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시다 슈이치 《다리를 건너다》

잘 짜여진 그렇게 모호함마저도 짜여진 듯 집요하고도 느슨한...

by 우주에부는바람

소설은 모두 네 개의 커다란 챕터, ‘봄-아키라’, ‘여름-아쓰코’, ‘가을-겐이치로’, ‘그리고, 겨울’로 이루어졌으며 그 뒤에 ‘에필로그’가 따라 붙는다. 봄과 여름과 가을이라는 계절 뒤에 붙은 인물들이 각각의 챕터의 핵심 인물들이다. 그리고 겨울에는 이처럼 핵심 인물이라고 할만한 명명이 따라 붙지 않는데, 아마도 그것은 그 챕터의 인물들은 모두 어떤 식으로든 그 이전의 인물들로부터 기인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집요하고도 느슨한 연작소설집이 만들어진다.

“인간이란 존재는 자기가 잘못됐다고 알아챈 순간, 그걸 바로 인정하고 사과하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자기가 잘못되지 않은 게 될까, 어떻게 하면 자기가 옳은 게 될까를 먼저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 않나?” (p.104)

‘봄-아키라’의 아키라는 영업 관리직인 회사원이다. 그의 아내 아유미는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으며, 두 사람은 아유미의 언니의 아들인 고타로와 함께 살고 있다. 고타로의 부모는 해외 체류 중이다. 두 사람의 집에 아사히나 다쓰지라는 괴팍한 화가가 찾아오고, 아유미는 그를 두려워한다. 얼마 후 두 사람의 집 앞에 누군가가 술을 그리고 다음에는 쌀을 가져다 놓는다. 아유미는 아사히나 다쓰지를 의심하고, 결국은 집 앞을 향하는 CCTV를 설치한다.

“난 남자가 무서워... 사실은 생리적으로 무서워서 견딜 수가 없어. 그래서 지지 않으려고 이쪽도 큰소리를 내보긴 하는데, 목소리 떨리는 거 알았지? 그도 그럴 게 사실은 정말 무섭거든. 남자를 상대로 언쟁을 벌인 후에는 매번 화장실에 숨어서 벌벌 떨었어. 화가 나서가 아니야. 너무 무서워서 그냥 어린애처럼 몸이 계속 떨리고, 그러다 보면 눈물이 흘러...... 난폭한 남자가 무서운 건 아닐 거야. 결국 남자는 난폭하다는 게 무서운 걸 거야.” (pp.212~213)

‘여름-아쓰코’의 아쓰코는 남편인 도의원 히로키 그리고 아들 다이시와 함께 산다. 아쓰코는 남편인 히로키가 어느 기자 회견장에서 여자 탤런트를 향해 막막을 한 것으로 의심한다. 하지만 직접적으로 묻지 못한다. 그저 짐작할 뿐이다. 그렇게 마음 고생을 하는 사이 아쓰코는 자신의 쇼핑 카트에 자신이 쇼핑하지 않은 물품이 실려 있는 것을 확인한다. 분명히 그녀는 산 적이 없는 물건들인데 그녀는 그것들을 계산하고 집으로 가져온다.

『흥분한 가오루코의 목소리가 거칠어졌고, 그러나 곧바로 고개를 떨어뜨리며 “...... 그러니까 내가 잘못됐다고...... 하지만 나에게는 잘못된 내가 옳아 보이는 거야”라며 흐느껴 울었다.』 (p.358)

‘가을-겐이치로’의 겐이치로는 다큐멘터리 작가이다. 겐이치로는 두 달 뒷면 가오루코와 결혼할 예정이다. 그는 인간의 혈액에서 채취한 세포를 이용하여 정자와 난자를 분리시키고 한 아이를 만들어내는 연구를 진행 중인 사야마 교수를 취재하려고 애쓴다. 그리고 그 사이 홍콩의 우산 혁명을 취재하러 가서 찍어온 영상의 중간에 엉뚱한 영상이 끼어들어 있는 것을 발견하지만 그것은 결코 그가 찍은 영상은 아니다. 그 사이 겐이치로는 피앙새인 가오루코가 이전부터 연모하던 불륜남과 만나는 장면을 눈으로 확인하게 되고, 그녀와 함께 별장 여행을 갔다가 혼자만 내려온다.

“물론 70년 전의 우리가 마음속으로 그렸던 유토피아는 아니야. 그렇지만 두려워했던 디스토피아도 아닌 것 같은 기분이 들어..... 그게 솔직한 감상이야. 뜨겁지도 미지근하지도 않은, 그런 목욕물에 몸을 담그고 있는 것 같은 미래......” (p.519)

‘그리고, 겨울’에 이르러 소설은 급작스럽게 SF로 형질 변환이 일어난다. 2015년에서 70년이 흐른 2085년, 사야마 교수의 실험은 이미 성공하여 ‘사인’이라고 불리우는 새로운 형태의 인간들이 존재한다. 그들은 실험실에서 만들어지고 길러지며 그들 중 일부는 인간 세계로 들어와 섞인다. 그렇게 인간 세계에 섞여 있는 사인인 히비키 그리고 린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여기에 70년 전으로부터 흘러들어온 겐이치로가 섞인다.

에필로그에 이르면 ‘그리고, 겨울’에서 현재로 그러나 뭔가 다른 선택을 하는 현재가 등장하게 된다. 잘못된 현재의 선택이 어떤 미래를 만들어낸 것처럼, 현재의 또 다른 선택이 어떤 미래를 만들어낼 것인지를 우리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어떤 식으로든 다른 짐작을 해볼 수 있는 여지를 남길 수는 있을 터이다. 재미있고 잘 짜여져 있기는 한데, 너무 잘 짜여져서 어떤 모호함까지도 기획된 듯한 부자연스러움은 어쩔 수 없다.

유시다 슈이치 / 이영미 역 / 다리를 건너다 (橋を渡る) / 은행나무 / 547쪽 / 2017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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