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니 빌뇌브 감독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

모든 캐릭터들이 이 윤리적 문제제기에 능한 감독의 손아귀에서...

by 우주에부는바람

*2016년 2월 18일에 작성된 글입니다.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의 예고편을 보고 <그을린 사랑>의 감독 드니 빌뇌브를 떠올리기는 쉽지 않았다. 영화를 보기로 작정을 한 후, 지인들과 함께 <그을린 사랑> 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모두들 한 번은 볼 수 있지만 두 번은 볼 수 없는 영화라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를 이미 본 친구는 이 영화라면 충분히 두 번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하였고, 나머지 우리는 그날 아니면 그 다음다음 날 기차 신촌역 근처의 멀티플렉스 영화관을 찾았다.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를 보기 전에 감독의 다른 영화 <에너미>를 찾아서 봤다. 술을 한 잔 하면서, 였는데 영화의 도입부에 등장하는 문구, ‘혼돈은 아직 해석되지 않은 질서다’,를 보는 순간 크게 취하고 말았다. ‘혼돈’으로부터 아주 먼 쪽에 있는 단어 ‘질서’를 엮은, 철학적 그리고 문학적 숙련에 두 손을 들고 만 것이다. <에너미>의 원작이 주제 사라마구의 소설 《도플갱어》라는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


<그을린 사랑>이 관객을 향하여 던지던 묵직한 윤리적 충격파는 이제 FBI 요원과 CIA 작전 책임자 그리고 (범죄 조직 소탕을 위한) 스페셜 컨설턴트 사이의 긴장 관계라는 새로운 틀에 의해 전달된다. 카르텔이라는 악을 소탕하기 위하여 (하지만 이또한 완전한 절멸이 아닌 통제 가능한 다른 카르텔로의 전환일 뿐이지만) 그 과정에서 자행되는 악, 그 악은 선의 이름으로 묵인 될 수 있을 것인지...



이러한 윤리적 물음 탓에 범죄 스릴러물인 영화는 그 장르의 무게보다 훨씬 더한 무게를 지닌다. 그리고 어쩌면 이러한 무게는 후아레즈라는 (실재하는) 도시가 가지는 음습함으로 더욱 실감날 수밖에 없다. 인구 10만 명당 130건의 살인사건이 발생할 뿐 아니라 납치와 강간이 횡행하는 도시, 범죄 조직에 의해 완전 장악되다시피 한 (경찰관의 사망 사건 또한 빈번하고 경찰서장이 죽은 후 후임을 찾지 못할 정도인...) 도시, 미국의 엘파소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이 도시 자체가 영화의 주인공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특히나 후아레즈에서 카르텔의 상부 조직원을 데리고 나오는 작전을 수행하는 전체 씬은 엄청난 몰입감을 제공한다. 대낮 대로변 높은 곳에 매달려 있는, 벗겨진 채 목이 잘린 시체들과 같은 디테일하고 참혹한 현실 상황은 끊임없이 관객을 몰아 부치는 배경 음악과 함께 긴장감을 극대화시킨다. 영화적 재미로 받아들이기에는, 그것이 그 도시에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현실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더욱 참혹할 수밖에 없다.



약한 듯 보이는 외모로도 내면의 강함을 잃지 않은 에밀리 블런트나 그 반대편에서 내내 시니컬하기 그지없는 베니치오 델 토로, 그리고 이 둘 사이에서 느물거리는 조슈 브롤린의 연기도 나쁘지 않았다. 물론 이 모든 캐릭터들을 (후아레즈라는 도시를 포함하여) 아우르는 드니 빌뇌브에게 반하지 않을 수 없다. 아, 그리고 <블레이드 러너2>의 감독으로 드니 빌뇌브가 낙점되었다는 소식이 들린다. 기대하자...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 (Sicario) / 드니 빌뇌브 감독 / 에밀리 블런트, 베니치오 델 토로, 조슈 브롤린 출연 / 121분 / 2015 (2015)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토드 헤인즈 감독 <캐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