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무브먼트)에는 열심이었으나 운동(스포츠)에는 문외한이었던...
결혼을 하고 일 년쯤 뒤인 2000년에 처음 수영장에 등록을 했다. 온라인에서 알고 지내던 친구와 이런저런 말을 주고받다 불쑥 자리를 박차가 일어나 잠실 종합운동장으로 자전거를 굴렸다. 회원등록을 하고 바로 옆에 있는 매장에서 수영복과 수경과 수모를 구입했다. 아침 일곱 시에 시작되는 반이었는데, 나는 그즈음 아침 아홉 시가 되어야 자는, 거의 완벽한 올빼미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시작한 수영을 쉬지 않고 칠 년 정도 했다.
“운동을 하고 살을 뺀다는 것이 외모에 대한 편견에서 도망치는 것인지 편견과 맞서 싸우는 것인지 자주 헷갈린다. 남의 눈에 들려고 하는 건지 나에게 나를 잘 보이기 위한 건지도 잘 모르겠는 때가 많다. 하긴 나에게 잘 보이고 싶은 나도 어차피 타인의 눈을 거치기 마련이다...” (p.26)
사업을 시작하면서 수영을 할 시간을 챙기기 어려워졌다. 소주와 맥주와 양주를 가리지 않는 폭탄주를 마시는 생활이 오년쯤 지속되자 온 몸의 진기가 빠져나간 느낌이 들었다. 수영을 다시 시작했지만 늦었다. 몸에 이상이 생겼다. 안구형 중증근무력증이라는 병명을 나중에 받아들었다. 눈에 복시가 심해 수영을 계속할 수 없었고, 나는 올림픽수영장 건물에 함께 입주해 있는 피트니스센터에 등록했다. 이사를 했지만 여전히 동네 피트니스센터에 매일 저녁 아내와 함께 간다. 나의 병은 원인을 모르고 따라서 완치라는 개념이 없다. 그저 평생 약을 먹으면서 병을 달래고, 운동을 하면서 병의 진행을 체크할 수 있을 뿐이다.
“PT를 시작하기 전까지 내가 운동하는 시간은 45분이었다. 여기에 체육관 오가는 시간, 씻는 시간을 다 더해 하루 한 시간 남짓 내는 것도 솔직히 아까웠다. 그렇다고 24시간을 뭐 그리 알차게 채우는 것도 아니지만, 운동 ‘따위’에 한 시간을 선뜻 내기가 아까웠다. 머리 쓰는 시간은 귀하게 여기고 몸 쓰는 시간은 하찮게 여기는 건 내가 받아온 교육과 사회체계가 가르친 고약한 습성이란 것을, 역시 머리로만 인정하면서 현실에서 여간해선 고치고 싶지 않았다.” (p.29)
지은이의 나이가 나보다 몇 살 위인 듯하다. 운동(무브먼트)은 실컷 한 세대인데, 그러느라 운동(스포츠)에 문외한이 되었고, 은근히 그것을 경시하기까지 했다는 점에서 동세대라고 할 수 있다. 지은이는 여태 사회운동을 하고 있고, 그 와중에 매일매일 술자리를 포기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러다 몸에 이상이 생겼고 별 수 없이 운동을 시작해야 했다. 피트니스세터에서 ‘나이스’라는 코치를 만났고, 여태 운동을 지속하고 있다. 책은 그 지난했던 과정에 대한 기록이다.
“... 인간은 귀를 자기 뜻대로 움직일 수 없다. 간혹 귓불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인간이 있다고 하는데, ‘세상에 이런 일이’에나 등장할 일이다. 내게 가슴 운동은 귓불을 움직이는 것처럼 불가능했다. 가슴 운동은 매번 어깨 운동이 돼버렸다.” (p.57)
나도 PT, 그러니까 퍼스널 트레이닝을 얼마간 받은 적이 있다. 그러니 책의 군데군데에서 크게 호응하지 않을 수 없다. 지은이는 역기 운동을 꽤 좋아하게 된 것 같은데, 나는 결국 그렇게 되지 못했다. 가슴 운동을 온전히 가슴 운동이도록 만드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나는 잘 안다. 다른 곳이 아니라 곧바로 가슴에만 힘이 가도록 만드는 운동을 실천하는 것은 여전히 어렵다.
“내 전도의 요지는 일단은 운동하는 습관을 만들라는 것이다. 제대로 시작해보겠다고 미루지 말고 하루라도 빨리 ‘그냥’ 시작하라고 한다. 폭풍우처럼 몰아치는 일들을 좀 끝내고 나면, 이것 좀 마쳐놓고 저것 좀 마련해놓고 나면, 이런 식으로라면 ‘그날’은 오지 않는다.” (p.118)
서울의 동쪽에서 서쪽으로 생활 터전을 옮긴 후에 만난 까페 여름의 대학 선배에게 운동을 전도하고자 한 세월이 삼 년을 넘어섰다. 자신에게 맞는 운동을 만나고, 그 운동을 최소한 삼 개월 이상 그리고 일주일에 세 번 이상 지속적으로 유지시키면 된다, 그러면 그 다음부터는 몸이 알아서 운동을 하라고 시킬 것이다, 라는 것이 내 전도의 레퍼토리다. 하지만 아직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선배는 느리고 완강하다.
류은숙 / 아무튼, 피트니스 / 코난북스 / 153쪽 / 2017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