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적인 새드 엔딩 대신 동화적인 해피 엔딩으로...
에니드는 나이 마흔여덟에 첫 임신을 하고 아들을 출산한다. 에니드와 오노라가 ‘체념하고 아기를 사랑하기로 했다’ 라고 하는 것을 보면 보기 드물게 못생긴 남자아이였다. 그래서 아내는 ‘저 아이를 차라리 도가머리 리케라고 부르면 어떨까요?’라고 묻기도 한다. ‘도가머 리케는, ’페로의 영화에 등장하는, 못생겼으나 총명한 왕자. 아름답지만 멍청한 공주와 사랑에 빠진다.‘, 라고 설명된다. (도가머리는 새의 머리에 길고 더부룩하게 난 털을 의미한다.)
‘도가머리 리케’는 이 소설의 원제이기도 하고, 페로의 동화의 제목이기도 하다. 소설에서 ‘도가머리 리카’라고 불릴 뻔하였던 테오다는 이 동화 속의 왕자가 현대적으로 변용된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소설의 말미에 역자가 이 동화를 축약하여 소개하고 있다.) 테오다는 아이큐가 180으로 그 못생김으로 아이들의 놀림을 받지만 그것에 주눅들 필요가 없다. 그시간에 조용히 새를 관찰하고 사색할 뿐이다.
“... 새들은 아무리 멋져도 나름의 모순, 실패한 시도, 기괴함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그들을 관찰하다 보면 결코 지루할 새가 없었다. 그것들은 하나의 세계를 구성했다. 그 세계가 가정하는 음모, 영웅, 광대들과 함께...” (pp.79~80)
동화 속 공주의 역할을 하는 것은 리에르와 로즈의 딸인 트레미에르이다. 지극한 아름다움을 가지고 태어났고, 오히려 그것이 트레미에르가 아이들로부터 따돌림을 받는 원인이 되고 만다. 아름답지만 멍청하였다, 라고 소개되는 동화 속 공주가 변형된 캐릭터이지만 멍청하다, 라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자신의 아름다움을 이용하는 일에 서툴렀다고 보는 것이 낫겠다. 소설에서는 그녀의 아름다움이 적당한 선을 넘어선 탓이라고 하지만.
“사람들은 극도의 아름다움에 무심하지 않다. 그들은 아주 의식적으로 그것을 미워한다. 극히 못생긴 사람은 가끔 약간의 동정을 불러일으키지만, 극히 아름다운 사람은 연민은커녕 화만 치밀어 오르게 한다. 성공의 열쇠는 아무도 불편하게 만들지 않을 정도로 적당히 예쁘장하게 생기는 데 있다.” (p.85)
그렇게 두 사람은 각자 머리가 너무 좋은 추남, 쓸모없는 아름다움을 지닌 미녀로 성장해간다. 두 사람의 어린 시절에는 어떤 접점도 없다. 테오다는 결국 조류를 다루는 학자가 되고, 트레미에르는 보석 모델로 이름을 알리게 된다. 그 사이 테오다는 물리치료사인 사스키아와 지독한 사랑을 하였고, 트레미에르는 자신을 키워준 할머니 파스로즈로부터 물려받은 보석과의 교감 능력을 갖고 있다.
“문학의 단골 메뉴는 말할 것도 없이 사랑이다. 그 주제에는 저항할 수가 없다는 것을 믿어야 한다. 세계적으로 위대한 작가치고 사랑에 단 한 줄도 바치지 않은 이는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다.
그런데 연애 소설의 걸작들을 지배하는 거의 절대적인 규칙이 있다면, 그것은 이야기가 아주 안 좋게 끝나야 한다는 것이다. 안 그러면 사람들은 그것을 삼류 소설로 간주한다. 마치 위대한 작가가 문학의 단골 메뉴에 접근하는 것을 용서받기 위해 통회의 기도 삼아 거기에 비극적인 결말을 집어넣는 것처럼...“ (p.201)
두 사람은 소설의 말미가 되어서야 만난다. 추남과 미녀인 둘은 지난한 성장 과정을 뒤로 한 채 드디어 서로에게 알맞은 짝을 찾았다. 테오다는 자신의 사스키아와의 지난 사랑을, 트레미에르는 자신이 할머니로부터 물려받은 능력을 비밀로 한 채로 계속해서 잘 살아갈 것이다. 아멜리 노통브는 비극적인 결말이라는 위대한 연애 소설의 길을 버리는 대신, 그리고 두 사람은 행복하게 잘 살았다는 동화의 결말을 제 것으로 삼았다.
아멜리 노통브 Amélie Nothomb / 이상해 역 / 추남, 미녀 (Riquet À La Houppe) / 열린책들 / 224쪽 / 2019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