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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에부는바람 Jul 29. 2024

마거릿 애트우드 《스톤 매트리스》

전생애에 걸쳐 야금야금 이뤄내는 여성 승리(?)의 서사...

  「알핀랜드」

  알핀랜드는 콘스턴스가 창조해낸 세상이다. “... 알핀랜드는 여러 해에 걸쳐 다락방에서 꽃피었다... 아들들이 고등학생이었던 시절에 알핀랜드는 부엌 식탁으로 이주했고, 한때는 혁신의 주봉(主峯)이었으나 이제는 한물간 전동 타자기 위에서 수년간 문장으로 펼쳐졌다. 알핀랜드의 다음 이주지는 컴퓨터였는데, 위험 요소가 전혀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컴퓨터는 점점 발전했고 콘스턴스도 이제는 능숙하게 다루었다. 그리고 이완이 더 이상 눈에 보이는 형태로 존재하지 않게 된 이후, 콘스턴스는 컴퓨터를 이완의 서재로 옮겼다.” (p.27) 알핀랜드는 콘스턴스가 만들어낸 세계이다. 콘스턴스는 현재 널리 이름이 알려진 장르 소설 작가이고 얼마전 남편인 이완을 잃었다. 알핀랜드가 창조된 것은 이완을 만나기 전 젊은 콘스턴스가 네 살 연상인 시인 개빈과 함께 살 때였다. 콘스턴스는 바람을 피우던 개빈과 헤어졌다. 개빈과 그들 무리는 콘스턴스의 알핀랜드를 무시하였지만 지금까지 대중들의 열렬한 관심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바로 그 알핀랜드이다. 


  「돌아온 자」

  소설집에 실린 앞쪽의 세 편의 소설은 일종의 ’알핀랜드‘ 연작이라고 할만하다. 〈돌아온 자〉는 콘스턴스에게서 개빈에게로 화자를 옮겨 놓는다. 개빈은 현재 스무 살 정도 오린 레이놀즈와 살고 있다. 초창기의 연애시가 세간의 관심을 끌었지만 이후의 활동은 그만하지 못하였다. 그래서 아직도 사람들의 관심은 거기에 머물러 있다. 어느날 너비나라는 젊은 문학 전공자가 인터뷰를 요청하여 찾아왔지만, 실제로 그녀가 관심을 갖고 있었던 것은 개빈과 함께 살던 시기의 콘스턴스였다. 그리고 개빈은 화를 삭이지 못한다.


  「다크 레이디」

  조리와 틴이라는 등장 인물이 이야기를 이끌어가지만 어느 순간 ’알핀랜드‘ 그러니까 콘스턴스와 개빈의 헤어짐에 결정적인 순간을 제공한 여인이 조리였음이 밝혀지면서 앞의 두 소설 〈알핀랜드〉와 〈돌아온 자〉와 연결된다. 사실 그렇게 연결되지 않았더라도, 조리와 틴이라는 성별이 다른 쌍둥이 이야기로도 충분히 흥미로웠다. “조리와 틴은 쌍둥이이므로 서로 함께일 때 진정한 자기 자신으로 존재할 수 있다. 다른 사람과는 그 어떤 노력을 해도 잘 되지 않은 일이다. 속마음을 숨기고 가식적으로 굴어도 외부 사람만 속인다. 서로 앞에서는 구피처럼 투명하며, 서로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다. 적어도 두 사람은 그렇게 생각한다...” (p.114) 여하튼 평생에 걸쳐 개빈을 염두에 두었고 콘스턴스와 경쟁하였던 조리는 개빈의 장례식장에서 만난 콘스턴스와 화해(라기보다는 미스터리한 해소)에 이른다. 이 해소는 너무 결정적이어서 어쩌면 그 반대 그러니까 콘스턴스의 조리와의 화해(라기보다는 미스터리한 해소)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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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수스 나투라」

  “이 애는 루수스 나투라예요... 자연의 장난이요... 라틴어입니다. 괴물 같은 걸 의미하죠... 누구의 잘못도 아닙니다.” (p.167) 그 형체가 정확히 묘사되어 있지는 않지만 어쨌든 ’루수스 나투라‘로 태어나 그렇게 살다가 가족들에게 버림받고, 홀로 서기에 실패한 나의 (아주 짧은) 이야기이다.


  「동결 건조된 신랑」

  텔레비전 시리즈 〈환상특급〉의 한 꼭지로 만들어졌을 법한 내용이다. 아내로부터 이혼을 요청받은 바로 그날 샘은 창고 경매에 참여한다. 그리고 자신이 입찰받은 창고에서 웨딩드레스와 함께 신랑의 시체를 발견하고, 그 창고의 주인인 여자와 마주치게 된다. 샘은 그녀를 협박하여 돈을 뜯어낼 심산이었는데, 그 날 이후 샘을 본 사람은 없다, 는 그런...


  「이가 새빨간 지니아가 나오는 꿈」

  캐리스, 토니, 로즈는 지니아와 친구였고 이제 지니아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그리고 이 세 명의 친구는 모두 지나아에게 자신의 남치 친구를 빼앗겼던 경험이 있다. 공통의 적이었던 셈이고, 이들은 여전히 친하게 지낸다. 그런데 캐리스의 꿈에 지니아가 등장하고, 오래 전 지나아 때문에 빼앗겼던 캐리스의 남자 빌리가 등장하면서 이야기는 묘하게 흘러간다. 

 

  「죽은 손의 사랑」

  이레나, 로드, 재프리 그리고 잭은 월세를 나눠 내면서 한 집에 살고 있다. 하지만 잭이 월세를 제대로 내지 못하자 이들 네 명은 잭이 쓰고 있는 소설과 관련하여 인세를 나눠 지급 받기로 하는 계약을 맺게 된다. 그리고 이후 잭은 소설 집필에 힘을 내게 되었고 《죽은 손의 사랑》이라는 잭의 첫 번째 소설은 히트를 치게 된다. 결국 잭은 자신이 원래 벌어야 할 돈보다 세 배쯤 덜 벌게 되는데, 어쩌면 그렇게 된 원인은 소설 안에서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스톤 매트리스」

  “... 그날을 기점으로 이전의 버나는 죽은 것과 다름없었고 새로운 버나가 그 자리를 완전히 대체했다. 발이 묶이고, 일그러지고, 짓이겨진 버나가. 버나에게 강자만이 승리할 수 있다고, 약자는 무자비하게 착취당해야 마땅하다고 가르쳐 준 사람은 바로 밥이었다. 버나를―이렇게 말하지 못할 이유가 뭐 있겠나?―살인자로 만든 사람은 밥이었다. (p.317) 어린 시절 버나를 나락으로 이끈 밥을 유람선에서 만나게 된다. 소설집에 실린 많은 소설들은 여성 승리의 서사를 지니고, 〈스톤 매트리스〉는 보다 직접적으로 그렇다. 


  「먼지 더미 불태우기」

  십여년 전의 소설집에 실린 소설이지만 점점 더 유효해지는 메시지를 지니고 있다. 그러니까 노인들을 위한 단지의 내부에 살고 있는 그들을 옥죄는 바깥의 시선들이 결국 실제의 물리적인 폭력으로 비화하는 상태를 다루고 있다. 



마거릿 애트우드 Margaret Atwood / 양미래 / 스톤 매트리스 (Stone Mattress) / 황금가지 / 395쪽 / 2024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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