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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에부는바람 Jul 30. 2024

윌리엄 트레버 《마지막 이야기들》

찾기 어려운 어떤 실마리로 가득한 위기의 일상들...

  「피아노 선생님의 제자」

  “... 그 음악의 미스터리는 그가 연주를 마치고 그녀의 인정을 기다리며 지은 미소 속에 있었다. 그리고 미스 나이팅게일은 그를 바라보며 전에는 알지 못했던 걸 깨달았다. 그 미스터리 자체가 경이였다. 그녀는 거기서 아무런 권리가 없었다. 인간의 나약함이 사랑과, 혹은 천재가 가져다주는 아름다움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이해하는 데만 너무 골몰했으니까. 균형이 이루어졌고, 그것으로 충분했다.” (p.17)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소년과 그 소년이 훔쳐가는 물건들... 피아노 선생님인 미스 나이팅게일이 겪는 여러 감정들 끝에, 위의 저 문장으로 소설이 마무리된다. 저 마지막 문장으로는 미스 나이팅게일의 여러 감정들의 본연에 다가가기 힘들다. 번역의 문제인지, 나의 문제인지...


  「장애인」

  장애인인 남편, 그 남편이 집을 칠하기 위해 고용한 두 남자, 그리고 장애인 남편의 죽음과 그 아내인 마티나... “... 그 여자의 역사는 그들이 알 바 아니었다. 이제 그들 자신도 그 일부가 되긴 했지만 말이다. 그녀의 처지가 그녀를 그렇게 만들었듯, 그들의 처지가 그들을 그렇게 만들었다...” (p.42) 마티나의 어정쩡한 행동들과 그 결과들 그리고 그 주변을 서성이는 두 명의 폴란드 남자가 며칠 동안 펼쳐 보이는...


  「다리아 카페에서」

  “... 클레이가 쓸쓸한 고독 속에 고이 간직하고 있는 것, 그걸 애니타는 지금 뒤늦게 쓸쓸한 고독 속에 받아들인다. 사랑이 오기 전, 우정이 더 나은 것이었을 때 있었던 모든 것을.” (p.64) 일상의 한 켠에 다리아 카페가 있고, 친구였던 클레이와 애니타는 애니타의 남편이었고 클레이에게로 옮겨간 남자로 인해 멀어졌고, 이제 그 남자의 죽음 이후 다시 다리아 카페에서 마주한다.

  

  「레이븐스우드 씨 붙잡기」

  은행 여직원인 로잰은 레이븐스우드 씨가 소유한 거액의 잔고에 대해 알고 있다. 그녀는 홀로 아이를 키우고 있는데, 옛 남자인 키스에게 레이븐스우드 씨에 대해 이야기하자 그 남자를 붙잡을 것인지 묻는다. 레이븐스우드 씨는 나이가 많고 로잰의 외모를 칭찬한 적이 있다.

 

  「크래스소프 부인」

  크래스소프 부인은 남편이 죽자 과부 생활을 즐길 작정을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실패했다. 에서리지는 아내 재닛이 죽고 나서 아주 잠깐 크래스소프 부인을 만난 적이 있다. 소설은 두 사람을 번갈아가며 보여주고 있다. 나중에 크래스소프 부인이 죽고 재혼한 에서리지가 그 소식을 뉴스로 들을 때까지...


  「모르는 여자」

  “... 관계없는 사람들이 포장도로 위로 모여들어 사고가 어떻게 일어났는지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있었다. 아무것도 보지 못한 사람이 어떻게 된 거냐고 묻자 서로 다른 답변이 들려왔다. 구급차가 왔는데 너무 빨리 와서 사람들의 이야깃거리가 되었다. 들것이 내려져 짐 실을 준비를 했다. 한 남자가 나서는 바람에 사람들 사이에서 그가 의사일 거라는 잘못된 억측이 나왔다. 지금까지 꾸물대고 있던 경찰차가 구급차 뒤에 와서 섰다. 시신은 모포로 덮인 채 들것에 실렸고, 구급차 문이 조용히 닫혔다. 그 삶은 끝난 것이다.” (pp.109~110) ‘모르는 여자’의 죽음으로부터 소설이 시작된다. 한 성직자가 그녀와 관련된 몇몇 인물들을 찾아가 만난다. 그녀의 이름은 에밀리 밴스, 였다.


  「대화를 이어가기 위해」

  올리비아는 회사 면접을 가는 길에 비니콤으로부터 도움을 받았다. 그 이후 비니콤은 올리비아를 향하여 일방적이고 확신에 가득찬 사랑의 감정을 들이민다. 올리비아는 때로는 유연하게 때로는 유연하지 못하게 그 감정들을 막아섰고, 이제 비니콤의 부인이 올리비아를 찾아와 자신의 남편을 돌려달라고 말하고 있다.


  「조토의 천사들」

  그는 때때로 기억을 잃는 남자이고 그림을 복원하는 작업을 한다. 어느 날 또 기억을 잃은 채 깨어난 남자는 거리의 여인인 데니즈 덕분에 집을 찾아간다. 하지만 그날 밤 데니즈는 남자의 집에서 돈을 훔쳐 자신의 집으로 가버린다. 하지만 그의 집에서 받았던 느낌 탓에 다시금 그에게로 돌아가 돈을 돌려주어야 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한다. 


  「겨울의 목가」

  ‘우리는 황무지와 가까운 외진 곳에 살고 있습니다. 여기 오시면 고독감에 시달리게 될 수도 있습니다.’라는 문구에도 불구하고 열세 살의 메리 벨라를 가르치기 위하여 앤서니는 그곳으로 향한다. 어린 메리 벨라는 앤서니에게 연정을 품었지만 앤서니는 도시로 돌아와 자신의 삶을 이어간다. 시간이 흘러 결혼하고 아이가 있는 앤서니는 우연히 그 황무지에 다시 들르게 되고, 여전히 그곳에 있는 메리 벨라와 조우한다. 두 사람은 사랑을 나누고 앤서니는 아내인 니콜라를 남긴 채 황무지에 머문다. 하지만...


  「여자들」

  아버지 손에 성장하였고 지금 기숙 학교에 있는 서실리아는 자신에게 접근하는 두 명의 여자로 인해 당황한다. “그런 허술한 가정과 짐작이 서실리아의 머릿속으로 슬그머니 들어와 자리를 차지하고 떠나지 않았다. 분명하고 거의 확실한 것에 불안하게 도전하는 그 추정들은 애매하고 미숙했다. 하지만 그것들은 엄연히 존재했고, 서실리아는 마음에 위안을 주는 그 의혹의 속삭임에 귀를 기울였다.” (p.240) 소설집의 앞에 실린 소설들보다는 뒤에 실린 소설들에 좀더 마음이 간다. 윌리엄 트레버를 좋아하는데, 이번 소설집은 글쎄... 이 《마지막 이야기들》은 그의 사후에 묶여진 것이다. 



윌리엄 트레버 William Trevor / 민승남 역 / 마지막 이야기들 (Last Stories) / 문학동네 / 252쪽 / 2023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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