켄트 하루프 《밤에 우리 영혼은》

애디와 루이스에게 찾아온 새로운 삶의 결, 그 감응과 감흥의 이야기...

by 우주에부는바람

크지 않은 마을에 사는 두 명의 노인이 있다. 애디 무어는 이제 일흔이 되었고, 루이스 워터스는 그보다 좀더 나이가 많은 것처럼 보인다. 어느 날 애디 무어가 루이스 워터스의 집을 찾아가기 전까지 두 사람은 그저 아는 사이 정도인 이웃일 뿐이었다. 애디는 루이스의 죽은 아내 다니엘과 조금 아는 정도였고, 루이스도 애디의 남편인 칼이 죽었을 때의 애디를 기억하는 정도일 뿐이었다. 하지만 어느 날 애디는 루이스의 집을 찾아가 ‘가끔 나하고 자러 우리 집에 올 생각이 있는지 궁금해요’ 라고 말하고, 그 이후의 두 사람의 삶은 그 전의 삶과는 또 다른 결을 가지게 된다.


“당신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친절한 사람이요... 그런 사람이라고 난 생각해요. 그리고 나는 줄곧 당신을 내가 좋아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만한 사람으로 짐작해왔어요...” (p.27)


그저 아는 사이일 뿐이었던 루이스를 향하여 애디는 위와 같이 말한다. 애디는 루이스를 지켜봤고, 애디는 지금의 외로움을 조금이라도 덜어줄 사람으로 루이스를 선택하였다. 반드시 섹스가 아니어도 상관없다. 그저 한 침대에 누워서 밤을 보낼 수 있는 사람으로 애디는 루이스를 원한 것이다. 그리고 루이스는 애디를 찾아간다. 루이스는 애디의 침실에서 밤을 보내고 다음 날 아침이면 다시 일어나 자신의 집으로 돌아온다.


“어찌됐든 지금 여기 있잖아요.

지금 있고 싶은 곳이 여기예요.“ (p.55)


조그만 마을이고, 두 사람의 관계는 마을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두 사람은 모두 칠십이 넘었고, 어떤 사람은 다른 사람의 이목에 신경 써야 할 만큼 많은 나이라고 여기겠지만, 두 사람은 다른 사람의 이목을 상관하기에는 너무 많은 나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두 사람은 지금의 관계가 서로에게 주는 깊은 감응 그리고 감흥으로 행복하다.


“하지만, 아빠, 이건 옳지 않아요. 아빠는 사실 애디 무어를 좋아하거나 잘 알지도 못했잖아요.

네 말이 맞다. 좋아하거나 잘 알지도 못했지. 그런데 바로 그게 내가 지금 좋은 시간을 보내는 요인이란다. 이 나이에 누군가를 알아가는 것, 스스로가 그녀를 좋아하고 있음을 깨닫는 것, 알고 봤더니 온통 말라죽은 것만은 아님을 발견하는 것 말이다.“ (p.59)


이제 마을 사람들의 이목은 이제 그들의 관계를 가로막지 못한다. 하지만 두 사람의 자식들이 가지고 있는 편견은 또 다른 문제이다. 루이스의 딸 홀리는 아버지에게 남부끄럽지 않냐고 말하고, 애디의 아들 진은 손자 제이미를 애디와 떨어뜨려 놓는 것으로 자신의 엄마를 압박한다. 칠십이 넘었어도 두 사람의 관계는 여느 여성과 남성의 것과 다르지 않다. 두 사람은 자신들의 사이에 놓여져 있는 난관들과 고스란히 맞닥뜨릴 수밖에 없다.


“우리 둘 다 인생이 제대로, 뜻대로 살아지지 않은 거네요... 그래도 지금은, 이 순간은, 그냥 좋네요... 이렇게 좋을 자격이 내게 있나 의심스러울 정도로요...” (p.109)


해피한 엔딩은 아니다. 하지만 소설의 마지막이 두 사람의 이야기의 끝인 것인지는 모르겠다. 소설의 마지막에서 두 사람은 이제 같은 공간에서 머물 수 없게 되었다. 그저 몰래 전화 통화를 할 수 있을 뿐이다. 하지만 두 사람은 어쨌든 그것이 끝이 아니라 처음으로 돌아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물론 아쉽게도 더 이상의 이야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없다. 이 소설의 작가인 켄트 하루프는 이 소설을 마지막으로 2014년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주인공들의 나이도 이미 칠십이 넘어 있다, 그러므로...



켄트 하루프 Kent Haruf / 김재성 역 / 밤에 우리 영혼은 (Our Souls at Night) / 뮤진트리 / 194쪽 / 2016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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