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변하는 와중에 다양한 입장이 사이좋게 공존한다면...
아모스 오즈의 단편 소설집 《시골 생활 풍경》을 읽고 작가의 책을 읽기를 멈췄다. 이번에 책읽기 시리즈에 소개된 아모스 오즈를 보고 다시 읽기를 시작했다. 때로 어떤 작가의 책 한 권을 읽고 더 이상 읽기를 포기하고는 한다. 하지만 그 작가의 다른 책을 읽고 나의 멈춤을 후회한 적도 많다. 아모스 오즈에 대해서는 아직 잘 모르겠다. 멈춰도 괜찮은지 아니면 멈추지 말아야 할지...
“모든 것은 변한다.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열한 번째 생일을 맞이하고 두 달쯤 지났을 때 나는 단 하루 사이에 네다섯 번이나 변했다...“ (p.11)
길지 않은 소설이다. 단편과 장편 사이이니 중편 소설이라고 부를 수 있겠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 그리고 일곱 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시대적 배경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땅을 차지하고 영국이 중개인 노릇을 하던 시절 즈음이다. (직전에 읽은 소설이 존 버거의 《A가 X에게》였는데, 그 작품 속의 등장인물들은 자신들의 터전을 빼앗긴 이들이었다.) 그 시절의 이스라엘에서 살아가는 이들이 소설에 등장한다.
“하누카에 우리 이스라엘 어린이들은 학교에서 사악한 그리스 사람들을 미워하라고 배우지. 퓨림제(페르시아 제국의 총리인 하만이 유대인들을 죽이려다가 실패한 날을 기리는 유대교의 축일/옮긴이)에는 증오의 대상이 페르시아 사람들로 바뀌고 말이야. 유월절에는 이집트 사람을 미워해야 하고 제33일절(샤부오트의 둘째 날부터 서른세 번째 날에 해당하는 유대교의 축일/옮긴이)에는 로마 사람들을 증오해야 해 노동절에는 영국에 저항하는 시위를 하고 말이야. 아브 월 9일(바빌론에 의해 예루살렘의 성전이 파괴된 날을 기억하기 위한 단식일/옮긴이)에는 바빌론과 로마 사람들에 대한 저항의 표시로 금식을 하지. 탐무즈 월 12일에는 헤르츨(팔레스타인 땅에 유대 민족 국가를 세우기 위한 민족주의 운동, 즉 시온주의를 제창한 헝가리 출신의 유대인 작가/옮긴이)과 비알릭(20세기 초에 활동한 시인으로 현대 히브리 시 문학의 선구자/옮긴이)이 죽었어. 또 아다르 월 11일에는 아랍인들이 텔하이에서 트룸펠도르(시온주의 운동 지도자. 1920년 텔하이에서 아랍인들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옮긴이)와 그 동지들에게 어떤 만행을 저질렀는지 영원히 기억해야 해. 우리 유대인이 다른 나라 사람들과 싸운 적도 없고 추모해야 할 슬픈 일도 없는 날은 오직 투브쉐바트뿐이야. 그런데 그날만 되면 어김없이 비가 내린단 말이지. 꼭 누군가 그렇게 정해 놓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야.” (pp.20~21)
하지만 역사적 사실의 치열한 고찰 같은 것이 소설에 등장하지는 않는다. 소설에는 ‘열한 번째 생일을 맞이하고 두 달쯤 지났을 때’의 내가 겪는 소소한 일상이 전개된다. 아이들로부터 놀림을 받고 있고, 한 소녀를 마음에 두고 있으며, 미치광이 소리를 듣는 외삼촌이 던지는 말에 오락가락 하는 어린 내가 겪는 며칠 동안의 일상이 곧바로 소설로 만들어지고 있다.
“이제 내 이야기는 끝났다. 사실 내 이야기는 다음의 한 문장으로 충분히 나타낼 수 있을 것이다.
어느 날 나는 선물로 받은 자전거를 장난감 기차 세트와 바꾸었고, 다시 그 기차를 개 한 마리와 바꾸었으며, 그 개를 잃고 난 뒤 연필깎이를 주웠으나 그 연필깎이마저 사랑과 바꾸어 버렸다.
하지만 이 문장은 완벽하다고 연필깎이와 바꾸기 전부터, 아니 일련의 물물 교환이 시작되기도 전부터 나는 줄곧 에스티를 사랑해 왔으니까.
그런데 왜 사랑이 지속되지 않았느냐고? 그건 아무래도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이다. 하지만 그것은 그저 수많은 의문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살다 보면 숱한 의문과 부닥치게 된다...“ (p.114)
단순한 스토리이지만 영국군에게 붙었다는 이유로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받고 있는 주인공 소년의 상황, 유대 민족주의의 입장이라고 할 수 있는 소년의 부모와 이와는 상관없이 자유주의의 입장이라고 보여지는 외삼촌 제마흐의 입장, 내가 좋아하는 소녀 에스티의 아버지가 가지고 있는 온건주의의 입장 등이 소설 안에 공존한다. 소년은 그 안에서 ‘하루사이에 네다섯 번’이나 변할 수밖에 없다.
“이 장에서는 협상과 계약, 여러 가지 계획과 아직 백인의 발길이 한 번도 닿지 않은 머나먼 미지의 땅에 대해 이야기하겠다.” (p.33)
소품과 같은 소설이지만 허투루 보기는 어렵다. 소년을 둘러싼 상황도 그리고 소년 자신도 끊임없이 변하고, 그 변화는 그 무엇에도 우선한다. 나 또한 세상에서 변하지 않는 것은 모든 것은 변한다는 사실뿐임을 인정하는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로운 공존이라는 두 국가 해법을 지지하는 작가는 1978년 반전 단체인 ‘즉시 평화’를 만들어서 지금까지 이끌고 있다고 한다.
아모스 오즈 Amos Oz / 정회성 역 / 첫사랑의 이름 (Soumchi) / 비룡소 / 126쪽 / 2009 (19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