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안과 밖과 그 경계에, 이렇게 많은 이야기가 있었네...
「황금인간」, 「세상에서 가장 약한 요괴」, 「스마일맨」, 「개미 인간, 베짱이 인간」, 「문신」, 「눈멀 자들의 세계」, 「여섯 개의 화살」, 「낚싯대로 낚은 괴생물체」, 「푸르스마, 푸르스마나스」, 「이마에 손을 올리라는 외계인」, 「우주 시대의 환율」, 「재산이 많은 것을 숨길 수 없는 세상」, 「초짜 악마와의 거래」, 「부픔을 구하는 요괴」, 「남극을 찾아가는 요괴」, 「육수를 우려내는 요괴」, 「가려운 곳을 긁어달라는 요괴」, 「항문이 없는 요괴」, 「세상에서 가장 예쁜 요괴」, 「세상에서 가장 쓸모없는 요괴」, 「할머니를 어디로 보내야 하는가」.
소설집에는 모두 스물 한 개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세상에 없는 존재가 세상에 있는 존재들에게 가하는 요술 같은 것이 등장한다. 그러니까 그 요술의 주체가 요괴일 것이고 그 요술의 객체가 되는 것이 인간이다. 하지만 요괴가 비록 세상 바깥의 존재이기는 하여도 인간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바, 그래서 그 요괴들이 사용하는 능력에는 인간의 욕망이 그대로 투영되어 있다.
<황금인간>에서 요괴는 인간을 황금으로 변하게 만드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요괴는 욕심 많은 인간을 황금으로 만들어버리는데 예상과는 달리, ‘황금으로 변한 인간들은 욕심을 과하게 부릴 수밖에 없었던, 돈이 꼭 필요했던 한 가정의의 가장들이었다.’ 남은 가족은 황금으로 변한 가장의 팔과 다리를 잘라서 팔아 살기 시작한다. ‘황금 상태의 어머니가, 아버지가, 고통을 느끼고 있을 줄은.’ 전혀 알지 못한 채로 말이다.
김동식의 요괴가 그리고 인간이 만들어내는 이야기는 대체로 이런 식이다. 요괴는 인간에게 자신의 힘을 사용하지만 그럴수록 지금 세상을 살아가는 인간의 밝히고 싶지 않은 어두운 면이 알아서 부각되고 만다. 게다가 소설 속 요괴들은 어느 특정 개인에게 자신의 힘을 작용시키기 보다는 인간 집단 전체에게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이야기는 인간 나아가 그 인간들이 군집해 있어 더욱 확대되는 문제들에게로 관심이 뻗어나가도록 만든다.
소설집의 후반부보다는 전반부의 이야기들이 더욱 재미있다. 물론 대부분의 이야기들이 쇼킹하다. 그야말로 쇼킹하다. 너무 재미있는 이야기여서 아내를 손짓하여 부르고 썰을 풀려고 하는데 손바닥으로 입을 틀어막는다. 이미 전자책으로 구매를 했으니 쓸데없이 스포일러를 제공할 양이라면 그 입 다물라, 하는 식이다. 여하튼 세상에 (그러니까 세상의 안과 밖과 그 경계에) 이렇게 많은 이야기가 있었다니, 확인하고 놀란다.
세상에서 가장 약한 요괴 / 김동식 / 요다 / 331쪽 / 2017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