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금희 외 《2016 제7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긴장감은 추상적으로 나른함은 구체적으로...
김금희 「너무 한낮의 연애」
수상작이다. 필용과 양희의 재회... “... 필용은 양희의 얼굴을 훔쳐보는 것도 훔쳐보는 것이지만 무대에 서서 한번 그 감정을 느겨보고도 싶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어떻게 되는 건가. 십육 년 전, 연애는 아니더라도 안에 비슷한 무언가가 있었던 사람과 재회해서 서로가 서로를 인식하게 되면 어떻게 되는 건가. 앞으로 어쩌냐는 말이지...” (p.28) 그러나 그것을 재회라고 부를 수 있을까... 인사이동을 통해 한직으로 밀려난 필용과 십육 년 전 어학원을 다니던 시절의 필용, 한낮의 직장인들을 위한 힐링 연극을 하고 있는 양희와 십육 년 전 어학원을 다니던 시절의 양희... 사랑함을 선포했다가 그것을 고스란히 수습해간 양희와 그런 양희의 집을 찾아갔던 필용... 가감없이 모든 것을 드러내야 했던,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그 정체를 확인하기 힘들었던 연애의 실체는 십육 년이 지난 지금도...
기준영 「누가 내 문을 두드리는가」
“... 그는 아버지가 멈춰 선 데서 더 나아가지 않을 것이었다. 생이 이대로 괜찬하고 여겨지는 날들에는 가끔 좋았던 일들도 떠올랐다. 그러니까 행복했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그 비슷한 기분이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는 불평이 많은 사람이 아니었다. 자기가 누구인지 자시 들여다보게 된 것만으로도 더 잘 알게 된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그 착각이 그를 안심시켰다...” (p.80) 물려받은 재산이 있는 그는 어린 여대생 H에게 환심을 사고 싶어 하지만 쉽지 않다. H의 어머니와 비슷한 또래라고 할 수 있는 그에게 H는 쉽지 않은 존재이다. 그 쉽지 않음이 곧 그의 삶을 닮아 있기도 하다, 라고 그는 우기고 싶어 한다.
정용준 「선릉 산책」
아마도 지체 장애와 틱 장애를 동시에 가지고 있는 듯한 한두운을 하루 동안 맡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내가, 바라보는 한두운의 일거수일투족... “... 어쩌면 그의 삶은 오해되고 왜곡되었는지 모른다. 아니, 우리를 속이고 있는지도 모르지. 솜씨 좋은 작가처럼 거짓을 진짜처럼 혹은 진실을 가짜처럼. 영혼은 편하게 침대에 눕혀놓고 하루종일 내 손을 잡고 유령처럼 산책하다 집에 돌아간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우리는 한두운의 일거수일투족을 소설내내 들여다보았으나 우리가 본 것이 무엇인지 우리는 정확히 알지 못한다.
장강명 「알바생 자르기」
장강명을 리얼리스트라고 부를 수 있을까... 지금 우리나라의 젊은 작가들 중 거의 유일하게 리얼리티를 유지하면서 소설을 쓰는 작가라고나 할까... 그런데 그는 보수주의자이다. 그의 리얼리즘과 그의 보수적인 가치가 그의 소설 속에서 애매하게 부딪치는 모습을 계속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그것이 그의 리얼리즘을 심화시키길 기대해본다. 소설은 그야말로 알바생이 어떻게 잘리게 되는지, 그리고 그 잘린 알바생이 어떻게 부득불 진상을, 그러니까 소설 속 은영의 입장에서는, 부리게 되는지 보여주고 있다.
김솔 「유럽식 독서법」
“... 이 소설을 타고 질주하는 동안 차창 밖 풍경을 기억하려 하거나 인과를 해독해내려고 애쓰지 말고 그저 자신의 내부에 잠시 드러나는 인상과 감정에만 집중할 것을 권장한다...” (p.190) 작가가 나서서 이렇게 말하고 있어 그렇게 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그 ‘집중’에 실패하고 말았다. 소설을 통해 무엇도 들여다볼 수 없었다. 심지어 나조차도...
최정화 「인터뷰」
위를 향하여 올라가기 위해 노력했고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여 배경이 될만한 집안의 여자와 결혼도 하였으나 어떤 인터뷰 때문에 잠시 나락으로 떨어졌던 그는 이제 재기를 앞두고 있다. 그는 인터뷰어인 기자에게 손찌검을 했고 그 때문에 한동안 자숙해야 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는 이 사실을 여행지에서 만나게 된 남녀 앞에서 이야기하게 되는데, 소설의 마지막이 살짝 반전으로 다가온다. 큰 의미가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감쪽 같았다.
오한기 「새해」
전업작가가 되기로 한 작년, 내가 아내에게 ‘당나귀가 된 거 같아. 어떻게 하면 다시 거북이가 되지?’라고 물었을 때 아내는 이렇게 답하였다. “당신은 진짜 당나귀야. 마음만 먹으면 거북이도 될 수 있어. 하지만 소설쓰기를 그만두지 않는 이상 사람이 될 순 없지.” (p.271) 나는 계속해서 소설을 쓰려고 하고 있고, 그러나 그동안 대필 원고 하나를 완성했을 뿐이다. 그런 내게 아내는 직장을 권했고, 나는 한상경이라는 사람에게서 일을 의뢰받고 함께 일을 하고 있지만 오히려 엉뚱한 납치나 하게 되는데, 그렇다고 이런 이야기들이 차분하기 진행되고 있지는 않다. 소설가의 복잡한 머릿속을 그만큼 복잡하게 보여주고 말리라, 다짐이라도 한 것처럼...
김금희, 기준영, 정용준, 장강명, 김솔, 최정화, 오한기 / 2016 제7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 문학동네 / 341쪽 / 2016 (20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