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시타 나츠 《양과 강철의 숲》

피아노 소리와 문체가 혹은 숲이 크게 조응하였을 때...

by 우주에부는바람

서점에서 일하는 이들이 매년 가장 마음에 드는 책을 뽑는다. 일본서점대상을 선정하는 방법이다. 《양과 강철의 숲》은 2016년 일본서점대상 1위를 수상한 작품이다. 일본서점대상에 선정된 소설들을 즐겨 읽는다. 문학성과 대중성이 (이런 것을 쉽게 정의할 수 있겠는가 싶지만) 적당한 수준에서 맞물려 있는 작품들을 그 수상 목록에서 발견하고는 하였다. 읽기에 나쁘지 않고 읽은 후의 뒷맛이 나쁘지 않다.


“내가 가까이 가도 그는 개의치 않았다. 건반 앞에서 살짝 옆으로 비켜서더니 그랜드피아노의 뚜껑을 열었다. 뚜껑...... 내게 그것은 날개처럼 보였다. 그는 크고 까만 날개를 들어 올린 후 닫히지 않도록 버팀목을 대고 다시 한 번 건반을 두드렸다.” (p.11)


소설은 어린 시절 학교 강당의 피아노를 조율하려고 들른 이타도리와 만난 내가, 아니 이타도리가 조율한 피아노의 소리에 반한 내가 피아노 조율사라는 세계에 접어들게 되는 일종의 성장담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이타도리에 의해 수정된 피아노 소리에 반응하며 이타도리에게 제자로 받아들여줄 것을 요청하고, 이타도리는 나에게 피아노 조율사가 되기 위해 공부할 수 있는 학교를 추천한다.


“밝고 조용하고 맑고 그리운 문체, 조금은 응석을 부리는 것 같으면서 엄격하고 깊은 것을 담고 있는 문체, 꿈처럼 아름답지만 현실처럼 분명한 문체.” (p.68)


그리고 나는 그 학교를 졸업한 이후 이타도리가 일하고 있는 피아노 조율과 관련한 회사에 들어가게 된다. 하지만 내게 피아노 조율이 금방 맡겨지는 것은 아니다. 나는 이타도리가 만들어냈던 소리를 목표로 하지만 그것을 실현시키는 일은 쉽지 않다. 그런 나에게 이타도리 씨는 하라 다마키가 추구하였던 문체에 대해 말한다. 조율사가 추구하는 피아노 소리와 하라 다마키가 추구하였던 문체는 어떤 면에서 크게 조응한다.


“... 처음에는 그저 소리였는데, 이타도리 씨가 조율하고 정돈하자 단숨에 윤택해졌다. 선명하게 뻗는다. 다랑, 다랑, 단발적이었던 소리가 달리고 엉켜 음색이 된다. 피아노가 이런 소리를 내던가. 잎에서 나무로, 나무에서 숲으로, 산으로. 이제 막 음색이 되고 음악이 되는 모습이 눈앞에 펼쳐졌다.” (pp.94~95)


소설의 제목에 나오는 양과 강철은 피아노의 소리를 만들어내는 주요한 두 가지 요소 그러니까 해머를 만드는 펠트의 주재료인 양의 털, 그리고 그 해머가 두드리는 현을 만들고 있는 강철을 의미한다. 그리고 피아노 소리를 처음 듣는 순간 그리고 그 다음의 여러 순간들에서 나는 숲을 떠올린다. 내가 자라난 고장의 숲과 피아노 소리를 듣는 순간 떠올리는 숲 또한 그렇게 때때로 조응한다.


“피아노의 기준 음인 ‘라’는 학교 피아노라면 440헤르츠로 정해져 있다. 갓난아기의 울음소리가 전 세계 공통으로 440헤르츠라고 한다. 헤르츠란 1초 동안 공기가 진동하는 횟수이다. 이 수치가 높을수록 소리도 높아진다...” (p.112~113)


피아노를 배워 본 적이 없다. 여동생이 조금 피아노를 쳤지만 집에 피아노를 들이지는 못하였다. 피아노를 전공하였던 여자와 친하였지만 그녀는 대학에 들어가면서 무용으로 전공을 바꿨다. 피아노를 배워보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있다. 아내 또한 피아노를 칠 줄 모른다. 아내는 나보다 더 심하게 피아노를 배워보고 싶어 했던 적이 있노고 실토했다. 내게 피아노 조율은 피아노보다 더욱 먼 곳에 있다. 그럼에도 소설에서 위화감을 느끼지는 않는다. 일본 소설의 또 하나의 특징이다.



미야시타 나츠 / 이소담 역 / 양과 강철의 숲 (羊と鋼の森) / 예담 / 279쪽 / 2016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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