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 대표와 편집자가 만들어내는 앙상블 같은 건 없어도...
카페 꼼마의 대표인 남편과 문학동네의 편집자인 아내가 하루에 한 권의 책을 소개한다. 책 일기이지만 정확히 그날 읽은 책만을 대상으로 삼지는 않았다. 나는 이제야 확인했는데 (이 시리즈의 지난 두 권을 읽을 때까지는 눈치 채지 못했다), 책이 갈라지는 부위에 각각의 책에 해당하는 해시 태그가 달려 있다. 해시 태그들을 보면서 마음을 놓았다. 맞아 애초에 하루에 한 권을 온전히 읽어내는 일은 이들에게도 무리였던 거야.
『데카르트는 “좋은 책을 읽는다는 것은 과거의 가장 훌륭한 사람들과 담소하는 것과 같다”고 했다... 그러나 나는 대화보다 책 읽는 것을 더 좋아하는데, 내가 이해할 때까지 그가 말을 멈추고 언제까지고 기다려주기 때문이다.』 (p.18, <프리드리히 니체, 선악의 저편 도덕의 계보> 중)
해시 태그들은 이런 식이다. #오늘_팔린_책, #다시_읽는_책, #지금_읽는_책, #오랜만에_꺼내본_책, #함께_읽은_책, #내가_만든_책, #내가_좋아하는_책, #번갈아_읽는_책, #오늘_읽은_책, #내가_고른_책, #만나기_전에_읽은_책 등등... 이미 읽어버린 다른 두 권의 책에도 해시 태그들이 달려 있는데, 지금 살펴보니 재밌는 것들이 많다. #학창_시절에_읽었으면_좋았을_책, #책이기_전에_만난_책, #얇지만_보람이_컸던_책, #이삿날_읽은_책, #생각이_많아지는_책 등등... 기획자와 편집자의 꼼꼼함과 예민함이 성실하게 반영된 영역이 아닌가 싶다.
“우리는 자주 인간이 말을 사용하는 것처럼 느낀다. 그러나 말은 인간의 바깥에서 제 스스로의 삶을 지향한다. 말의 이러한 특성을 감안해볼 때, 말은 인간의 입에서 터져나오는 다른 존재의 다른 방식인지도 모른다. 이렇게 각각의 존재를 인정하면서 서로에게 존재를 기대고 사는 둘 사이의 방식을 존중하는 한 인간이, 『인간의 말』이 아닌 『인간과 말』이라는 책을 썼다.” (p.28, <막스 피카르트, 인간과 말> 중)
남편은 이제는 책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책을 파는 쪽의 일을 하고 있다. 처음에는 출판사의 마케터 업무를 했고 그것이 현재의 북카페에서 책을 파는 일로 이어진 경우이겠다. (그리고 이제는 책을 쓰는 일로까지 번졌다) 그래서 그런지 그의 책 소개에는 단순히 책을 파는 이가 가지는 것 이상이 담겨 있다. 정말로 책을 애정하지 않으면 (억지로) 갖기 어려운 식견이 적확하게 사용되고는 한다.
“소설은 살던 삶을 멈추고 그 삶을 멀리서 바라보게 만든다. 반면 에세이는 멀리서 바라만 보던 삶의 영혼에 근육을 만들어 지금 이 순간을 계속 살아가게 한다.” (p.30, <오히라 미쓰요, 그러니까 당신도 살아> 중)
“단언컨대 그녀처럼 강한 인간은 본 적이 있지만, 그녀처럼 약하고 슬픈 신은 본 적이 없다.” (p.160, <쑤퉁, 눈물> 중)
아내 쪽은 이전에도 지금도 책을 만드는 일에 종사하고 있다. 자신이 흠모하던 작가의 책을 만들게 되어, 작가와의 미팅을 앞두고 있어 신기하고 두근거리는 심정이 가끔 드러나곤 한다. (책의 홀수 페이지는 아내, 그리고 짝수 페이지는 남편이 쓴 것이다.) 그리고 함께 살고 있는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도 남편 보다는 아내가 더 많이 한다. 이들의 서가에는 고양이와 관련된 책들을 따로 모아 놓은 칸이 있다.
“반려묘 강, 비와 함께 산 지 6년. 우리집 서가에는 자연스레 ‘고양이 책’ 칸이 만들어졌다. 거기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은 찰스 부코스키의 에세이 『고양이에 대하여』... 책을 덮고 나면, 그러나 모든 게 달라진다. 나에게 강과 비는 끊임없고 변함없는 애정을 쏟게 하는대상, 이미 내 삶의 많은 부분을 장악한 권력자들이다. ‘각자’는 책에서나 가능한 것, 현실은 온통 ‘나의’로 가득. 이 고양이는 나의 우주요......” (p.59, 찰스 부코스키, 고양이에 대하여> 중)
이들이 가지고 있다는 고양이 책을 모아 놓은 서가를 잠시 상상했다. 우리에게도 그런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잠시 마음이 흔들리기도 하였다. 여기저기 꽂혀 있는 고양이에 대한 책을 살펴보다가 그만두기로 했다. (덕분에 창해ABC북의 시리즈로 나온 <고양이>라는 얇은 책을 잠시 꺼내서 살펴봤다, 용이를 키우기 시작할 무렵 산 여러 고양이 관련 책들 중 하나였다.) 일단은 책장 앞에 놓인 작은 고양이 인형들로 만족하기로...
장으뜸 강윤정 / 우리는 나란히 앉아서 각자의 책을 읽는다 / 난다 / 404쪽 / 2017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