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부코스키 《우체국》

어느날 아침 시작된, 여자와 술과 경마로 가득하였던 우체부 치나스키의..

by 우주에부는바람

부코스키의 소설을 읽기 오래 전 《부코스키가 간다》를 읽었다. 창비장편소설상 수상작이었는데 재미는 있었지만 오래 기억에 남지는 않았다. 남은 것은 바로 ‘부코스키’라는 이름이었고, 찰스 부코스키라는 작가를 읽어야지, 라고 당시에 생각했던 것 같다. 그렇게 두고두고 생각만 하다가 이제야 그의 첫 번째 소설, 그의 나이 쉰을 넘기고 나서야 쓴 첫 번째 소설 《우체국》을 읽었다.

“3년 후, 나는 <정규 집배원>이 되었다. 이 말인즉, 휴일에도 급여를 받을 수있고(보결은 휴일 급여가 없었다), 일주일에 40시간 일하고 이틀 쉴 수 있다는 뜻이었다... 그렇다고 아주 행복한 건 아니었다. 나는 굳이 고생을 자처하는 사람은 아니었고 일은 여전히 어려웠지만 어쨌든 옛날 보결 시절의 매혹은 사라지고 없었다. 다음에는 어떤 빌어먹을 일이 생길지 확실히 알 수 없다는 그 긴장감이.” (p.57)

소설은 치나스키가 주인공인데, 치나스키는 곧 부코스키이기도 하다. 소설을 쓰기 전 실제로 부코스키는 우체국에서 12년을 일했다. 여하튼 소설 속 치나스키는 크리스마스에 임시직으로 우편물을 배달하다가 어떤 여인에게 이끌려 섹스를 하게 되고, 그것을 빌미로 시험을 봐서 보결 우편집배원이 된다. 그리고 그렇게 보결 우편집배원으로 일한지 3년이 흐른 다음 정식적으로 집배원이 되었다. 하지만 정규 집배원이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치나스키는 관리인인 존스톤의 경고장을 연거푸 휴지통에 던지다가 결국 사직서를 내고 만다. 그러고는 동거 중인 베티의 곁으로 돌아와서 언제나처럼 술을 마신다.

“... 난쟁이는 아주 아름다운 여자와 결혼을 했다. 이 여자가 10대였을 때, 콜라병으로 자위를 하다가 병이 빠지지 않는 바람에 의사한테 가서 뺄 수밖에 없었다. 작은 동네가 다 그렇듯이 콜라병에 대한 소문이 동네에 다 퍼졌고 불쌍한 소녀는 따돌림을 당하다가 결국 난쟁이밖에 데려가 줄 사람이 없었다. 결과적으로 그는 동네에서 가장 훌륭한 엉덩이를 차지하게 되었다.” (p.71)

집배원을 그만두고 경마를 하면서 지내던 치나스키는 결국 베티와 헤어진다. 그리고 경마장에서 조이스를 만난다. 그와 꽤 나이차가 나는 조이스는 꽤 잘 사는 가문의 처자였는데, 조이스를 따라 이 가문의 근거지인 고장에서 치나스키는 곤혹스러운 일을 당하고는 했다. 난쟁이는 그 고장을 구경시켜준 장본인이었고, 치나스키는 원체 여자에 혹은 여자 엉덩이에 혹은 여자와의 섹스에 관심이 많은 인물이었다. 그리고 조이스는 색정광녀로 치나스키는 그녀와 함께 지내려면 이백만 번쯤 섹스를 해야 할 것이라고 여겼다.

“... 그간의 정을 생각해서 끝내주게 한 번 했다... 조이스가 집과 개아 파리와 제라늄 화분을 차지했다... 조이스는 내가 짐 싸는 것까지 도와줬다. 바지를 깨끗하게 개켜 가방에 넣어 주었다. 속옷과 면도기도 싸주었다. 내가 나갈 준비를 마치자 조이스는 다시 울기 시작했다. 나는 그녀의 귀, 오른쪽 귀를 깨물어 주고 물건을 챙겨 계단을 내려왔다. 차에 올라타고 거리를 누비면서 셋집 팻말을 찾았다... 내 인생에서는 이런 일이 딱히 특이하지도 않은 듯했다.” (pp.111~112)

조이스와 함께 살고자 치나스키는 다시 우체국에 취직했고 조이스도 직장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조이스는 직장에서 만난 남자에게 흠뻑 빠졌고 충동적으로 치나스키와 이혼했다. 치나스키는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이혼은 하였지만 직장은 남았고, 치나스키는 그곳에서 베티를 다시 만나게 된다. 하지만 베티는 그 사이 많이 늙었다. 치나스키는 우체국에서 일하면서 경마장에서 말에게 돈을 걸었고 술을 마셨으며 종종 여자를 만나는 것으로 시간을 보냈다.

“나는 페이의 손을 꼭 잡고 이마에 입을 맞춰 주었다. 그녀는 눈을 감았고 잠이 든 것처럼 보였다. 페이는 젊은 여자가 아니었다. 세상을 구하지는 않았을지라도 세상을 크게 향상시키긴 했다. 페이 1점 득점.” (p.196)

반전 운동가이자 작가인 페이도 그 시기에 치나스키가 만난 여자였고, 그녀는 치나스키의 아이를 낳았다. 아이의 이름은 마리나 루이즈 치나스키... 하지만 딸 마리나와 페이, 그리고 고양이와 치나스키라는 이 가족도 오래 지속되지는 않는다. 페이는 딸을 데리고 이사를 해고 나는 고양이를 맡기로 했다. 페이는 그후 트럭을 운전하는 남자를 만나 그 도시를 떠나 뉴멕시코의 히피 공동체에 들어갔다, 딸과 함께...

“아침이 되자 아침이었고 여전히 살아 있었다. / 아마 소설을 쓸 것 같군, 생각했다. / 그래서 소설을 썼다.”(p.241)

페이와 딸이 떠나고 친구처럼 지내던 베티도 세상을 뜬 다음 치나스키는 결국 우체국을 그만둔다. 이번에는 진짜다. 위의 문구는 소설의 마지막에 실려 있다. 그러니까 이 소설은 바로 그 날, 우체국을 그만두고 술을 진탕 마시고 깨어난 어느 아침 시작된 것인지도 모른다. 여자와 술과 경마밖에 모르던, 여자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여자 엉덩이를 따라갔고, 절대 열심히 일하지 않으면서도 쉽사리 일을 그만두지 않았으며, 윗사람과는 사사건건 부딪쳤지만 자신의 여자들의 결별 통보에는 순순히 응할 줄 알았던 치나스키의 삶은...


찰스 부코스키 Charles Bukowski / 박현주 역 / 우체국 (Post Office) / 열린책들 / 253쪽 / 2012 (19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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