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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에부는바람 Aug 24. 2024

에이미 굿맨 데이비드 굿맨 《미친 세상에 저항하기》

간밤의 '용기'들이 망설임으로 바뀌는 아침, 그래도 희망은 여기에...

*2015년 3월 15일에 작성된 글입니다.


  일주일 전쯤인가 한 선배가 쐬주, 라는 노래의 첫 구절인 ‘대낮의 용기들이 뉘우침으로 바뀌는 밤’에 대하여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내용인즉슨, 이 노래의 가사가 영 만족스럽지 않았는데 실은 그 노랫말이 선배에게는 ‘간밤의 용기들이 망설임으로 바뀌는 아침’으로 바뀌었어야 옳았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그때 그 시절 좀더 용기를 내지 못하였던 일종의 뒤늦은 고해 같은 것이었으리라...

  “이들은 결과를 염려치 않고 신념을 행동에 옮겼다. 그리고 자신이 내딛는 첫걸음을 남들도 따라주길 바랐다. 운동은 그렇게 탄생하는 것이다. 한 명으로 시작했어도 결국 여럿이 되는 것, 바로 그게 운동이다.” (p.288)

  책은, 저항은 사랑하는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이라고 여기는 미국의 독립 언론 ‘데모크라시 나우’의 공동 창립자인 에이미 굿맨 그리고 에이미 굿맨과 남재지간이며 독립 저널리스트이자 저술가인 데이비드 굿맨이 함께 작성한 일종의 기록물이다. 두 사람은 독립 언론 활동을 하면서 접한 사건과 사람들, 그 중 여덟 가지를 뽑아서 하나의 책자로 만들었다. 그리고 그것들이 바로 이 미친 세상에 저항하는 일종의 표본 같은 것들이라고 말한다.

  『자라르는 “우리는 침묵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문장이 나치 정권에 반대하던 독일 ‘백장미단’의 저항활동에서 유래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그는 잠시 골똘히 생각하더니 이렇게 말했다. “그렇다면 이 정권에 의해 침묵을 강요당한다는 것은 더욱 웃기는 아이러니군요.”』(pp.70~71)

  책에 실린 여덟 가지의 이야기들의 주인공들은 다음과 같다. 허리케인 피해를 입은 뉴올리온스의 재건 과정에서 이재민들을 저버리는 정책을 시행하는 정부에 저항하는 시민들, 아랍어가 쓰인 티셔츠를 입었다는 이유만으로 테러리스트로 몰리는 상황에 저항하는 시민들, 석유 재벌업자의 이익 감소를 우려하여 지구온난화를 부정하려한 정부에 반항한 과학자들, 관타나모 수용소의 효율적인 고문에 동원되기를 거부한 심리학자들, 학교에서 거부당한 전쟁 반대 연극을 미국의 일반 대중들 앞에서 공공연히 공연하고 있는 학생들, 아직까지도 흑백의 차이를 구분하는 지역 사회에 반기를 들고 싸운 여섯 명의 청년들, 전쟁에 반대하며 이라크 복무를 거부한 장교와 살인적인 불법 전쟁에 참여하기를 거부한 군인들...

  『조지 크리스천은 자신과 세 명의 동료가 미국 정부를 상대로 싸움을 벌여 승리한 거짓말 같은 과정을 되새겼다. “사람들은 영리한 건국의 아버지들이 헌법을 바탕으로 현 체제를 구축했고 이 체제가 우리를 잘 보호해 준다고 생각하지요. 하지만 권력자들이란 직무 수행을 하려면 더 큰 권력이 필요하다고 여기게 마련입니다. 저들이 야금야금 자유를 속박해올 때 여기에 저항하지 않으면 우린 자유를 잃게 됩니다... 각 세대마다 자신들의 권리를 위해 투쟁해야 합니다. 안 그러고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면 결국 우리는 모든 권리를 상실하는 결과를 맞을 것입니다.”』(p.109)

  책은 이들이 자신들의 마땅한 권리를 지키기 위하여 어떻게 운동을 시작하였으며, 그 과정에서 어떻게 연대의 범위를 넓혀 갔고, 그래서 어떻게 승리할 수 있었는가를 (아니 어떠한 결과에 도달하지 않더라도 그 과정 자체가 승리일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동시에 우리가 우리의 작은 권리들이 침해당하는 것을 방관하게 되면 결국 더욱 큰 권리들을 잃게 될 것이라는 경고의 의미 또한 담아내고 있다.

  “시위는 애정에서 비롯된 행위다. 시위는 세상이 더 착하고 인간적인 곳으로 바뀔 수 있다는 굳은 신념 없이는 결코 취할 수 없는 행동이다. 불의를 보고 ‘안 된다’고 외치는 것은 궁극적으로 희망을 선언하는 행위다.” (p.286)

  쐬주를 부르거나 듣던 삼십여 년 전,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간밤의 용기들이 망설임으로 바뀌는 아침’을 맞이하는 일에 익숙하다. 밤사이 여기저기에서 들려오는 소식들에 치를 떨다가도 아침이 되면 또 일터에 나가 이를 앙다물고 밥벌이를 하며 ‘간밤의 용기들’이 하나 둘 일상의 톱니바퀴에 갈려 나가는 것을 보아야 하는 추레한 반복에 익숙하다. ‘주춤, 하지말자! 그토록 기다리던 지도자는 바로 당신이다’ 책의 겉면에 적힌 붉은 글씨는 선연한데도... 

미친 세상에 저항하기 :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8가지 행동 (Standing Up to the Madness) / 에이미 굿맨, 데이비드 굿맨 / 노시내 역 / 마티 / 309쪽 / 2011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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