츠지무라 미즈키 《거울 속 외딴 성》

현실의 공간과 환상의 공간이 절묘하게 어우러지며 치밀하게...

by 우주에부는바람


초등학교 3학년 아니면 4학년 때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매일 함께 등교하고 함께 하교하던 두 친구가 있었다. 우리는 우리 집단을 삼총사라고 부르며 하교 후에도 한참을 놀고 난 다음에야 각자의 집으로 흩어졌다. 하지만 우리 무리에 한 친구가 추가되면서 나는 예전의 두 친구로부터도 그리고 새로운 한 친구로부터 배척을 당했다. 그들은 나에게 엉뚱한 별명을 붙여 놀려대기 일쑤였고, 등학교 시간에도 나를 멀리했다.


“텔레비전이 켜져있으면 보게 된다. 그걸 보고 있으면 뭘 한 것도 아닌데 그래도 뭔가를 하며 지낸 것 같다.” (p.23)


그런 이유로 학교를 가지 않는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을 때였고, 어떻게든 버텼던 것으로 기억된다. 다행스러운 것은 우리집이 얼마 되지 않아 이사를 해야 했고, 자연스럽게 나는 그들로부터 멀어질 수 있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그 무리들 중 한 명을 서울에서 다시 만난 적이 있다. 나는 그때 그 시절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지만, 그 친구는 그때 내가 겪은 마음의 상처에 대해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 나도 굳이 이야기를 꺼내지는 않았다.


“어두운 현관에 눈부신 여름빛이 쏟아져 들어아서 눈을 가늘게 떴다. 하늘에 노란 태양이 떠있었다. 새가 날고 있다. 후텁지근한 아스팔트의 열기가 발밑에서 올라온다.” (p.171)


소설은 중학교 1학년인 교코로가 겪은 따돌림과 학교 폭력의 이야기이다. 하지만 작가는 이를 무척이나 환상적인 기법으로 풀어내고 있다. 집안에서 바깥 출입을 하지 않던 교코로는 어느 날 자신의 방의 거울이 빛나는 것을 보고 손을 갖다 댔다가 그 거울 속의 외딴 성으로 빨려 들어간다. 그리고 교코로는 그곳에서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여섯 명의 친구를 만난다.


“말이 통하지 않았다고 절망적으로 통감한다. 고코로가 봄부터 열심히 지키고 있는 자신의 현실. 고코로가 당한 것과 미오리가 보고 있는 것이 어쩌면 이렇게 다른지, 도저히 같은 세계 안에서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자신이 봐온 것이야말로 현실인데도, 단지 미오리가 학교에 잘 다니고 있다는 것만으로 선생님들은 미오리 쪽이 진실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p.372)


일본의 학기제에 따라 상황파악의 1학기, 알아차림의 2학기, 이별의 3학기로 이루어진 소설은 RPG 게임의 기법을 차용한 것 같기도 하다. 외딴 성에 모인 아이들에게는 클리어 해야 할 미션이 주어지고, 이들은 이를 위해 성의 구석구석을 헤맨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공간은 현실의 공간과 게임 속의 공간으로 정확히 나뉘어져 있고, 아이들은 두 공간을 오가며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협력한다.


“요일이 다른 것. 날씨가 다른 것. 쇼핑하는 장소가 다른 것. 선생님이 다른 것. 학급 수가 다른 것. 거리의 모습이 다르 것... 이런 것들이 달라지기 위해서 ‘세계 전부’가 달라질 필요는 없다. 지금이 몇 년인가 하는 연도가, 각자의 ‘올해’가 만약 다르다면 그것으로 충분했다.” (p.568)


학교 폭력과 이로 인한 등교 거부라는 청소년 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이야기의 구성이 꽤 치밀하여서 누구라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라 짐작된다. 2018년 서점대상 수상작이라고 하는데, 충분히 그럴 만 하다. 책을 읽고 중학교 1학년인 조카를 만나 넌지시 비슷한 문제가 주변에 있지 않은지 물었다. 해맑은 표정으로 없어요, 하는 조카의 대답에 살짝 안도를 하였지만, 어쨌든 조카에게 조만간 이 책을 선물할 작정이다.



츠지무라 미즈키 / 서혜영 역 / 거울 속 외딴 성 (かがみの孤城) / 알에이치코리아 / 638쪽 / 2018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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