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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에부는바람 Aug 08. 2024

박상영 외 《2019 제10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젊은 소설가들의 어떤 경향을 발견하는 것은 요원하고...

  박상영 「우럭 한 점 우주의 맛」 

  “엄마 암이래! 자궁암! 할렐루야다... 하도 호들갑을 떨어 암이 아니라 복권에라도 당첨된 줄 알았다. 그녀는 보름 전 뱃속에 진달래꽃이 만개하는 꿈을 꾼 후 ‘아무래도 예감이 좋지 않아’ 건강검진을 받았고 자궁암 확진 판정이 내려졌다. 인맥 관리 차원에서 교회 사람들에게 들어놓은 여러 개의 암보험에서 진단비만 이 억이 넘게 나온다고 했다...” (p.15) 우리 소설에서 보기 드문 엄마 캐릭터가 나온다. 물론 현실에서는 드물지 않게 보이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소설의 말미에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고 믿었던 존재가, 실은 커다란 미지의 존재일 수도 있다’고 나는 생각하는데, 그 대상은 엄마이면서 동시에 나의 상대였던 그이기도 할 것이다. 책에 실려 있는 수상작들 중 가장 앞에 있는 대상 작품인 소설이기도 한데, 중편에 가까운 분량이다. 덕분에 다른 해에 비해 책이 조금 두꺼워졌다. 여타의 소설과 결이 다른 엄마 캐릭터 그리고 성소수자들의 사랑이라는 소재의 소수성이 대상 결정에 영향을 끼쳤으리라고 보지만, 어떤 문장들 그리고 문장의 연결에서는 유치함이 느껴져서 곤혹스러웠다.


  김희선 「공의 기원」

  제목 그대로이다. 우리나라 최초로 정식의 축구공이라고 불릴만한 공을 보고 그 공을 차보고 또 그 공과 함께 사진이 찍히는 보기드문 경험을 한 선조를 증조부로 두고 있는 박흥수는 지금 축구공을 만드는 업체를 운영 중이다.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서부터 허구인지를 구분하는 일은 소설의 독법에 아무런 영향도 행사하지 않는다. 


  백수린 「시간의 궤적」

  “... 우리는 폭우 속을 달렸다. 웃음을 터뜨리면서. 머지않아 거짓말같이 비가 그치고 해가 날 거라는 사실엔 관심조차 없는 사람들처럼. 지금도 그날을 추억하면 빗속을 뛰어가는 언니와 나의 모습은 손끝에 닿을 듯 생생하고, 그러면 나는 어김없이 울고 싶어진다.” (p.180) 프랑스 어학원에서 만난 나와 주재원이던 언니 사이의, 어느 한 때의 이야기이다. 이국의 정경의 묘사보다는 그곳에서 맺는 관계에 집중하여 소설을 진행시키고 있다.  


  이주란 「넌 쉽게 말했지만」

  나는 고향으로 내려가 엄마와 한 집에서 살게 되었다. 처음에 엄마는 나의 낙향과 동거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이제 일하는 엄마를 위해 만드는 식사에 긍정적으로 반응한다. 나는 고향의 친구들과 다시 연락을 취하고, 아파트의 어린 지유와 지우에게 마이쮸를 건네며 관계를 만들어가는 중이다. 그리고 M, 이어져 있다고 보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알 수 없는 M과의 데이트라고 부르기도 그렇고 부르지 않기도 그런 시간들이 기록되어 있다.


  정영수 「우리들」

  정영수의 소설은 어쨌든 평균 이상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어떤 소재이든 나름의 독창성을 부여하는 방법을 알고 있는 작가라는 느낌이다. 정은과 현수, 두 사람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글로 적기로 작정하고, 나를 고용한다. 나는 두 사람과 어울리고, 그들이 작성한 원고를 검토하는 일을 한다. 어느 순간 정은과 현수의 관계가 드러나고, 나는 관계가 끝난 연인이라고 할 수 있는 그러나 어떤 여지가 남아 있는 것은 아닌지 헷갈리는 연경과 두 사람을 연결시켜 생각한다. 불명확하지만 문학의 어떤 본질에 접근해보고자 했을 것이라는 해석의 여지를 가질 수도 있다. 다른 것은 차치하고 작가의 문장은 유려하게 흐른다. 거기에 내 의식을 두둥실 맡길 만 하다. 


  김봉곤 「데이 포 나이트」

  데이 포 나이트, 는 낮에 찍은 영상을 밤에 찍은 영상처럼 보이게 만드는 촬영 기법을 말한다. 그러니까 어떤 조작일 수 있겠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그것을 촬영하는 순간, 이후 이 장면이 낮이 아닌 밤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내가 사랑했던 선배는 게이를 포비아하는 게이라고 보아야 할 것인데, 어쩌면 그 선배 혹은 그 선배를 향한 나의 열정을 데이 포 나이트, 와 연관시켜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미상 「하긴」 

  드라마 <스카이 캐슬>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어떤 이들은 저 드라마 속 부모들의 행동을 보며,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고 있는 것일 뿐인데도,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안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자위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드라마 앞뒤로 붙는 교육 컨텐츠 관련 광고를 보며 그런 생각은 더욱 곤고해졌다. 광고쟁이들의 촉이 그것을 놓칠 리 없다. 소설에도 그런 부모가 등장한다. 그리고 그들은 동지라는 이름으로 서로를 부르던 한 시절을 함께 통과하였던 전력이 있다. 



박상영, 김희선, 백수린, 이주란, 정영수, 김봉곤, 이미상 / 2019 제10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 문학동네 / 390쪽 / 2019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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