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브리엘 제빈 《마가렛타운》

그녀의 과거와 미래와 현재를 동시에 사랑하기 위하여...

by 우주에부는바람

문학회 선배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키울 때, 아내 쪽인 R 선배는 남편인 K 선배의 성장 과정을 고스란히 복기하는 것만 같다고 하소연인지 자랑인지를 하였다. R 선배는 K 선배가 일곱 살 때 어떠했을 지를 아이를 통해 너무 잘 알게 되었다고 했는데, 그 아이가 이제 스물을 훌쩍 넘겼으니, R 선배와 K 선배가 만났을 적 나이를 넘어섰고, 더 이상 남편의 과거를 복기할 일도 없어졌을 것이다.


“... 매기와 마가렛 할머니 말고도 마지와 미아가 나를 보러 왔는데 그들과의 만남이 어땠는지는 정확히 생각나지 않는다. [매기의 사촌이나 조카로 짐작되는 가장 어린 메이는 내가 침대에 누워 지내는 동안 나를 보러 한 번도 오지 않았다. 메이는 그 당시 일곱 살이었으니까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네 나이의 두 배인 셈이다.] 마지, 미아, 메이와 정식으로 인사를 한 기억도 없다. 우리는 마치 예전부터 알던 사이라도 되는 것처럼 인사를 정식으로 하지 않았다.” (p.62)


소설을 읽으면서, 둘이 낳은 아이를 보면서 어린 시절 남편의 모습과 행동을 고스란히 알게 되었다는 R 선배의 말이 자꾸 떠올랐다. 소설은 내가 지금 사랑하는 한 여자에 대한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그 여자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녀는 매기라고 불리우는 마가렛이고, 두 사람은 대학교 조교와 학생으로 만났지만 나를 한 눈에 알아보고 자신을 허락한 그녀에 의해 급하게 가까워졌다.


“마가렛이라는 이름은 진주를 가리키는 그리스어 ‘마르가론(magaron)'에서 유래했다. 그리고 라틴어 ’마르가리타‘와 고대 프랑스어 ’마르그리트‘를 거쳐 영어 이름이 마가렛이 되었다 마가렛은 영어권에 존재하는 여자이름 중에서 가장 애칭이 많은 이름이다. 미아, 매기, 메이 말고도 그레타, 마지타, 그레타, 매지, 마기, 메이시, 메이지, 메이미, 마즈, 마지, 마고리, 메그, 메간, 메타, 페그, 페기, 엠, 마가라는 애칭이 있다...” (p.74)


하지만 결혼이라는 제도를 통해 서로를 묶어도 괜찮겠다고 여긴 내가 그녀의 손가락에 끈으로 만든 가락지를 끼운 다음 그녀의 일가를 만나러 마가렛타운에 가게 되면서 이야기는 색다른 길로 접어든다. 마가렛타운에는 마가렛 할머니를 비롯해 매기의 이모뻘인 마지, 아름다운 사촌 동생쯤인 미아, 조카뻘인 메이가 있고 그녀들은 실제로는 모두 마가렛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아버지는 죽어가면서도 당신 딸이 참된 사랑을 찾기를 바랐어. 평생 변치 않을 사랑 말이야. 아버지는 오랜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이 딸을 사랑해 줄 수 있는 남자가 좋은 남자라고 생각했지. 그래서 사랑에 대해 일가견이 있고 독신인 마녀 동생 사라에게 부탁해서 갓 태어난 딸한테 마법을 걸어달라고 한 거야. 그 마법이 무엇인고 하니, 딸이 참된 사랑을 찾을 때까지 딸의 분신이 계속 나타나게 하는 거였어. 딸이 참된 사랑을 만나면 마법은 깨지고 분신들이 다시 하나로 합쳐지는 거야.” (p.93)


나는 현재의 매기를 사랑하지만 동시에 매기의 과거인 미아나 메이, 매기의 미래라고 할 수 있는 마지나 마가렛 할머니를 사랑할 수도 있는 것인지를 고민한다. 그녀들은 서로 다르면서 동시에 하나의 마가렛으로 수렴되는 존재이기도 하다. 나는 마가렛타운을 떠나고 다시 매기를 만나고 매기와 결혼을 하고 매기와 헤어지는 과정을 거치고, 결국에는 나를 비롯한 모든 마가렛이 사라지는 지경에 이른다.


“그건 그냥 이야기야. 연애 이야기 말이야. 부부나 연인이라면 누구나 나름대로 연애 이야기가 있는 법이고, 그 이야기들에 다른 이야기가 더해지고 미화되면서 저마다의 특별한 사연이 되는 거야.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 그게 진짜로 있었던 일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게 돼. 그렇게 이야기를 하고 또 하면서 그 이야기는 우리 인생이 되지.” (pp.270~271)


그리고 이 모든 이야기는 사실 나와 매기 사이에 태어난 제인이라는 아이에게 전해주기 위해 내가 하는 야기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이 이야기는 사실일 수도 있지만 내가 지어낸 이야기일 수도 있다. 그러나 어쨌든 두 사람의 사랑을 다루고 있는 연애 이야기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가브리엘 제빈 특유의 독특하면서도 대중적인 작법이 만들어내는 마술적인 사랑 이야기이기도 하고...


가브리엘 제빈 Gabrielle Zevin / 서현정 역 / 마가렛타운 (Margarettown) / 북폴리오 / 291쪽 / 2007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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