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지금의 문제를 다루는 방식을 향한 호기심...
현대 중국의 작가들이 쓰는 단편 소설이 어떤 모양을 띠고 있을지 궁금하였다. 그렇게 낯설지는 않다. 그들이 다루고 있는 소재들이라는 것이 낯설지 않고, 그들이 소설을 쓰기 위하여 사용하는 방식들도 낯설지 않다. 다만 선입견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들이 중국의 지금의 문제를 다루는 방식이 꽤 조심스럽다고 생각된다. 문제의 핵심으로 파고들어 삼켜버리기보다는 그 문제의 표면을 조심스럽게 핥고 있는 것 같다.
장웨란 「집」
치우뤄는 이제 집을 떠날 생각이다. 하지만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을 생각이다. 남편은 징위에게도, 가사를 돕는 샤오쥐에게도 말하지 않을 생각이다. 샤오쥐는 남편을 시골에 나겨 놓고 도시로 왔다. 여기서 가사 도우미 일을 하고 있고, 남편은 자꾸 돈을 보내라고 재촉한다. 그리고 샤오쥐는 이제 치우뤄와 징위의 집에 아무도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어느 순간 알아차리게 된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비밀로 한 채 동시에 집을 나갔다.
황베이쟈 「완가 친우단」
완옌의 남편 천쿤은 완옌보다 완옌의 친족들과의 왕래에 더 적극적이다. 우리로 치자면 네이버 밴드와 비슷한 형태의 SNS 모임에 둥지를 틀고, 완옌에게 완옌의 먼 친척들 소식까지 전달한다. 그리고 완옌은 대신하여 참석한 완옌의 친척 장례식을 다녀온다. 그리고 그곳에서 천쿤은 완옌의 친척 중 누군가와 눈이 맞아버린다. 이제 완옌과 천쿤은 헤어지게 될 것이고, 천쿤은 미련없이 집을 나간다. 다만 한 가지 그 SNS 모임에서만큼은 잔류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쟝이탄 「투명」
나는 이혼을 하였고 지금은 다른 여자와 함께 살고 있다. 그녀에게는 어린 아들이 있고, 그녀는 내가 그 소년의 아버지가 되어주길 바란다. 나는 현재의 생활이 편하고, 그 아이의 아버지가 되어줄 수도 있지만, 그녀를 온전히 사랑하고 있는지는 잘 모른다. 그리고 어느 날 나는 나의 어린 딸과 조우하게 된다. 나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모른다. 나는 나의 딸과 그녀의 아들 모두에게 아빠가 될 수 있을 것인지...
추이만리 「관아이의 바위」
관아이, 그리고 어린시절 관아이의 선생님이었던 남자와의 관계는 무엇일까... 관아이와 관아이의 선생님은 몇 차례 만남이 엇갈리고, 관아이는 다른 사람에게서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는 한다. 그 사이 관아이의 엄마는 돌아가셨고, 관아이는 지금 어떤 남자와 결혼하게 될 것 같다.
치우산산 「쉬는 시간」
장수잉은 오랜 세월 선생님으로 살았고, 지금은 은퇴하여 혼자 살고 있다. 그렇지만 스스로 시간을 학교의 시간표처럼 나누어 놓고 생활한다. 그리고 쉬는 시간 틈틈이 아파트에 사는 다른 인물들에 대하여 예리한 시선으로 몰두한다. 그 시선에 포착된 낯선 인물과 아파트에서 벌어진 도난 사건은 어떻게 연결이 될 것인가.
저우쉬안푸 「가사 도우미」
언니와 동생의 경제적 상황에 격차가 생겼다. 동생은 가사 도우미를 쓸 생각이었는데, 어차피 언니가 동생네 자주 찾아온다면 언니가 가사 도우미 역할을 해도 괜찮겠다고 생각한다. 이제 언니는 가사 도우미로 동생네를 방문한다. 언니는 동생네 가족의 금전출납이 적힌 문서를 발견한다. 돈이 들어있는 봉투도 수시로 들여다본다. 언니이자 가사 도우미라는 두 가지 역할은 점차로 애매해진다, 언니에게도 동생에게도...
쉬이과 「초등학생 황보하오의 글 모음집」
작은 이모부라고 불리지 않는 작은 이모부, 라는 표현이 재미있다. 어린 황보하오가 바라보는 가족은 이상하다고도 이상하지 않다고도 할 수 없는 묘한 조합으로 이루어져 있다. 황보하오가 바라보는 가족들도 재미있지만, 황보하오의 글에 대한 선생님의 의견, 그리고 그 의견을 자신의 글쓰기에 적용시키는 황보하오도 재미있다.
마이쟈 「일본 놈」
일본 놈에게 끌려가서 부역을 했다는 이유로 일본 놈이라는 별칭으로 불리우는 아버지는 사사건건 당의 공무원과 부딪친다. 욱하는 것은 아버지와 그 아버지의 아버지가 같다. 하지만 당의 공무원에 의해 아버지는 억지로 일본 놈들에게 부역한 것이 아니라 적극적이었다는 혐의를 받게 된다. 아마도 문화 혁명 시기라고 여겨지는 그때의 중국, 그 중국에서 벌어진 인민재판이 가지고 있는 어떤 결격 사유를 그리고 있는 듯하다.
장웨란, 황베이쟈, 쟝이탄, 추이만리, 치우산산, 져우쉬안푸, 쉬이과, 마이쟈 / 김태성 외 역 / 집과 투명 / 예담 / 355쪽 / 2017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