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타요시 나오키 《불꽃》

패배자로 편입되지 않아도 좋을 어떤 긍정의 설파...

by 우주에부는바람

*2016년 10월 15일에 작성된 글입니다.


엊그제 미국의 포크락 싱어송라이터인 밥 딜런이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였다. 밥 딜런에 대해서는 대부분 호의의 감정을 지니고 있다고 여겨지지만 노벨상 수상 여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작년 일본에서는 아쿠타가와 상의 수상작으로 현직 개그맨인 마탸요시 나오키의 <불꽃>이 선정되었다. 개그맨이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소설가가 개그맨을 소재로 하여 쓴 소설이 유수의 일본 문학상 수상작이 된 것이다.


“너, 대학을 안 나왔으면 기억력도 안 좋을 것이고 아무래도 나라는 사람을 금세 잊어버릴 거 아니냐. 그러니까 나를 지근거리에서 지켜보고 내 말과 행동을 글로 기록해서 내 전기(傳記)를 써줬으면 좋겠다.” (p.23)


거기서 멈추지 않고 단행본으로 출간된 <불꽃>은 (2016년 6월말까지) 260만 부가 팔렸다. 80년 아쿠타가와 상 역사상 단행본으로는 가장 많이 팔린 소설이 되었다. 작가의 아쿠타가와 수상 소식이 들려왔을 때 우리 주류 문단의 엄숙주의 그리고 순혈주의에 대한 몇몇 반성이 등장하기도 하였다. (우리나라에서도 힙합 뮤지션인 타블로가 2008년 <당신의 조각들>이라는 소설집을 낸 바 있다.)


“일단 코미디언인 이상, 재미있는 개그가 절대적인 사명이라는 건 당연한 얘기고, 일상의 다양한 행동까지 모조리 개그를 위해 존재하는 거야. 그러니까 너의 행동은 모두 이미 개그의 일부라는 얘기야. 개그는 재미있는 것을 상상해내는 사람의 것이 아니라 거짓 없이 순정한 인간의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지. 요컨대 영리한 걸로는 안 되고 진짜 바보, 그리고 자기가 제정신이라고 믿는 바보에 의해서만 실현되는 것이 개그야.” (p.27)


소설은 ‘스파크스’라는 이름의 만담 콤비의 일원인 스탠드업 코미디언인 도쿠나가를 화자로 삼고 있다. (얼마 전 읽은 김중혁의 장편 <나는 농담이다>에서 스탠드업 코미디언이 등장한 바 있다) 지역 축제에 참가하였던 도쿠나가는 자신과 같은 스탠드업 코미디언으로 ‘천치들’이라는 콤비의 일원인 가미야를 만나면서 소설은 시작된다. 이후 도쿠나가는 가미야를 선배로 삼고, 가미야는 도쿠나가를 아끼는 후배로 삼는다.


“... 가미야 씨는 이상이 높고 자기 스스로에게 부과하는 것도 컸다. 가미야 씨와 농밀한 시간을 보내는 것을 통해 나는 코미디언의 세계를 알아내려고 했다. 하지만 가미야 씨 자신도 나를 캔버스 삼아 자신의 이론을 색칠해왔던 것인지도 모른다. 가미야 씨의 재능과 매력에 의심을 품은 적은 없었다. 다만 지나치게 강한 그 신념에 이따금 숨이 막히는 듯한 느낌이 들곤 했다...” (p.149)


나는 가미야를 통해 내가 가지고 있는 코미디에 대한 개념을 조금씩 확립하고, 수정한다. 두 사람은 코미디를 그저 단순한 웃음의 전달 방식이 아니라 웃음을 전달한다는 목적을 가진 하나의 문화 장르로 편입시킨다. 또한 이들에게 코미디는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이기도 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기도 하며, 세상을 살아가는 태도이기도 하다. 그렇게 코미디는 삶을 대하는 (어쩌면 나에게는) 아니 삶 자체인 (어쩌면 가미야 씨에게는) 무엇이 된다.


“가미야 씨가 상대하는 것은 세상이 아니었다. 언젠가 세상을 자신 쪽으로 돌려세울 수도 있는 무언가였다. 그 세계는 고독할지도 모르지만 그 적막은 스스로를 고무해주기도 하리라. 나는 결국 세상이라는 것을 떨쳐낼 수 없었다. 참된 지옥이란 고독 속이 아니라 세상 속에 있었다. 가미야 씨는 그것을 알지 못하는 것이다. 내 눈에 세상이 비치는 한, 거기서 도망칠 수는 없다. 나 자신의 이상을 무너뜨리지 않고 또한 세상의 관념과도 싸워야 한다.” (pp.162~163)


소설 내내 이들의 상황은 크게 좋아지지 않는다. 약간의 인기를 끈다고 해도 나를 개그맨으로 알아봐주는 사람은 많지 않다. 가미야 씨의 경우 이보다 더해서 선배 노릇 하느라 빌린 사채로 인하여 쫓겨 다니고 그러다 불쑥 여성의 가슴을 단 채 등장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에게는 아직 코미디가 있다. 그것이 이미 다 타버려 재가 되어버린 꿈과는 달라서 조금 안심이 되기도 했다.


“가미야 씨의 머리 위에는 눈썹달이 태연히 떠있었다. 그 아름다움은 평범한 기적이었다. 가미야 씨는 그냥 이곳에 있다. 존재하고 있다. 심장이 뛰고 숨을 쉬고 있고, 이 자리에 있다. 가미야 씨는 성가실 만큼 온 힘과 온 영혼을 다해 살아있다. 살아있는 한, 배드엔드라는 건 없다. 우리는 아직 도중이다. 이제부터 속편을 이어갈 것이다.” (p.205)


어쩌면 이러한 안심, 그러니까 패배자로 편입되지 않아도 좋을 어떤 긍정이 소설의 인기를 만들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스타일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것이 문학이 가지는 대중적인 에너지가 되기는 할 테지만 내게는 그것이, 문학이 가진 조금 덜 문학적인 영역에서 벌어지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밥 딜런에 대해서는? 조금 더 생각해보고 싶다.



마타요시 나오키 / 양윤옥 역 / 불꽃 (火花) / 소미미디어 / 219쪽 / 2016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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