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든 내겐 꿈결같은 공간이기는 한데...
*2018년 3월 1일에 작성된 글입니다.
《도쿄를 만나는 가장 멋진 방법: 책방 탐사》는 통영에 근거를 둔 출판사 남해의봄날에서 펴낸 책이다. 펜션과 서점을 겸하는 공간에 대하여 들은 적이 있다. 동네 책방이 전국 곳곳에 생기기 시작하는 즈음이었다. 꿈결 같은 공간이겠다 싶었다. 검색을 해보니 현재는 펜션을 겸하지 않고 확장하여 <봄날의 책방>이라는 서점과 <남해의 봄날>이라는 출판사를 그 공간에서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으로 돌아와 오다 씨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오다 씨의 답장을 읽으니 레이니 데이 북스토어 앤 카페의 공기가 다시 그리워졌다. ‘마음 편하게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은 어쩌면 조금 사치스런 시간일지도 몰라요. 그러니까 앞으로도 그 시간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이 자리를 제대로 지켜 가고 싶어요.’” (p.77)
책은 글쓴이가 도쿄의 13개 동네를 돌아다니며 직접 탐사한 67개의 책방에 대한 이야기로 채워져 있다. 후배와 연일 책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즈음이다. 나는 머릿속으로 책방을 꿈꾼다. 잠들기 전 ‘책방 봄’이라는 제목의 책방에서 책을 진열하고 책을 읽고 책을 팔고 책에 대해 대화하는 나를 상상한다. 밤에 생각하는 ‘책방 봄’은 이상적이지만 낮에 생각하는 ‘책방 봄’은 현실적이다.
“슈타이들이 어떤 출판사인가. 사진에 대해서 잘 모르는 나조차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을 만드는 남자’ 게르하르트 슈타이들(Gerhard Stei이)의 이름을 들어 보았다... 한 권의 책이 나오기 위해서는 많은 이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책을 단순히 하나의 공산품으로 바라본다면 싸고 빠르게 만드는 것이 효율적이다. 때문에 외주로 넘기고 하청을 주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슈타이들 출판사는 다르다. 책의 기획에서부터 편집, 디자인, 인쇄, 유통까지 책을 만드는 모든 과정이 한 지붕 아래에서 이루어진다...” (p.97)
낮이 되고 일을 하다가 문득, 책방이 만들어지기 위하여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손꼽아 본다. 책방이 만들어지기 위하여 필요한 금액을 산정해보고 그 금액을 조달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해본다. 책방이 만들어지기 위하여 필요한 자본에 더하여, 내가 투여해야 할 노동의 종류와 강도 또한 짐작해본다. 이 지난한 과정에 직접적인 도움을 줄 이들과 응원을 해줄 이들을 떠올려본다.
“모사쿠샤는 1970년부터 지금까지 40년 이상 신주쿠를 지켜왔다. 당시 학생 운동을 하던 이들은 자신들이 만든 소책자를 그 어느 서점에서도 바다주지 않자 호기롭게 스스로 책방을 만들었다... 책방으로만 한 자리에서 47년. 모사쿠샤는 개점 때부터 지금까지 ‘모든 표현물’을 아무 심사 없이 받아들이고 있다. 자신들과 반대 의견을 가지고 있는 표현물이라도 상관없다. 전단지든 소책자든 티셔츠든 음반이든 비디오든 형태도 상관없다...” (p.135)
책방이 만들어진 다음 유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도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보기에 좋고 입소문도 나쁘지 않던 책방들이 문을 닫기 시작했다는 뉴스가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어떤 책을 얼마만큼 들여놓아야 할 것인지, 얼마만큼의 책을 팔고 어느 정도의 수익이 발생해야 유지할 수 있을지, 책만을 팔 것인지 아니면 무언가를 함께 팔아야만 하는 것인지도 따져본다.
“‘덴로인 서점’의 한쪽 벽을 차지하고 있는 서가는 한 달에 한 번 주인이 바뀐다. 정확히 말하면 서가 각 칸의 주인이 바뀐다. 각 칸에는 이름표가 붙어 있고 서가의 이름은 메종 드 덴로인, 즉 덴로인 맨션이다. 계약 기간 동안 방을 어떻게 사용할지는 완벽하게 세입자 마음대로다. 가장 평범한 방법은 자기가 좋아하는 책, 남에게 권하고 싶은 책을 가져와 세상에서 제일 작은 서점을 만드는 것. 보통의 서점에서 하듯 손으로 홍보 문구를 써서 붙여 놓아도 되고 책과 어울리는 소품을 진열해도 된다. 내가 작가 혹은 출판사 편집자라면 내가 쓴 책, 내가 편집한 책을 가져다 놓아도 좋다...” (p.149)
하지만 역시 밤에 떠올리는 ‘책방 봄’이 더 좋다. 백 권의 책만으로 꾸민 서가, 그 중 어느 것을 사가도 후회하지 않을 수 있는 책 백 권을 고르는 작업이 좋다. 머릿속에서 책을 넣다 빼고 뺐다가 다시 꽂는다. 내 생일날이면 문을 닫는 책방의, 마음대로 책이 쌓여 있는 책상 너머로, 책방 노인으로 산다는 것, 과 같은 글을 쓰면서 나이 들어가는 나를 그려본다. 그곳으로 젊은 날의 나를 허락해준 이들이 찾아오면 즐겁기 그지없을 터이고...
양미석 / 도쿄를 만나는 가장 멋진 방법: 책방 탐사 / 남해의봄날 / 355쪽 / 2017 (2017)
ps. "... 한 해에 한국어로 번역되는 일본 문예물은 9백여 종에 이른다고 한다. 그에 반해 일본어로 번역되는 한국 문학은 20여 종이 채 안 된다...“ (p.223) 그러고 보니 오늘은 삼일절이다. 99주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