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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에부는바람 Jul 30. 2024

조너선 캐롤 《벌집에 키스하기》

범인인가? 호기심 속에 바라보게 되는 인물의 향연...

  《벌집에 키스하기》는 크레인스뷰라는 뉴욕 근처 소도시를 배경으로 한 조너선 캐롤의 3부작 중 첫 번째 소설이다. 3부작의 두 번째 소설은 《The Marriage of sticks》인데 아직 번역 출간되지 않았고, 세 번째 소설은 《나무바다 건너기》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어 있다. 《벌집에 키스하기》가 좀더 대중적이고 전통적인 미스터리 소설의 문법을 따르고 있다면 《나무바다 건너기》는 전형적이지 않은 장르 파괴의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 맨해튼에서 허드슨 강을 따라 한 시간 올라간 예쁘장한 소도시 크레인스뷰는, 이름은 백인 상류층 주거 지역 같지만 중하층의 아일랜드계 혹은 이탈리아계 가족들이 대부분이었다. 괜찮은 공구점이나 시장, 그리고 질긴 옷들과 메이든폼 브래지어, 실내복, 컨버스 운동화를 파는 옷가게 정도만 있으면 사람들은 만족했다. 가장 비싼 레스토랑에 있는 제일 비싼 메뉴라고 해 봐야 새우와 스테이크를 구운 ‘시프 앤드 터프’ 정도였다. 도서관은 나름대로 괜찮았지만 이용자가 거의 없었다. 앰버시 영화관도 마찬가지여서, 어두컴컴한데다 늘 텅텅 비어 있었기에 남녀가 주로 불순한 목적으로 찾았다. 술집은 샴록과 지노 두 개가 있었다. 미셸의 말은 사실이었다―그곳은 낮에 열심히 일하고 밤이면 집에 들어가서 맥주를 마시며 스포츠 중계를 보는, 그런 사람들의 마을이었다.” (pp.37~38)


  소설의 주인공은 샘 베이어라는 베스트셀러 작가인데 현재는 슬럼프에 빠져 있다. 그런 샘이 갑작스레 자신이 학창시절을 보낸 크레인스뷰, 그곳에서 자신이 최초로 그 시체를 발견한 폴린 오스트로바 사건을 떠올린다. 폴린 오스트로바를 살해한 범인으로 남자 친구인 에드워드 듀랸트가 지목되었고, 붙잡혀 감옥에 갇혔다가 그곳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일단락된 사건이었지만 샘은 그때도 그리고 지금도 뭔가 석연찮은 구석이 있다고 여긴 것이다.


  “... 이목구비 하나하나가 전부 입체파 그림처럼 날카로웠다. 눈동자도 머리카락도 검었고, 머리는 짧고 뾰족한 최신 유행 스타일이었다. 그녀는 호전적인, ‘나 건들면 죽어’의 관점에서는 괜찮은 외모였고, 길고 가느다란 몸도 그런 얼굴과 잘 어울렸다...” (p.102)


  그리고 비슷한 시기 샘은 베로니카라는 한 여인을 만나게 된다. 몇 번의 결혼을 실패로 끝마쳤지만 (그러나 샘에게는 카산드라라는 딸이 있고, 샘은 그것을 절대 실패로 여기지는 않는다.) 샘은 다시 한 번 베로니카에게 매혹된다. 하지만 사이비 종교에 발을 담근 적이 있고, 샘이 아닌 또다른 작가에게 빠져 포르노 영화에 출연한 적도 있다는 베로니카의 과거를 알게 되면서 나는 혼란스럽기 그지 없다.


  “폴린 오스트로바와 에드워드 듀란트는 천생연분이었고, 하지만 결코 만나지 말았어야 하는 사이이기도 했다. 남자는 실용적이고 철저했고, 여자는 그렇지 못했다. 넌 벌집처럼 복잡하고 정신없어, 그가 그녀에게 처음으로 핀잔을 주었던 말이었다. 이후 그 단어가 그녀를 부르는 그의 애칭이 되었다. 그녀는 그의 면전에서 웃으며, 당신처럼 열쇠나 연필이 되어 따분한 한 가지 목적에만 종사하다가 잊혀지거나 잃어버리는 존재가 되느니 차라리 벌집이 낫겠다고 했다.” (p.168)


  또한 자신이 폴린 오스트로바 사건을 다시 파헤치기 시작했다는 사실때문일 것이 분명한 경고의 메시지가 연거푸 발견된다. 샘은 여러 위협에 노출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샘은 크레인스뷰에서 경찰 서장이 되어 있는 옛 친구 프레니, 나를 향해 엄청난 집착을 보이는 베르니카 그리고 카산드라의 남자 친구 이반의 도움을 받으면서 폴린 오스트로바와 관련한 글을 계속해서 써나간다. 


  『“자, 이제 어떻게 할 건가, 프레니? 날 체포할 건가? 기소되기 전에 죽을 확률이 높은데.”

  “알죠, 댁이야말로 이제 어떻게 할 겁니까, 검사 양반? 죽고 나면 지옥에 갈 텐데.”

  “알지. 그래도 먼저 저녁 식사부터 들도록 하세.”』 (p.316)


  (긴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미심쩍은 사건이 있고, 그 진실에 다가가려는 과정에서 등장하는 몇몇 인물을 범인인가? 호기심 속에 바라보게 되고, 결국 (가까스로) 진범이 밝혀진다는 미스터로 소설의 구조가 명확하다. 읽다 보면 진부하게 느껴지기도 하는데, 그렇다고 해서 3부작의 또다른 소설을 놓치지 않았으면 한다. (이미 읽기 시작하였는데) 《나무바다 건너기》는 보다 매력적인 소설이다.



조너선 캐롤 Jonathan Carroll / 최내현 역 / 벌집에 키스하기 (Kissing The Beehive) / 북스피어 / 327쪽 / 2007 (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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