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쓰이에 마사시 《우아한지 어떤지 모르는》

인생의 네 번째 이사로 기거하게 되었던 집에서...

by 우주에부는바람

작가의 전작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를 좋아하며 읽었다. 한정된 공간을 가운데 두고, 그것을 꼭지점 삼아 천천히 원을 그리는, 짐짓 단조로워 보이는 삶의 태도들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어떤 안도감이 좋았던 것 같다. 물론 그 소설을 읽으며 자잘하게 이런저런 생각을 떠올릴 수 있었던 것도 좋았다. 작가의 이름을 확인하고 다른 책 한 권을 또 집어들게 된 것은 그런 이유에서이다.


“네, 밀가루처럼 말이죠. 다른 고양이들도 기분 좋을 때 곧잘 하지만, 땅바닥까지 반죽하는 건 후미가 처음이지 뭐예요. 새끼 때 아주 일찍 엄마랑 떨어졌나? 좀 가엾을 정도로 응석쟁이랍니다.” (p.23~24)


사실 얼마 전 세상을 떠난 내 고양이 용이가 한참 아플 때 소설을 읽었다. 나는 새벽 침대에 누워 이 소설을 읽는 동안에도 고양이 용이의 동태에 바짝 신경을 곤두세웠다. ‘메이크 브레드’라는 단어가 있는 줄을 위의 문장을 통해 알게 되었다. 그러니까 빵 반죽, 을 뜻하는 일본 특유의 영어식 조어라고 생각된다. 우리에게는 꾹꾹이, 라는 단어가 있다. 용이는 꾹꾹이를 하는 고양이는 아니었다.


“이렇게 혼자 사는 것은 마음이 편했다... 청소도 요리도 아내가 있다는 긴장감이 없으니 게으름 피울 수 있을 때는 자꾸 게으름 피우게 됐다. 기껏 넓은 벽을 가득 메우게 책꽂이를 짰건만, 거기서 꺼낸 책을 테이블 위나 침대 옆 스툴, 소파 위, 화장실 선반에 놓아두었다(아내와 살 때는 엄금됐던 행위다). 부엌 싱크대와 욕실, 화장실도 본격적인 청소는 한지 오래됐다(이것도 내 담당이었다)...” (p.116)


《우아한지 어떤지 모르는》을 읽으며 느낀 어떤 정감들이 없지는 않지만,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를 읽으며 느꼈던 정감에 비해 크기가 줄었다. 고양이 용이 탓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해서 그랬을 수도 있다. 그게 아니라면 소설의 중심에 놓인 오래된 고가의 정경이 머릿속에 확실하게 떠올릴 수 없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일본식 건축과 건축 용어를 따라서 이미지를 설계하는 일은 힘겹다.


“... 가나에게 나와 먹는 저녁은 아버지를 보살피는 생활중의 짧은 휴식 시간인 듯했다. 내쪽은 가나를 향해 급속도로 기울어가던 감정이 그녀 아버지의 등장으로 보류되어 공중에 뜬 것 같은 상태로 동결된 기분이었다. 그에 대해 나는 작지는 않은 불만을 느끼는 동시에 어딘지 모르게 마음이 놓이기도 했다.” (p.159)


소설은 이혼을 한 오카다 다다시가 새로운 집으로 이사를 할 작정을 하면서 시작된다. 오래된 공원 근처의 오래된 주택을 골라, 그 주택을 리뉴얼하고 이사를 한 다음에는 집과 그 주변에 적응해가는 나의 단조로운 생활이 펼쳐진다. 그러다 공교롭게도 아내와 이혼을 하기 전에 헤어진, 그러니까 바람을 피우면 오년 간 사귀었던 가나를 만나면서 또 다른 감정의 시간들이 시작되고 진행되는 것이 전반적인 소설의 내용이다.


“개미라면 더듬이를 맞대고, 개라면 서로 냄새를 맡고, 새라면 지저귀는 소리를 듣고 서로를 확인하고 판정할 것이다. 인간은 애초에 상대방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다. 키스를 했어도 잠자리를 함께했어도 알 수 없는 부분은 남는다. 말을 써서 생각하고 말을 써서 뜻을 전하게 되면서, 다시 말해 인간이 인간이라는 유별난 생물이 된 이래로, 전달될 게 전달되지 않게 됐다고 말할 수 없을까...” (p.244)


인생의 네 번째 이사를 통해 기거하게 되었던 어떤 집, 그리고 새로울 것 없지만 새롭게 받아들여지는 재회를 거쳐 이제 가나의 집 옆에 땅을 구매하고 새로 집을 지을 작정을 하면서 소설은 끝이 난다. 유학중인 아들의 동성 친구, 그리고 집주인 소노다 씨의 미국행 그리고 그림과 관련한 사소한 미스터리 등 부차적인 이야기들이 등장하기도 하는데, 눈길을 크게 끌지는 못하였다. 다만 소설 속 고양이 후미는 그 집의 비밀스러운 지하실에서 죽었고, 나의 고양이 용이는 내 쓰다듬 아래에서 죽었다.


마쓰이에 마사시 / 권영주 역 / 우아한지 어떤지 모르는 (優雅なのかどうか、わからない) / 비채 / 254쪽 / 2018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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