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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에부는바람 Aug 11. 2024

김성중 외 《2018 제63회 현대문학상 수상소설집》

특별할 것 없는 일상사에 깃들어 있는 쓸쓸한 심심함...

  김성중 「상속」

  “오래된 대화법에 따라 진영이 떠들고 내가 듣기 시작했다. 요즘의 문제는 생각과 감정을 구분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했다. 분노는 분노로 된 생각일 때가 많았고, 생각을 파고들다 보면 화가 치밀거나 눈물이 흘러나와 중단된다고 했다...” (p.14) 한때 독서모임을 함께 했던 진영 그리고 기주가 번갈아가며 내가 되어 소설이 진행된다. 독서모임에서 글공부를 가르쳤던 젊은 소설가는 젊어 죽었고, 세월이 흘러 진영은 작가가 되었고, 기주는 병에 걸려 남은 생이 많지 않다. 선생님이 남긴 책은 기주에게로 상속되었고, 기주는 이제 자신의 책과 그것들을 다시 진영에게 넘겨주고자 한다. 올해의 수상작이다.

  김성중 「어리석은 물고기」

  김성중이라는 작가를 처음 읽었다. 책의 말미에 붙은 작가의 수상소감을 읽자면 <상속>은 이 작가의 기존의 스타일에서 벗어난 작품이다. 아마도 이 소설이 이 작가의 스타일었던 것 같다. 뭍의 동물이 제 거처를 떠나 바다로 들어가는 순간, 이제 막 해양의 생물이던 것이 뭍으로 올라오는 순간이 마주치는 소설이다.


  권여선 「모르는 영역」

  “... 그는 새가 날아와 앉는 순간부터 나뭇가지가 느꼈을 흥분과 불길한 예감을 고스란히 맛보았다. 새여, 너의 작은 고리 같은 두 발이 나를 움켜잡는 착지로 이만큼 흔드렸으니 네가 나를 놓고 떠나는 나는 또 그만큼 흔들려야 하리...” (p.75) 함께 살고 있지 않은 딸아이 다영과 아버지 명덕의 짧은 만남, 그 안에서 두 사람 사이에 놓여진 어떤 영역을 들여다본다.

  기준영 「마켓」

  ‘네가 있는 곳에는 내가 없고, 나 있는 데서 너는 너무 멀어.’라고 먼데서 말하는 출장 중인 지섭, 그리고 유산을 하고 얼마 되지 않은 채 시어머니와 대면해야 했던 어린 시연... 임신 그리고 유산 그 이후에 맞닥뜨리게 되는 여러 심상들, 그럼에도 지속되어야 하는 관계 등이 얽혀 있다.

  김연수 「낯빛 검스룩한 조선 시인」

  소설 속의 기행, 북한에서 작가로 살아가는 일이란 무엇일까 무엇이었을까, 를 짐작하게 만드는 기행이라는 인물은 누굴 의미하는 것일까, 를 내내 생각해본다. 안도현의 평전에서 다뤄진 백석이 아닐까 짐작해본다. 사회주의 체제 하에서의 작가, 이전과는 다르게 바라보고 있다, 나도...

  김희선 「골든 에이지」

  근미래 SF 미스터리의 외양을 띠고 있는 소설을 흥미진진하게 읽었는데, 마지막 즈음 너무 갑작스러운 곳에 내려 앉게 되었다. 홀로그램 우주, 그 안에서 원하는 순간 원하는 형태로 영원히 살아갈 수 있게 될 것이라는 사실에 어쩔 수 없이 끌리게 되었던 한 노인의 과거에 존재하였던 세월호....

  박민정 「세실, 주희」

  여러 이야기들이 뒤섞여 있는데, 그것들을 잘 풀어내는 일이 쉽지 않다. 해외 여행 중 J와의 헤어짐 후에 내가 당하였던 성추행 사건, 나와 함께 일을 하는 일본인 세실이 전해주는 할머니 이야기... 과거 그리고 현재, 여기 그리고 거기를 가리지 않고 여성으로 이 사회를 살아가는 일의 복잡다단한 힘겨움에 대한 이야기라고 여긴다.

  조해진 「흩어지는 구름」

  한물 간 영화판의 일인이라고 할 수 있는 호재와 함께 살고 있는 나는 어째서 지금까지 그러한 삶의 패턴을 버리지 못하고 있을까... 어린 시절 부모의 문제로 인하여 함께 하지 못하였던 나와 동생의 관계는 어쩌면 나와 호재의 관계에서 다시 한 번 복기될 수도 있는 것이 아닐까...

  최윤 「울음소리」

  어린 시절 J라는 친구가 있었다. 유년의 친구였고 후에 다시 만나 같은 반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하였던 J를 나는 모른 척 하였다. 나는 그 J의 울음소리를 담벼락 뒤에서 들은 적이 있다. 그리고 지금 내가 사는 아파트의 건너편 어디쯤에서 들려오는 울음소리, 나는 그 두 울음소리 사이를 헤맨다.

  김금희 「오직 한 사람의 차지」

  출판사를 하다가 말아 먹은 나의 책들은 장사가 잘 되는 닭갈비집을 운영하는 장인 어른의 냉동고에 처박혀 있다. 아내 기는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지만 미래는 불투명하다. 그사이 나는 낸내, 라는 아이디를 가진 어린 여자와 내가 출판하였던 책을 매개로 삼아 몇차례 만나게 된다. 

  김인숙 「아주 사소한 히어로의 특별한 쓸쓸함」

  ‘훅 갔다 오는 거야. 어디든.’ 그러니까 K에게는 순간이동의 능력이 있다. 하지만 이 능력은 그 순간이 너무 짧아서, 어디로 갔던 건지를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짧아서 증명의 도리가 없다. 나 또한 K로부터 K의  능력에 대해 듣지만, 그래서 믿을 수가 없다. 그러나 전처 소생의 아들을 만나며, 그 아들과 헤어진 후에 나는, 히어로의 능력을 쓸쓸하게 짐작할 수 있게 된다.


  편혜영 「개의 밤」

  매상무, 라고 뒷말을 듣는 김은 사건 처리 담당 일을 하고 있다. 그러니까 사고로 죽거나 다친 직원들의 남은 가족을 만나 뒷수습을 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 그의 처남이 후임병을 때려 죽이는 사건이 발생하였고, 아내는 내게 어차피 하는 일이 그러하니 후임병의 가족을 만나서 문제 해결에 노력해달라는 언질을 받는다. 소설의 중간중간 울려 퍼지는 개소리들 사이로 우리 사회의 자화상이 있다.


김성중, 권여선, 기준영, 김연수, 김희선, 박민정, 조해진, 최윤, 김금희, 김인숙, 편혜영 / 2018 제63회 현대문학상 수상소설집 / 현대문학 / 354쪽 / 2017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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