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응교 《일본적 마음》

일본을 향한 복잡한 감정의 상황 해결에 필요한 것은 어쨌든 이러한 교통.

by 우주에부는바람

*2018년 2월 3일에 작성된 글입니다.


어제 후배와 일본(인) 그리고 인도(인)에 대해 이야기했다. 다른 사람들에게 절대 폐를 끼치지 않으려 하면서 동시에 간섭받지 않으려 하는 속성의 극단에 일본(인)이 있다면, 그 반대편 그러니까 다른 사람을 간섭하고 그것이 관심과 배려라고 생각하려는 속성의 극단에 인도(인)가 있는 것 아닐까, 하는 류의 대화였다. 덧붙여서 아내는 일본의 속성에 나는 인도의 속성에 가깝다고도 하였다.


“내가 ‘와비사비’라는 말을 처음 들은 것은 바로 이때였다... 손님을 검소한 방에서 조용히 모시는 전통, 절의 건물도 초가지붕으로 씌우는 그늘진 분위기. 조금 풀어 표현하자면, 간소(簡素)의 정신 혹은 가난함과 외로움을 즐기는 풍류정신이라고나 할까... 쉽게 말하면 ‘고독과 빈궁함, 자연의 정취를 있는 그대로 즐긴다’고 말할 수 있겠다...” (pp.13~14)


그렇다면 한국은 어떤가, 라는 생각에 이르고 서로의 의견을 수소문하기도 하였는데, 한국은 그 중간 지점이다, 라기 보다는 두 극단의 속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 맞지 않을까, 라고 잠정적으로 합의하였다. 나는 후배야말로 이 극단의 속성을 제 내부에서 동시에 구현하는 인간이라고 윽박질렀고, 후배는 자신은 절대 그렇지 않고 두 속성이 무난히 합하여져 조화로운 중간에 이르렀다며 으르렁거렸다.


“... 하이쿠는 일반적으로 구체적인 것, 계절을 뜻하는 언어를 표현하는 키고[李語]나 경물(景物)을 취급하고 그것을 새로이 ‘해독’한다는 차례를 거치고, 그 다음 단계는 독자가 그 암시를 풀며 다시 ‘만들어내야’ 한다. 독자가 새로운 창작자가 되고, 독자의 상상에서 하이쿠는 완성된다...” (p.72)


‘일본적 마음’이라는 제목을 보자니 문득 후배와의 대화가 떠올랐던 것이고, 그 일본적, 이라는 것이 바로 이 일본에 대한 속성에 기초한 것일 수도 있겠구나, 여겼다. 그러나 나와 후배의 짐작이 어떤 일반화의 오류에 해당될 수도 있겠다, 이제 와서 저어하게 되는 심정이 도사리고 있는 것처럼, 저자도 실은 ‘적(的)’이라는 단어를 싫어한다고 하였다. 하지만 저자는 출판사가 선정한 이 제목이 ‘모호한 확장성’을 가질 수도 있다 생각하여 받아들였다 한다.


“일단 자기가 속한 집단을 일본어로 ‘우치(우리)’ 라고 한다. 밖에 있는 것을 ‘소토(남)’ 라고 한다. 일본인들의 ‘우리’에 대한 집단의식은 경의스러울 정도로 상당히 예의스럽다. 가령 지하철 안에서 핸드폰을 쓰는 것은 남 이전에 스스로 부끄럽기 때문에 절대 쓰지 않는다... 일본인들은 ‘남’ 앞에 서면, 더욱 ‘우리’를 생각하는 힘이 강해지는 경우를 본다. 가령, 유럽 여행에서 일본인들의 태도가 점잖아지는 것은 ‘우리’로 끌어들여야 할 요소가 많으면, 그 문화를 동일화하여 부끄럽지 않도록 조심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일본 사회보다 열등한 사회라고 판단된다면, 전혀 상관없는 ‘소토’라고 판단하여 부끄러움에 개의치 않고 행동한다는 것이다...” (p.154)


책은 일본에서 유학 생활을 하고, 번역을 비롯하여 일본과 연관된 작업을 하고 있는 저자가 그 기간 동안 (1996년에서 2009년까지) 작성한 글들의 모음집이다. 일본의 것들 중 저자의 시선에 포착된 일부분의 것들에 대한 글들이고, 그러니까 저자는 이것들을 ‘일본적 마음’에서 쓰고 있는 셈이다. 나는 ‘와비사비’라는 개념에 눈독을 들이게 되었고, ‘츄신구라’가 궁금해졌다, 모호하게나마...


“... 사무라이 시대의 이념을 잘 보여주는 시대극은 역시 츄신구라다... 한국에서 살아본 외국인이라면 춘향전, 흥부전, 심청전을 누구나 기억한다. 마찬가지로 일본에는 츄신구라가 있다. 일본 문화사에 관한 책이라면 거의 소개되어 있는 시대극이다. 다만, 심청전, 춘향전과 다리, 츄신구라는 실제 사건이다. 등장하는 인물들은 역사 사전에도 나와 있는 실제 인물들이다.” (p.164)


일본에 대한 우리의 감정은 여전히 난색이다. 그들을 뭉뚱그려 비판하는 것으로도 그들을 파편화시켜 긍정하는 것으로도 해결되지 않는 감정이 여전할 수밖에 없다. 최대한 그 감정의 객관화를 희구해보지만 그것 자체가 반역된 감정으로 치부되기 일쑤이고, 그것은 내적으로도 그렇고 외적으로도 그렇다. 어쨌든 이 복잡한 감정의 상황은 사회적으로 그리고 인문학적으로 계속되는 교통 안에서만 해결될 터, 이 책도 일조한다.



김응교 / 일본적 마음 : 김응교 인문여행에세이 (1996~2009) / 책읽는고양이 / 239쪽 / 2017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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