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적인 내용의 충격적인 전개가 부조리한 인물들을 통하여...
지지난주 함께 일하였던 디자이너의 딸 서윤이가 놀러왔을 때의 일이다. 아이는 과일을 입으로 가져가 입에 물고는 했다. 그러다가 그만 잘린 과일이 서윤이의 목에 걸렸다. 이도 없는데 과일을 깨물면서 놀아도 괜찮아, 라고 물었을 때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던 부부는 파랗게 질려가는 아기를 보고 놀라서는 허겁지겁 손가락을 목구멍에 넣어 목에 걸린 과일을 뱉어내도록 만들었다. 잘린 과일이 아기의 목구멍에서 빠져 나온 다음에야 그들은 크게 안도했다. 그들은 모르겠지만 나는 아기의 얼굴만큼이나 빠르게 질려갔던 부부의 얼굴을 잊을 수 없다.
“... 한 주 두 주 흘러갈수록 루이즈는 점점 더 놀랍도록 눈에 띄지 않으면서 동시에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가 되어간다. 미리암은 이제 늦는다고 알리는 전화조차 하지 않고, 밀라는 엄마가 언제 오느냐고 묻지도 않게 된다. 루이즈가 있다...” (p.71)
소설은 아당과 밀라, 어린 두 딸을 키우고 있는 폴과 미리암 부부가 루이즈라는 보모를 집에 들인 다음의 이야기이다. 소설의 첫문장은 무척 충격적인데 ‘아기가 죽었다.’이다. 번역자는 옮긴이의 말에서 이 문장을 카뮈의 《이방인》의 첫문장인 “오늘 어머니가 죽었다.”와 비교하고 있다. 생각해보면 소설 속 루이즈의 부조리한 측면들은 (동시에 루이즈를 보모로 받아들인 폴과 미리암의 부조리한 측면들도) 뫼르소의 그것과 어느 정도 일맥상통하고 있다.
“월요일 아침 루이즈는 해 뜨기 전에 집에서 나온다. 그녀는 RER 역으로 걸어가 열차를 타고, 오베르에서 갈아타고, 플랫폼에서 기다리고, 라파예트 가를 따라 올라가 오트빌 가에 접어든다. 루이즈는 병사다. 무슨 일이 있어도 전진한다. 못된 아이들이 다리를 부러뜨려놓아도 갈 길을 가는 개처럼, 가축처럼.” (pp.113~114)
이민자로 파리에서 살아가고 있는 루이즈의 삶은 이미 오래전부터 위태로왔다. 그녀의 남편은 이상한 소송들로 점철되어 있다가 문득 죽어버렸다. 딸 스테파니는 집과 바깥을 들락거린 끝에 이제는 아예 사라저벼렸다. 그녀는 남편의 죽음 이후 집을 잃었고 세를 들어 살고 있는 집은 엉망진창이고 그마저에서도 쫓겨날 처지에 놓여 있다. 루이즈가 지금 기댈 수 있는 것은 그녀에게 안식을 베풀 수 있는 것은 폴과 미리암의 집 뿐이다.
“물론 그냥 끝내면, 모든 것을 멈추면 된다. 하지만 루이즈는 그들의 집 열쇠를 가지고 있고, 모든 것을 알고 있고, 그들의 삶 속에 너무 깊이 박혀 있어서 이제 밖으로 들어내는 것이 불가능해 보인다. 그들이 그녀를 밀어내도 그녀는 다시 돌아올 것이다. 그들이 작별 인사를 해도 그녀는 문을 두드려대고 안으로 들어올 것이며, 상처받은 연인처럼 위험할 것이다.” (p.228)
미리암은 법학을 전공하던 대학 시절의 동기를 만나고 그로부터 제안을 받고 나서 다시 일을 시작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위해서 루이즈라는 보모는 그녀에게 절대적인 존재이다. 그리고 루이즈는 아이들에게도 그리고 이들 부부에게도 실제로 그러한 존재가 되어간다. 하지만 고용된 보모와 피고용인인 부부라는 관계가 정도 이상으로 심화되어 가면서 발생하는 문제는 이제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아기에 대한 강박관념이 그녀의 머릿속에서 공회전을 한다. 그녀는 그 생각만 한다. 그녀가 미치도록 사랑할 그 아기는 모든 문제의 해결책이다... 그녀는 광신도처럼 격렬하게, 악마에 들린 사람처럼 맹목적으로 그 아기를 욕망한다. 그 무엇도 거의 원해본 적이 없는 그녀가 그 아기를 원한다. 자신과 욕망의 만족 사이에 가로놓인 모든 것의 숨통을 끊고, 불태우고, 없애버릴 수도 있을 만큼.” (pp.260~261)
소설의 내용이 무척이나 문제적이다. 육아의 문제가 오롯이 사적인 영역에 속하던 시절에는 생각할 필요가 없었던 문제, 그리고 육아의 문제가 온전히 공적인 것이 된다면 생각할 필요가 없을 문제이다. 하지만 지금의 현대인들의 육아 시스템은 그 중간 어디쯤에 위치해 있고 그래서 이제 문제는 문제가 되었다. 문제를 드러내는 방식으로 충격 요법만한 것이 없고, 이 소설은 그렇게 하고 있다.
레일라 슬라마니 Leïla Slimani / 방미경 역 / 달콤한 노래 (Chanson Douce) / 아르테 arte / 299쪽 / 2017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