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칼 키냐르 《눈물들》

니타르와 아르티니를 통로로 삼아 프랑스어 탄생의 순간으로...

by 우주에부는바람

*2019년 4월 5일에 작성된 글입니다.


나는 파스카 키냐르의 ‘마지막 왕국’ 시리즈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니까 프랑스에서는 이미 10권까지 나와 있다. 그 중 Ⅷ, Ⅰ, Ⅱ, Ⅲ이 우리말로 번역되었다. Ⅷ을 앞에 놓은 것은 Ⅷ에 해당하는 《은밀한 생》(1998)이 Ⅰ, Ⅱ, Ⅲ에 해당하는 《떠도는 그림자들》(2002), 《옛날에 대하여》(2002), 《심연들》(2002)보다 먼저 발간되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은밀한 생》이 2001년에 《떠도는 그림자들》이 2003년에 《옛날에 대하여》와 《심연들》이 2010년에 출간되었다.


“바로 842년 2월 14일 금요일 아침 끝자락, 추위 속에서 그들의 입술 위로 기이한 안개가 피어오른다.

이 안개를 프랑스어라고 부른다.

니타르는 최초로 프랑스어를 문자로 기록한다.“ (p.140)


《눈물들》은 니타르와 아르타니 그리고 루키우스 등의 인물을 내세우는 외양을 띠고 있지만 전형적인 방식으로 접근하는 소설은 아니다. 파스칼 키냐르는 오래전 이야기를 오래전의 방식인 것처럼 다루고 있다. 열 개의 챕터는 각각이 한 권의 책인 양 제목을 붙였고, 그 안에 일곱 개에서 열네 개 사이의 소단락을 가지고 있다. 이것들을 통해 파스칼 키냐르는 프랑스어 문자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을 기린다.


“어둠의 이 새를 고양이라고도 한다. ‘올빼미 울음소리를 내는 고양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나무를 헐벗게 하고 대지를 움츠리게 하는 추위 속에서 새가 갑자기 ‘위’라는 야릇한 소리로 울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싱글과 더블, 실제 모습과 반영(反影), 자기 얼굴과 쌍둥이 형의 얼굴, 니타르와 아르티니, 유일본과 복사본 사이에서 정한 바 없이 그저 올빼미가 운다고 할 때는 ‘ululer(윌륄레)’라거나 ‘huer(위에)’ 동사를 사용한다.“ (p.99)


프랑스어가 사용된 스트라스부르 조약을 작성한 것이 바로 소설 속의 니타르Nithard이다. 그는 궁정에 소속된 역사가였고, 프랑크 왕국의 국왕인 샤를마뉴의 외손자였다. 책에서는 니타르와 함께 아르타니Hartnid를 함께 등장시킨다. 니타르가 역사적으로 확인된 인물인 반면, 아르타니는 정확하지 않다. 파스칼 키냐르는 니타르Nithard의 철자를 재배치하여 아르타니Hartnid를 창조했다.


“... 루키우스 수도사는 허둥지둥 방으로 달려가 나무로 된 들창문을 열었다. 그러면 고양이가 나타나 펄쩍 뛰어내렸고, 그의 목덜미에 차가운 콧잔등을 들이밀었다. 그의 머릿속에는 온통 고양이 생각뿐이었다. 오직 어루만지기, 애무 자체에 탐닉한 애무, 무심한 속삭임, 코 고는 소리, 누그러진 울음소리, 가르랑거리는 소리, 치간음의 발성, 까끌까끌한 혀로 슬쩍 핥기, 동의를 표할 때는 가늘게 눈을 뜨고 휴식과 포근함에 취하면 반쯤 감기는 두 눈만을 꿈꾸었다.” (p.25)


쌍둥이 형제 니타르와 아르타니의 엄마는 샤를 대제의 딸인 베르트였고, 아버지는 앙길베르 공작이었다. 그리고 이 둘은 수도사 루키우스 아래에서 함께 공부하였다. 성장한 이후 니타르는 자신의 세계에 남아 프랑스어로 된 최초의 문서를 남겼지만, 아르타니는 어느 날 자신만이 알고 있는 얼굴의 여자를 찾아 길을 떠났다. 그것은 아주 기고 긴 여행이었고, 결국 그는 자신만이 알고 있는 얼굴의 여자를 찾는 데는 실패했다.


“... 그들은 날짜와 시간을 대조하고 이름을 비교한다. 이미 3백 년의 세월이 흘렀다. 니타르가 수도원장직에 있던 시기였다. 그는 베르트와 앙길베르의 아들이고, 샤를마뉴의 손자이며, 대머리왕 샤를의 왕실 비서관을 지냈던 인물로서 옛 성당의 포치 맞은편 포석 아래 매장되었다...” (pp.242~243)


니타르는 844년 피핀 2세와의 싸움에서 죽었다. 아르티니는 877년 일흔아홉 살의 나이로 죽었다. 아르티니의 죽음은 파스칼 키냐르가 만든 것이다. 그리고 아르티니는, 루키우스 수도사가 30분 같은 3백 년의 세월이 흐른 다음 수도원에 홀연히 다시 나타나듯이, 내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4백 그램 정도가 나가는 올빼미의 모습이었고, 올빼미는 내가 건네는 벌레를 먹고 나서는 새벽까지 나와 담소를 나누었다.



파스칼 키냐르 Pascal Quignard / 송의경 역 / 눈물들 (Las Larmes) / 문학과지성사 / 271쪽 / 2019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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