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도서관》은 일종의 그림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단편 소설의 분량인데, 동독 출신의 일러스트 작가인 카트 멘쉬크의 그림이 함께 한다. 카트 멘쉬크는 이 책 이외에도 《버스데이 걸》로 하루키와 콜라보 작업을 했다. 하루키의 어둡고 몽롱하고 모호하고 기괴한 단편과 카트 멘쉬크의 그로테스크한 그림풍이 잘 어울린다. 하루키의 초기 작품에 등장하는 양 사나이를 그림으로 확인할 수도 있다.
“... 나는 그대로 몸을 돌려 집으로 달아나고 싶어졌다. 하지만 달아나지 않았다. 그런 식으로 길들여졌기 때문이다. 일단 노크를 했으면 대답을 기다려야 한다.” (p.10)
소설은 도서관에서 책을 찾기 위해 지하실로 내려간 내가 겪는 이상한 이야기이다. 어쩌면 이것은 내가 겪지 않아도 되는 일이지만 결국 겪게 되고 마는데, 그것은 내가 ‘생각과는 전혀 다른 말이나 행동을 해버리는’ 결과물일지도 모른다. 뒤돌아서 달아날 수도 있지만 그러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하루키 자신은 한 번 시작하면 어떤 식으로든 멈추지 않고 이야기를 주욱 밀고 나가고 만다는 고백 같기도 하다. 하루키는 야이기에 길들여져 있다.
『“그게, 지식이 가득 찬 뇌라는 건 무척 맛이 있거든. 아주 걸쭉하고 진해. 알맹이 같은 것도 많고.”
“그래서 한 달 걸려 지식을 가득 채우게 한 다음에 그걸 빨아 먹는 거군요?”
“그렇단다.”
“그건 너무 심하잖아요.” 나는 말했다. “즉 빨아 먹히는 입장에서 보자면 말이에요.”
“하지만 그건 어느 도서관에서나 다 하는 일이야. 많든 적든.”
나는 그 말을 듣고 어리둥절해져버렸다. “어느 도서관에서나 다 한다고요?”
“지식을 대출해주기만 하면 도서관은 계속 손해를 보게 되잖아.”
“하지만 그렇다고 톱으로 머리를 자르고 뇌를 빨아 먹다니, 그건 너무한 거 같아요.”
양 사나이는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한마디로 너는 운이 나빴던 거야. 세상에는 말이지. 그런 일도 이따금 있는 거란다.”』 (p.32)
이상한 이야기의 발단은 위의 장면으로 정리할 수 있다. 이 씨앗이 점점 커져서, 나는 도서관의 지하에서 노인을 만나고, 그에게 감금당한 채 책을 읽어야 하고, 결국에는 뇌를 빨아 먹히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인다. 그 와중에 노인 곁에 있는 양 사나이를 만나고 식사를 가져다주는 소녀를 만나고 소녀에게 찌르레기와의 만남을 부탁하고, 개에게 물렸던 과거의 기억이 등장하고, 결국 찌르레기가 된 소녀의 도움으로 도서관을 탈출한다.
“... 미로가 난처한 것은 내가 선택한 길이 옳은지 옳지 않은지 끝까지 가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다는 점이다. 그리고 끝까지 가서 잘못 되었다는 것을 알았을 때는 이미 때늦은 일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게 미로의 문제점이다.” (p.63)
어른이 읽는 동화 같지만 하루키 소설의 여러 상징들이 구석구석에 숨겨져 있다. 소설이 너무 금방 끝나버려서 아쉽지만 그 아쉬움까지가 이 소설의 역할인지도 모른다. 서점에서 어떤 형태로 팔리고 있는지 알 수 없는데, 밀봉된 채로 전시되는 것이 아니라면 잠깐 서서 후루룩 읽어버릴 수 있는 정도의 분량이다. 아 그러고보니 서점이 아니라 도서관의 후미진 구석에서 (지하라면 더 좋겠고) 읽으면 꽤나 효과적인 독서가 되겠다.
무라카미 하루키 / 카트 멘쉬크 그림 / 양윤옥 역 / 이상한 도서관 / 문학사상 / 75쪽 / 2014 (2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