게 이야기는 계속 이어진다.” (p.157)
모국어에 얽매이지 않고 두 개의 언어로 사고하며, 국가와 국가 사이의 경계를 허물고자 하는, 일종의 세계주의자라고 할 수 있는 작가의 세계관이 지금의 시기에 더욱 눈에 밟힌다. 어쩌면 국가 간의 관계는 내용 없는 편지를 끊임없이 주고받는 일본의 동요 속 염소들의 관계처럼 되어 가고 있다. 그저 질문으로만 채워진 편지에서 나아가 자신이 원하는 내용으로만 채워진 편지를 끊임없이 주고받는다. 상대가 그것을 읽지 않을 것을 알고 있으므로...
다와다 요코 / 최윤영 역 / 영혼 없는 작가 (Talisman Uberseezungen Wo Europa Anfangt) / 을유문화사 / 176쪽 / 2011 (19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