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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에부는바람 Jul 29. 2024

귀스타브 플로베르 《세 가지 이야기》

유별나거나 유별나지 않은 캐릭터와 이야기...

  「순박한 마음」

  ”그녀의 얼굴은 야윈편이었고, 목소리는 날카로웠다. 그녀가 스물다섯 살 때 사람들은 그녀를 마흔 살로 보기도 했다. 쉰 살 무렵부터는 그녀의 나이를 더 이상 짐작할 수 없었다. 늘 말수가 적고, 자세는 꼿꼿하고, 행동에는 절도가 있어, 그녀는 마치 자동으로 움직이는 목제 인간 같았다.“ (p.12) 불우한 어린 시절을 거치고 단 한 번의 연애를 겪은 이후 펠리시테는 남편을 잃은 ’부르주아 집안의 가풍‘을 간직한 오뱅 부인의 집에서 하녀로 살게 된다. 그곳에서 그는 오뱅 부인의 어린 딸 비르지니의 죽음 그리고 조카 빅토르의 먼 여행 중의 죽음을 자신의 일처럼 슬프게 받아들였다. 그녀의 삶 중에 유일한 즐거움은 앵무새 룰루와의 만남이었다. 룰루의 죽음 이후에는 룰루를 박제로 만들어 함께 기거했다. 그리고 오뱅 부인이 죽고 오뱅 부인의 아들 폴이 집을 내놓고 집이 팔리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 속에 필리시테는 죽음을 맞이한다. ”푸른빛 향연香煙이 필리세티의 방까지 올라왔다. 그녀는 코를 벌름거리며 신비로운 쾌락에 휩싸인 채 향내음을 맡은 후 눈을 감았다. 그녀의 입술은 미소를 띠고 있었다. 마치 샘이 말라 없어져가듯, 메아리가 사라지듯, 심장박동이 차츰차츰 약해지다 아주 잦아들었다. 마지막 숨을 내쉴 때, 그녀는 반쯤 열린 하늘에서 그녀의 머리 위를 활공하는 거대한 앵무새 한 마리를 본 것 같았다.“ (p.60)


  「구호수도사 성 쥘리앵의 전설」

  영주의 아들인 쥘리앵은 사냥을 즐겼다. 그저 즐긴 것이 아니라 보다 적극적으로 살아 있는 것들의 죽음을 거행하는 행위 자체에 몰두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새끼를 데리고 나온 사슴 한 쌍과 맞닥뜨렸고 새끼부터 차례로 사슴들을 죽인다. 그리고 죽음을 맞이한 거대한 수놈 사슴은 쥘리앵을 향해 ’너는 네 아비와 어미를 죽일 것이다‘라는 저주의 말을 남긴다. 그리고 이 저주를 피해 쥘리앵은 성을 떠난다. 이후 황제의 전쟁에 참여한 쥘리앵은 황제의 딸과 결혼을 하고 더이상의 살생을 삼가며 살아간다. 하지만 어느 날 쥘리앵은 사냥의 유혹에 굴복하여 성을 나서고, 우여곡절 끝에 간신히 쥘리앵을 찾아온 그의 부모를 정말 죽이게 된다. 저주는 완성되었고 쥘리앵은 이제 나룻배로 사람들을 강 건너로 실어나르는 사공으로 살아간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 자신을 찾아온 문둥이에게 먹을 것을 내어 주고 자신의 몸을 내어주고 예수그리스도를 마주하게 된다.

  

  「헤로디아」

  〈헤로디아〉는 ’안티파스와 헤로디아의 근친상간적인 결혼을 비난했다는 이유로 체포‘된 세례자 요한이라는 복음서 속 상황을 소설로 다루고 있다. 헤로디아는 요한의 죽음을 강력히 원하지만 유대왕 안티파스는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 그 사이 로마의 집정관이 그곳을 방문하고 연회를 위하여 유대의 여러 문파 또한 성에 모이게 된다. 종교와 정치의 분별이 없고, 성과 속이 뒤섞인 요란법석의 시간이라 할 수 있는 기원 직후의 사건이 깨알 같은 소설이다. 그렇게 살로메와 쟁반 위의 세례 요한의 머리가 등장하며 소설은 파국으로 치닫는다.



귀스타브 플로베르 Gustrave Flabert / 고봉만 역 / 세 가지 이야기 (Trois contes) / 문학동네 / 195쪽 / 2016 (1877,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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