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공장과 현실의 홈리스, 그 경계를 훌쩍 뛰어넘는 무니로부터 시작되는
거의, 마지막 장면, 여섯 살 소녀 무니가 친구 젠시의 집으로 달려가 울먹이며, 말이 나오지 않는다며 조막만한 주먹 쥔 손을 입에 넣은 채, 너는 나의 가장 친한 친구인데 다시 볼 수 없을 지도 모른다고 말할 때, 가슴이 내려 앉았다. 그리고 다음 장면, 영문을 모른 채로도 젠시는 무니의 손을 부여잡고 달려 나간다. 디즈니랜드 근처의 모텔에 사는 무니와 젠시는 이제야 디즈니랜드의 내부에 들어갔다.
영화의 초반 모텔 퓨처 랜드의 복도 난간에서 무니가 친구 스쿠티와 함께 주차된 차를 향해 침을 뱉을 때, 이 악동에게 심취하게 될지 몰랐다. 무니는 그 나이 또래의 천진난만함을 넘어서 골칫거리에 가까운 캐릭터이다.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구걸을 해서 아이스크림을 사먹고, 엄마와 향수를 팔러 가서는 호객 행위도 마다하지 않는다. 빈 콘도 건물에 불을 지르고도 끄덕 없다.
무니는 엄마 핼리의 성정을 빼닮았다. 그 진심과는 상관없이 막무가내이고 거침없다. 핼리는 어린 여자 아이를 데리고 홀로 살아가는 것의 힘겨움에 그저 주눅 들기보다는 머리를 꼿꼿이 세우고 들이 받는 쪽에 가깝다. 그럼에도 디즈니월드 투숙객들을 위한 뷔페에 아이를 데려가 포식을 시키는 장면에서는 가슴이 먹먹하다. (핼리를 연기한 브리아 비나이트는 아마추어에 가까운 연기자라고 할 수 있는데 알아차리기 힘들다.)
이들 모녀의 진심을 곧이곧대로 보아주는 건 모텔의 관리인인 바비 아저씨 뿐인지도 모른다. (생각해보니 비품 창고에서 일하는 여성도 있다. 그녀는 어느 순간 핼리를 말 없이 끌어 안아 준다). 요샛말로 츤데레라고 할 수 있는 바비 아저씨는 이들을 다그치지만 동시에 보호한다. 자신을 비웃기라도 하듯 관리실에서 아이스크림을 핥아 대고, 정전 소동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그렇다.
누군가는 그만큼만 노력할 수 있다, 그리고 그만큼이 부족하다고 뭐라고 할 권리가 우리에게는 없다. 누군가는 그런 식으로 생존의 해답을 찾기도 하는데, 그런 식에 대해 비판하는 것은 너무 쉽다. 감독 션 베이커가 이를 너무나 잘 표현했기에, 우리는 이 모녀를 사랑할 수는 없을 지라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주 단위 홈리스로 전락한 이들과 바로 그 옆 꿈의 공장 디즈니랜드, 그것이 현실이고 그것을 받아들이면, 거기서부터 우리들의 이야기가 시작될 수 있다. 영화 속에서 무니가 가장 좋아한다는, 쓰러진 채로도 자라나는 나무처럼...
플로리다 프로젝트 (The Florida Project) / 션 베이커 감독 / 브루클린 프린스, 윌렘 대포, 브리아 비나이트 출연 / 111분 / 2018 (2017)
ps. 애초에 나는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를 일종의 다큐멘터리 영화로 알았다. 왜 그렇게 오해하고 있었는지 잘 모르겠다. 영화는 실제 디즈니랜드 근처에, 실제 영업 중인 모텔에서 촬영되었다. 그곳에는 실제 (불법적인) 장기 투숙객들이 머물고 있었다. 어떤 이는 영화에 엑스트라로 투입되기도 했다고 한다. 이 모든 것들이 일종의 실루엣이 되어, 내가 바라보는 관람 이전 영화의 뉘앙스를 그렇게 만들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