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받고 상처주며 살아가는 우리 모두를 향한 위무...
마음이 따듯해지고 싶어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를 아내와 함께 봤다. (이 감독의 영화 중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을 보았을 때 따듯한 마음이 되었다. 그러나 <아무도 모른다> 는 가슴이 아프고,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는 생각하게 만든다.) 아내는 시큰둥하였지만 너는 좋아할 거야, 라고 나는 말했고 아내는 내 말처럼 영화를 좋아했다. 이런 종류의 영화는 역시 일본이 최고네, 라고 말해주었다.
그러니까 아내가 말하는 이런 종류의 영화는 (아내는 넘겨 짚지마, 라고 말하겠지만) 이런 영화를 말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카모메 식당> 이나 <안경>, 타카다 마사히로 감독의 <허니와 클로버>, 이시이 카츠히토 감독의 <녹차의 맛>, 야마시타 노부히로 감독의 <린다린다린다>, 이누도 잇신 감독의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모리 준이치 감독의 <란도리> 와 같은...
그러니까 이런 영화는 뭐 이렇게 착한 사람들의 착한 이야기들이 다 있어, 라고 말하게 되는 영화를 의미한다. 주인공들은 젊지만 그악스럽지 않고, 주변의 나이든 이들은 선량하여서 조용히 이 주인공들을 응원한다. 죽음이 저변에 깔려 있는 경우도 있지만 이것이 부정의 에너지로 낭비되는 대신 긍정의 에너지로 재생되는 특징을 갖기도 한다. 더불어 곳곳에 유머가 도사리고 있어 지루하지 않다는 장점도 가지고 있다. (아내는 얼마 전 종영된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을 보는 내내, 아주 재미있게 보면서도, 이건 절대 현실이 아냐, 이야말로 환타지야, 라고 말했는데 이 영화들이 바로 그러한 환타지의 결정판이라고나 할까...)
영화의 주인공은 사치, 요시노, 치카 자매 그리고 이들의 배다른 여동생인 스즈이다. 세 자매는 자신을 버린 아버지의 죽음의 소식을 듣고 장례식에 참석했다가 여동생인 스즈를 처음 보게 된다. 하지만 스즈의 친엄마는 이미 죽은 이후였고, 장례식을 주재하는 이는 아버지의 세 번째 아내이다. 아버지는 세 자매를 떠난 이후 스즈의 엄마와 결혼하여 스즈를 낳았고, 이후 스즈의 엄마가 죽고 나서 다른 여자와 세 번째 결혼을 한 상태였다. 세 자매는 자신들을 버린 계기가 되었던 스즈의 엄마를 원망하는 대신, 이제 아버지도 자신의 친엄마도 없이 외딴 곳에 남겨져야 할 운명인 스즈를 자신들의 집으로 데려 온다.
“아버지가 원망스럽지만 역시 다정한 분인가봐, 이런 동생을 남겨주셨으니까.”
영화는 그렇게 세 명의 언니와 함께 살게 된 스즈, 그리고 이들 세 자매의 일상을 조용조용 들려준다. 맏언니다운 포스를 가지고 있는 사치, 발랄하고 세련된 둘째 요시노, 그리고 엉뚱하기 그지없는 치카의 캐릭터도 받아들이기에 무리가 없고, 어딘가 어두운 구석이 있지만 그것을 이겨낼만큼 순진한 씩씩함을 가지고 있는 스즈의 캐릭터 또한 영화를 보고 있는 우리라도 등 토닥여주고 싶을 만큼 잘 그려내고 있다.
“나 여기 있어도 될까? 센다이에서도, 야마가타에서도... 나의 존재만으로도 상처받는 사람들이 있어, 그런 생각 때문에 가끔 괴로워져.”
그 캐릭터들을 가지고 영화는 상처받지 않는 사람들은 없어, 그렇게 상처받은 사람들끼리 잘 보듬어가며 사는 게 좋은 거야, 라고 말하는 듯하다.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기만 하는 삶도, 그저 상처를 받기만 하는 삶도 없는 법, 그러니까 우리는 상처를 받기도 하고 상처를 주기도 하면서도 그저 살아간다. 영화에서 이들 네 자매를 응원하게 되는 마음은, 그러니까 우리들 자신의 삶을 향한 어떤 위무라고 바꿔 말할 수도 있겠다.
바닷마을 다이어리 (海街diary, Our Little Sister) /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 아야세 하루카, 나가사와 미사미, 카호, 히로세 스즈 출연 / 128분 / 2015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